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가 만든 물건을 누군가 사고 싶어하는지, 그걸 생각해봐야 해요” 나화숙 수도권지역 심사위원

“창업분야의 일 경험이 부족하다면 점포를 내기에 앞서 고객을 만나보세요. 온라인으로 제품을 팔아볼 수 있고, 온라인이 버겁다면 플리마켓에 가서 자기 물건을 직접 팔아보는 거예요. 고객과 소통하면서 품질검증을 받고 물건에 대한 반응도 볼 수 있어요.”

한부모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희망가게를 통해 창업에 뛰어든 사람들. 이들은 서비스나 물건, 음식 등을 판매함으로써 사업을 성장시킵니다. 경험치가 있다면 몰라도, 처음 창업에 도전했다면 자기 서비스를 구매할 ‘고객찾기’가 상당히 어려운 과제일 텐데요. 내 물건이 누군가에게 정말 사고 싶은 것인지, 실제로 구매할 사람이 있다면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죠. 누구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창업자가 이를 알아내는 과정이 사업의 성장은 물론 삶의 자립까지 이어지는 중요 과제일 겁니다.

프랜차이즈 컨설팅 경험을 기반으로 희망가게의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나화숙 심사위원. 그는 창업자가 서비스를 경험할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SNS를 통해서건, 혹은 소규모 플리마켓에서건 자신의 물건을 사람들에게 직접 선보여야 한다는 거죠. 나 심사위원은 창업에 임하는 한부모여성들이 고객의 마음을 헤아려야 사업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고 당부합니다.

나화숙심사위원이 인터뷰를 하고있다

 

당사자의 마음으로 함께 하게 된 희망가게

나화숙 심사위원은 영리 분야에서 컨설팅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사회적경제와 비영리 영역에서의 창업 컨설팅을 진행하며 큰 의미를 찾게 되었죠. 창업자들이 고객에게 다가가듯, 자신의 일 경험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좀더 가까이 가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본 희망가게 지원자들은 창업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지만 육아와 생계를 도와줄 이도, 창업에 도움을 줄 관계망도 부족한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창업을 성공시켜 경제적 자립을 이뤄야 하는 절실함이 큰 사람들이었죠.

“내 일을 영리목적 외에 사회에 봉사하는 영역으로 넓히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사회연대은행과 창업 컨설팅을 협업하며 기쁜 마음으로 일했고, 이후 인연이 이어진 아름다운재단 희망가게 사업에도 반가운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실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보니 희망가게 지원자들은 자영업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그런 가운데 생활여건상 안정적인 창업이 절실한 사람들이었어요. 제 자신이 여성이라 당사자의 마음도 있었고, 그간 제가 해온 창업 컨설팅 경험이 창업을 준비하는 한부모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희망가게 창업자들을 자기 자신 대하듯, 나화숙 심사위원은 창업이 필요한 이들에게 성공경험을 만들어주는 일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여러 여성가장의 창업과정을 지켜보며, 나 위원은 창업성공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바탕으로 사업에 대한 여러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전문성’과 ‘소통’으로 창업에 접근하기

“희망가게 심사에 임할 때 지원자들의 그간 경력이 창업분야와 연관되는지, 일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쌓아올렸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카페를 창업한다면 바리스타나 점장으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중요해요. 실제로 지원자들을 보면 프랜차이즈나 개인 카페 등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일해온 분들이 있죠. 커피 외에 디저트 같은 메뉴기술을 배우며 전문성을 더하기도, 점장으로 일하면서 운영경험을 쌓기도 해요. 희망가게에 참여해 반찬가게를 낸 분의 경우 이전의 창업경험을 기반으로 사업 전반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발품도 많이 파셨어요. 기술력도 있었고요. 창업자 본인의 반찬 만드는 기술이 좋고 음식이 깔끔하다 보니 입소문이 퍼졌고 매출이 점점 올랐어요.”

희망가게 지원자들은 사업계획서를 통해 창업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심사위원들은 그 계획서를 바탕으로 지원자들이 창업에 있어 얼마만큼의 역량과 태도를 갖고 임하는지 가늠하죠. 나 심사위원은 창업과정에서 도움받을 환경이 부족한 경우일수록, 자기 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사업에 활용할 금전적 자원이 부족한 만큼 일에 대한 기술 기반이 더욱 확고해야 한다는 거죠. 이밖에 나 위원은 희망가게 창업주 중 자기 일에 대한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을 성실하게 일궈낸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가게 SNS를 한다고 하면 개업 전부터 온라인 계정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자기 계정이 있는 바리스타라면 커피를 내리는 과정이나 제과제빵을 배우는 모습을 올리는 거예요. 그런 게 창업 전 사전활동이기도 하거든요.”

일 전문성에 이어 나 위원이 창업자들에게 강조한 요소는 마케팅입니다. 그는 희망가게 지원자들이 사업계획서에 마케팅 계획을 적어두면 실제로 마케팅을 해본 경험이 있는지,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활동을 잘 하는지 등을 중요하게 봅니다. 사람들에게 잘 노출되는 입지에 점포를 마련해도 마케팅을 잘 해야 한다는 게 나 위원의 생각입니다.

“프랜차이즈 점포는 제품에 대한 마케팅과 브랜딩이 월등히 앞서있잖아요. 개인은 프랜차이즈만큼 활발히 사업을 홍보할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SNS를 활발히 활용하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해요. 막연히 아무 게시글이나 올리라는 건 아니에요. 자신들의 서비스나 물건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그에 대한 고객 피드백을 받아야 하죠.”

자신의 서비스를 누구에게 얼마만큼 알릴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나 심사위원이 보는 마케팅의 본질은 소통입니다. SNS 계정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맺고, 그 관계가 자신의 사업을 탄탄하게 지켜줄 버팀목이 된다는 겁니다.

나화숙심사위원이 환하게 웃고있다

 

창업에 도전하는 한부모여성들의 한줄기 빛

“창업하려는 이들에게, 희망가게는 한줄기 빛이라 생각해요. 희망가게 지원자분들을 보면 부채가 상당히 많거든요. 생활비를 해결하려 해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거예요. 희망가게는 그런 창업자들에게 무상에 가까운 저리로 사업비를 대출해주죠. 희망가게는 자립하려는 여성들, 그중 창업에 충분히 준비된 분들에게 빛이 되준 사업이에요. 희망가게가 그 역할을 20년 동안 해온 데 대해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나화숙 심사위원이 본 희망가게 사업은 창업자 본인에게, 나아가 사회에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한줄기 빛입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사업준비에 매진해온 창업자들, 그들의 지난한 자립과정을 오랜 시간 지켜보고 지원해온 아름다운재단 간사들, 여기에 희망가게를 재정적으로 지원해온 아름다운세상기금까지. 여러 사람이 오랜 시간 밝혀온 희망의 등불이기도 하죠.

나 위원은 희망가게 사업참여에 대한 소회를 밝히면서, 조언을 드린 심사자들에게 ‘되려 힘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심사위원으로서 창업자들에게 ‘주는 마음’ 뿐이 아니라 ‘받는 마음’도 있다는 사실. 이 덕분에 심사위원 입장에서도 계속 희망가게와 함께 가게 되는 동력이 생긴다는 겁니다. “간판이나 내부시설 등 점포 컨셉에 가이드를 줄 전문가와의 협업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덧붙인 것도, 희망가게 사업이 더 나은 모습으로 오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나온 의견입니다.

“많은 사람이 희망가게를 알았으면 해요. 한부모여성들이 사업으로 경제적 독립을 이루면 그때부터 삶의 희망이 보이는 거거든요. 그분들에게 가장 큰 복지는 자립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거라 생각해요. 나아가 창업으로 자립한 여성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길, 희망가게처럼 사회의 빛이 되는 ‘아름다운 창업’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그간 희망가게의 여정을 지켜봐온 이들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희망가게의 성공은 창업자 본인의 성공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걸요. 한부모여성의 자립은 든든한 사회 안전망이 되고, 그렇게 성장한 창업자는 자신의 비즈니스로 가족과 이웃, 나아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게 사회의 빈틈을 구석구석 밝게 비추는 일이야말로 희망가게가 오랜 시간 일궈온 성과입니다.

한부모여성의 창업을 일궈온 지 20년. 희망가게는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에게 삶의 희망으로 우뚝 서 있습니다. 여성들은 창업을 통해 많은 사람과 연결되고 더 많은 희망을 만들어갑니다. 많은 이들이 희망가게 사업을 여전히 궁금해 하고, 지원사업의 성장을 함께 일구는 이유일 겁니다.

 

나화숙심사위원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글 이상미 I 사진 김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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