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인터뷰] 희망가게에 전문성과 지속성을 더해준 협력자들

희망가게 창업 심사를 담당하는 서정헌, 차은심 심사위원의 이야기

아름다운재단의 ‘아름다운세상기금’으로 운영되는 한부모 여성가장 창업지원 사업인 희망가게. 1호점을 지나, 어느덧 508호점으로 확대돼 창업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삶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런 희망가게가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했는데요. 희망가게가 걸어운 그간의 길을 살피기 위해, 앞으로 희망가게가 걸어갈 시간을 더욱 단단하게 할 동력을 위해 희망가게와 함께 해온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희망가게 심사 전반에 참여한 서정헌, 차은심 심사위원입니다.

서정헌 위원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희망가게 서정헌 심사위원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작된 희망가게와의 인연

희망가게 운영을 위해 아모레퍼시픽 선대 회장의 유가족이 조성한 아름다운세상기금, 그리고 희망가게 사업을 운영해나갈 아름다운재단까지. 희망가게 사업을 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소는 갖춰졌지만 창업주들에게 보탬이 되려면 지원자 선정 과정에서 그들의 역량을 가늠하고 창업 이후에도 필요한 조언을 해줄 전문성이 필요했습니다. 이 부분은 아름다운재단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죠.

희망가게 운영과 관련해 여러 자문을 구하는 과정에서 창업자들의 역량을 가리는 서류 및 면접심사 등의 체계가 만들어졌고, 창업 이후 컨설팅을 요청할 수 있는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이뤄졌습니다.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의 일을 해오며 희망가게와 오래 인연을 맺어왔는데요. 그중 서울 수도권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한 서정헌 심사위원과 대전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차은심 심사위원. 이 두 사람은 창업 컨설팅 전문가로서 희망가게와 오래 호흡을 맞춰왔습니다.

“희망가게 사업 초기에는 지금과 같은 심사과정이 정해지지 않았어요. 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던 초창기에 심사표도 만들면서 심사 자문위원 역할도 같이 했습니다. 당시 아름다운재단에서 했던 창업지원사업은 창업역량이 있는 이들에게 사업비 지원을 하는 성격보다, 돈을 필요로 하는 대상에게 생활비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적인 면이 강했는데요. 사업 초기에는 형편이 어려워 이 사업이 아니면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들을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 여기에 생존이나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살아남을 만한 사람들을 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로 부딪혔습니다. 나중에는 후자의 방향으로 사업 성격이 맞춰져갔어요.

사업을 세팅할 때 아름다운재단 매니저님들이 매우 열정적으로 참여하셨어요. 그분들에게 이런 사업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잘 모르는 부분은 저같은 심사위원들에게 배우려고 질문도 많이 하셨고요. 그 과정에서 심사위원들도 사업의 초기 세팅에 열정적으로 임했던 게 크게 기억에 남습니다.” -서정헌

 

창업지원에 대한 전문가들의 역할

희망가게에서 창업자들의 사업에 내실을 기해주는 심사위원들. 서정헌 심사위원은 희망가게 창업자들의 사업 현실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방향으로, 차은심 심사위원은 창업자들 사업의 보완할 부분을 잡아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컨설팅을 해왔습니다. 전문성을 발휘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어도, 결국 창업주들의 생존과 자립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의 일을 해온 것입니다.

“희망가게 지원의 서류심사를 벌써 15년째 하고 있습니다. 면접 기회를 드리는 게 향후 사업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하면 통과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으면 서류심사 단계에서 많은 지원자분들을 탈락시킵니다. 저승사자 같은 역할을 많이 맡아요. 창업자들이 지원사업에 최종합격하고 사업비를 받은 후에 점포를 구하는 일이나 기존 점포의 인수조건을 검토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부분은 희망가게 매니저님들이 다 챙기기 어려워 일정 부분을 심사위원들에게 요청하거든요. 사업 초반에는 이런 과정들에도 모두 참여했어요.” -서정헌

“창업심사와 함께 창업 후 점포 경영개선 컨설팅까지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어요. 희망가게로 창업을 하고 나면 사장님들이 그 이후부터 점포 운영을 하시잖아요. 그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희망가게를 함께 하는 실무자분들로부터 점포로 방문해달라는 요청도 받거든요. 그때 제가 찾아가서 컨설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보완을 해드리고 있어요. 마케팅에 대한 도움을 필요로 하실 때가 있고, 트렌드 분석이나 정보력에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 조언 해드리기도 하죠. 이런 식으로 그 점포만의 ‘점포력’을 키우기 위한 컨설팅을 진행해왔습니다.” -차은심

차은심 심사위원이 정면을 응시하고있다
희망가게 차은심 심사위원

심사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요소

창업자들을 삶에 개입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 그 마음 때문에 두 심사위원은 희망가게 최종 지원자를 명확한 기준으로 심사합니다. 사업의 현실성, 아이템의 적합성 등 사업 자체에 대해 보기도 하고, 사업에 임하는 창업주의 마인드가 준비됐는지 여부도 살핍니다.

“희망가게의 서류심사 기준 첫번째는 사업의 안정성입니다. 희망가게 사업에서의 지원금이 수도권 창업시장을 기준으로 볼 때 많은 금액이 아니예요. 창업자 입장에서는 소규모 창업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귀금속 전문점 같은 경우는 희망가게 사업의 투자 규모가 창업분야와 안 맞을 수 있거든요. 그 다음 기준은 지원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구체성과 성실성을 봅니다. 사업계획서 작성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럼에도 성실하게 계획서를 채웠는지 등을 살펴봅니다. 지원자분들 중에 자신이 하려는 사업의 수익계산을 잘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물건을 하나 팔면 얼마나 남는지 등 이런 부분을 현실성 있게 생각해야 해요.” -서정헌

“제 경우는 창업하려는 사업 아이템에 대해 신경을 많이 씁니다. 본인이 가진 전문 아이템이 있을텐데, 그 아이템이 시장에 나갔을 때 적합한지 한번 더 생각해보는거죠. 여기에 본인이 창업주로서 모든 걸 해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는지, 시장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잘 만들어갈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일종의 경영 마인드죠. 현재 시장의 흐름을 읽고 있는지, 트렌드 분석을 하고 있는지, 창업자 본인의 성향이 고객에 대한 접근을 잘 할 수 있는지 등도 봅니다.” -차은심

 

희망가게 창업자들을 경험한 순간들

창업자들을 냉철하게 심사하는 순간만 있을 듯 하지만, 심사위원들에게도 창업자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대화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연히 희망가게 창업자를 거리에서 만나 즉석 컨설팅이 이뤄지기도 하고, 멘토로서의 입장을 넘어서 창업자들의 삶을 응원하는 한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순간 하나하나가 심사위원들에게 희망가게가 소중하게 기억되는 이유입니다.

“한 창업자분이 기억나요. 피부관리숍을 운영하던 대표님이었는데, 피부관리 관련 기술이 전혀 없는 분이었죠. 대부분의 피부 관리숍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원장님이 직접 피부관리를 하는데 그분은 아니었거든요. 본인이 피부관리 관련 기계를 외국에서 직접 들여오거나 영업을 열심히 하셨고 경영학 공부를 해서 여러 노력을 하셨는데, 어느 순간 매출이 정체상태에 들어갔던 거예요. 그분을 현장 컨설팅한 지 2년 후에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거죠. 더 좋은 상황에서 일하고 계셨고, 좀 더 넓은 곳으로 사업장을 이전하고 싶다고 하셔서 거리에 서서 30분 동안 즉석 컨설팅을 했습니다.” -서정헌

“희망가게에 지원한 분들에게는 한 분 한 분 각자의 절박함이 있어요. 자기 사업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잔뜩 들고 오셔서 자료를 보여주시며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겠다고 설명하는 분들도 있죠.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제가 느끼는 점이 많아요. 무엇보다 창업자분들을 보면 이 희망가게를 통해서 자기가 어떤 꿈을 가지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창업자분들이 엄마들이다 보니 왜 창업을 하냐는 물음에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늘 마음에 와닿고요. 그분들께 저는 꼭 이렇게 말합니다. 사장님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잘하셨으면 좋겠다고요.” -차은심

 

희망가게와 함께 하며 바라게 된 마음

심사위원들은 각각 10년 넘게 희망가게와 함께 하며 사업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두 심사위원이 바라게 된 희망가게의 모습이 있는데요. 그간 성장한 모습에 대한 격려, 여기에 더 나은 모습이 됐으면 하는 당부의 말까지. 두 사람은 창업 분야의 전문가로서 희망가게의 앞으로 10년을 위한 조언을 들려주었습니다.

서정헌위원이 재단옥상에 서있다
희망가게 서정헌 심사위원

“지원사업이 계속되면서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변화를 주는 게 점점 어려워요. 잘 되면 안정적일 수 있지만 잘못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부분이죠. 한 지원사업이 20년 정도 됐으면 현재 창업 트랜드를 반영하고 있는지 질문해야 할 거예요. 희망가게가 이런 부분을 잘 감안해 창업 현장에서 지원받고자 하는 분들에게 더 현실적인 지원을 했으면 합니다. 제가 당부하려는 단어는 초심입니다. 희망가게 사업이 처음 시작될 때 어떤 분들을 지원하려 했고,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했고, 그 필요를 채우기 위해 어떤 토론 과정을 거쳐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그때의 마음을 잘 계승하면 지금처럼 꾸준히 희망가게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한 번쯤은 과감함 피보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고요. 그럴 때 희망가게 측에서 제게 자문을 구한다면 기꺼이 임할 거예요.” -서정헌

차은심심사위원이 인터뷰를 하고있다

“우연한 기회에 희망가게를 알게 되어 심사에 참여한 인연이 10년 째 이어지고 있어요. 희망가게의 반을 함께 해왔다고 볼 수 있죠. 외부에 저에 대해 말할 때 스펙이랄까요, 제가 가진 타이틀 중에 희망가게 심사위원이라는 타이틀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사실 심사라는 게 제가 가진 정보력을 기반으로 타인의 삶을 평가하는 일이잖아요. 그 부분이 늘 조심스러우면서도, 심사과정을 거쳐 창업 후에 사업이 잘 되는 희망가게 사장님들을 보면 정말 좋죠. 사업이 잘 안 되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만, 그래도 제가 희망가게에 참여한다는 데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희망가게 창업주분들을 보면 지역적인 기반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인구통계학적으로 보면 사람이 사는 지역에서 50km 이상 나가는 경우가 흔치 않대요. 결혼이라든가 학교 등의 이유가 아니면 지역을 벗어나는 경우가 적죠. 희망가게 창업주분들은 특히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더 그럴거예요. 지역을 벗어나지 않다 보니 상권분석의 범위가 좁은 편인데요. 그런 분들께 저는 지역을 벗어나지 않으려면 그 지역을 가장 잘 이해하라고 말씀드려요. 창업은 장사거든요.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계셔야 해요.” -차은심

글 이상미/사진 김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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