대구의 이색 떡볶이 맛집을 찾아서

“올해도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계란을 구웠을까?”

칠월과 팔월의 불볕이 끝나고 구월이 찾아왔지만, 대구에는 아직 가을이 찾아오지 않은 듯 했다. 1942년 8월 1일 대구의 기온, 섭씨 40도. 대구에서 세워진 대한민국 최고기온 기록은 아직까지 깨어지지 않고 있다. 삼면이 산악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 덕분에 대구는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로 봄과 가을이 짧다.

그래도, 예전보다 시원해진 거다. 대구시는 1996년부터 ‘푸른대구가꾸기’ 사업을 시작해 2011년까지 2,3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1960년부터 1999년까지 40년 간 연중 낮 최고기온 기록을 16회나 세웠지만 2000년대 들어 가장 더운 도시 타이틀을 다른 도시에 내어 주며 폭염도시 이미지를 조금은 벗어냈다.

 

도심 속 쉼터, 월곡역사공원

2,3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느라 대구에는 빈 땅이 없을 정도다. 공원마다 나무들이 빽빽하다. 우리들이 찾아간 월곡역사공원에도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월촌역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닿는 월곡역사공원은 여느 공원과 조금 달라 보인다. 서원을 비롯한 한옥 건물들과 박물관이 있고, 탑과 비석들이 세워져 있다. 역사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있었다. 

산책로에는 대나무가 양쪽으로 들어차 있다. 크지 않은 공원이지만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여기 저기 산책하며 바람을 쏘이기 좋다. 주변은 아파트 단지라 시대가 다른 두 건축물들이 한 화면에 잡히기도 한다. 주민들에게는 전환의 공간이다.

 

+ 월곡역사공원(053-667-2851) 대구 달서구 상인로 128

 

까르보나라 떡볶이? 매븐떡볶이카페

월촌역 인근에 있는 이색 떡볶이 가게를 찾아간다. 

가게 이름에 ‘카페’가 붙어있는, ‘매븐떡볶이카페’. 회색 콘크리트 외벽 위 빨간 간판에는 ‘매운’을 말하는 ‘매븐’이 적혀있고, 오른쪽 벽에는 하얀 나무가 예쁘게 그려져 있다. 전면 유리에도 꽃과 풀 그림들이 귀엽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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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들어가자 카페 같은 분위기에 테이블마다 학생들과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로 가득 차있다. 

 

 

자리에 앉아 ‘까르보나라 떡볶이’와 ‘안매븐 떡볶이’, 기본주먹밥과 참치 주먹밥을 주문했다. 

 

 

주인은 바쁘다. 떡볶이 하나만 들어와도 한참동안 바쁘다. 

만들어 놓은 떡볶이를 파는 게 아니라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일일이 만들기 때문이다. 

너무 번거로운 게 아닌가 싶어 물었다. 

“다른 집들은 만들어 놓고 달라고 하면 퍼서 주는데, 왜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일일이 만드세요?” 

바쁘게 음식을 만들며 간단하게 답하는 주인.

“맛있잖아요”

 

 

그 외에 다른 무슨 이유가 있겠냐는 듯 했다.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답이었다. 떡볶이는 확실히 맛있었다. 성의있게 만들어진 음식은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인 면이 있었다. 

이탈리아 음식을 좋아하는 나와 쏠은 까르보나라 국물과 떡볶이가 주는 생소한 조합의 이색적이면서 부드러운 맛에 감탄했다. 저렴하고 양이 많은 주먹밥까지 먹자 도저히 다른 건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떡볶이 국물 비빔밥’의 맛도 궁금했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 매븐떡볶이카페(053-627-7007) 대구 달서구 송현1동 1943
+ 영업시간 11:00~22:00, 월요일 휴무

 

앞산 카페거리

가볍게 산책 겸 차 한 잔할 만한 곳으로 ‘앞산 카페거리’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월촌역에서 지하철로는 다섯 정거장, 현충로역에 내려 현충로를 따라 산 쪽으로 5분 정도 걸으면 카페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수많은 동네 앞산 가운데 이름을 정말 ‘앞산’으로 붙인 산. 게다가 동네 앞산이라 여기기엔 너무 높은 산. 600미터가 넘는 ‘앞산’은 대구 남쪽에 우뚝 서 있다. 

산의 순환도로를 따라 전망 좋은 식당들이 들어서 있고, 앞산네거리에서 앞산 순환로 사이 일대에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앞산 카페거리’ 삼거리에 거리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사방으로 다양한 카페들이 들어와 있다. 원래 정원이 딸린 집들이 있던 동네라 마당이 있는 널찍한 카페들이 여럿 있다.

 

 

이색 맛집 <매븐떡볶이>에서 나눈 이야기

 

 

윤진(이하 윤) : 장사가 정말 잘 되시는 것 같아요. 바쁘시고요. 가게를 여신지 얼마나 되었어요?

매븐떡볶이(이하 매븐) : 작년 6월에 문을 열었으니까 이제 1년 조금 넘었어요.

 

윤 : 그래요? 그런데 벌써 단골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매븐 : 많이 있어요. 1주일 동안에도 몇 번씩 와요. 그러다 한동안 안 오다가 또 몇 달 지나면 찾아오기도 하고 그래요. 그럴 땐 엄청 반가워요.

 

윤 : 원래 대구분이신가요? 대구에 어떻게 정착하셨나요?

매븐 : 태어나긴 마산에서 태어났는데 거의 대구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대구에 가게를 냈어요.

 

윤 : 떡볶이는 누구에게 배우셨나요?

매븐 : 대구에 있는 다른 떡볶이 가게에서 배웠어요. 무얼 넣고 만드는지 궁금해 많이 보고, 집에 돌아와서 매일 연습했어요. 만들면 아들, 딸한테 맛있냐고 물어보고, 다시 만들고. 똑같은 재료를 넣어 만드는 것 같은데 내가 만든 건 왜 이렇게 맛없지? 하며 다시 만들고. 그런데 어느날엔가 다시 그 떡볶이 가게를 찾았는데, 먹어보고 놀랐어요. 제가 만든 게 더 맛있는 거예요. 계속 따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뛰어 넘은 것 같았어요.

 

윤 : 떡볶이 ‘카페’라 이름지은 것도 그렇고, 인테리어도 독특한데요, 누구 아이디어인가요?

매븐 : 제가 다 찾아서 한 거예요. 저기 삐에로 인형 있잖아요. 저것도 지나 다니다가 싸게 파는 데가 있길래 얼른 구입한 거예요. 대부분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가 샀어요.

 

윤 : 음식들이 독특하고 맛있어요. 까르보나라 떡볶이는 어떻게 생각하신 거예요?

매븐 : 그건 제가 집에서 아이들한테 해주던 거예요. 아이들이 정말 맛있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한 번 내놓아 봤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한 번은 1주일 동안 같은 음식만 계속 나가는 거예요. 까르보나라 떡볶이랑 떡볶이 국물 비빔밥, 김말이, 이렇게 세 가지요. 그래서 왜 그런가 했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유명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소개가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손님이 모르냐면서 보여주는데, 깜짝 놀랐어요.

 

윤 :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음식을 만들려면 번거로울 것 같아요. 감자튀김도 웃는 모양으로 만드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그렇게 만드시는 이유가 있나요?

매븐 : 예쁘잖아요. (웃음) 손님들이 보면 기분 좋아질 것 같아서 그렇게 만들어요.

 

윤 :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데요, 창업주 님에게 희망이란 무엇인가요?

매븐 : 아이가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제가 꼭 묻는 게 있어요. 꿈이 뭐냐고. 꿈이 없다고 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러면 제가 말해요. 꿈을 가지라고. 꿈을 가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희망은 그런 것 같아요.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만드는 힘.

 

글. 윤진 | 그림. 이솔

 

<기획연재>

“희망가게 골목여행” 희망가게가 있는 골목길을 찾아가는 여행 에세이

꽃피는 봄날, 원주에 가다
작은가게가 있는, 방배동 

 

<희망가게>는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14년 5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하여 원주, 춘천, 대전, 천안, 청주, 대구, 경산, 구미, 포항, 광주, 목포, 부산, 김해, 양산에 이르기까지 210여 곳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은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 님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장원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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