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인터뷰] 여성 창업자들의 자립을 함께 해온 러닝메이트

희망가게 사업 실무자 장윤주, 김예주, 안명희 님의 이야기

아름다운재단의 ‘아름다운세상기금’으로 운영되는 한부모 여성 창업지원 사업인 희망가게. 1호점을 지나, 어느덧 508호점으로 확대돼 창업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삶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런 희망가게가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했는데요. 희망가게가 걸어 온 그간의 길을 살피기 위해, 앞으로 희망가게가 걸어갈 시간을 더욱 단단하게 할 동력을 위해 희망가게와 함께 해온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세 번째 주인공은 실무자로써 희망가게 사업을 성장 시켜온 세 사람. 장윤주, 김예주, 안명희 님입니다.

한부모 여성가장 지원사업의 시작

한부모 여성이 이혼이나 사별로 혼자가 되면 많은 관계가 단절됩니다. 사회 안전망이 사라지는 것이지요. 그런 여성들에게 1차적으로는 경제적 안전망을, 나아가 삶의 울타리가 되줄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 희망가게가 세상에 나온 이유입니다. 희망가게 사업 초기를 함께 한 아름다운재단 장윤주 매니저, 현재 희망가게 사업을 담당하는 김예주 파트장, 대전충청 지역에서 희망가게 창업주들을 돕는 안명희 매니저. 이들은 각각 희망가게 사업에 참여한 시기와 이유가 달랐지만, 한부모 여성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 상황에 주목하고 희망가게 사업의 필요성에 같은 마음으로 공감합니다.

장윤주매니저가 인터뷰를 하고있다
희망가게 사업 초기를 함께 한 아름다운재단 장윤주 매니저

“당시 아름다운재단은 혁신적인 사업을 많이 기획했어요. 해피빈 같은 사업도 네이버와 아름다운재단이 함께 했죠. 그런 식으로 기부자들의 뜻을 받아 혁신적이면서도 안정적인 효과를 낼 사업을 고민하던 중, 마이크로크레딧이라는 사업이 당시 한국에 소개됐어요. 자산도 보증도 없는 분들께 돈을 빌려드리는 사업인데,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가 만든 그라민 은행에서 시작해 굉장한 성공을 거뒀죠. 한국이 방글라데시처럼 저개발 국가는 아니지만, 마이크로크레딧이 소개될 당시 한국은 IMF 직후였거든요. 당시 사람들의 은행 접근성이 너무 낮고 대출 금리가 몹시 높았기 때문에 서민금융이라는 접근으로 시작된 거죠. 그런 차원에서 마이크로크레딧 형태의 사업은 저개발국가뿐만 아니라 한국 같은 나라에서 유효한 측면이 있었어요. 아름다운재단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해보면 좋겠다고 해서, 마이크로크레딧 방식인 희망가게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장윤주

김예주매니저가 인터뷰를 하고있다
현재 희망가게 사업을 담당하는 아름다운재단 김예주 파트장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은 무담보 무보증 소액대출 사업인데 한부모 여성들 중 경력단절이 있는 분들도 많고, 다양한 채무 때문에 신용 상태가 안 좋은 분들에게 더 기회를 드리는 사업이었어요. 그 분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창업대출사업으로서 희망가게를 시작했습니다. 창업시장이 무척 어렵기 때문에 저희가 많은 분을 지원할 수 없어서, 경력이 있고 창업준비를 꼼꼼히 해온 분들께 기회를 드리게 됐어요.” “희망가게 사업은 초기 설계 당시의 목적이 명확했어요. 단발적으로 현금을 지원하기보다, 한부모 여성들이 자녀들과 안정적으로 생활하도록 창업자금을 대출해주자는 거였죠. 한국에서는 이혼 후 양육 담당자에게 주는 양육비가 그리 높지 않거든요. 자녀를 혼자 키우면서 창업을 준비할 때 자기가 갖고 있는 자원이 적은 분들도 있고요. 희망가게는 그런 분들에게 대출을 통한 창업지원과 더불어 삶에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주는 사업인 거예요.” -김예주

안명희매니저가 인터뷰를 하고있다
대전충청 지역에서 희망가게 창업주들을 돕는 안명희 매니저

“희망가게는 수도권에서 시작돼 2008년에 지역으로 확대됐어요. 대전충청 지역의 경우 아름다운재단에서 협력 파트너를 공모했고, 그 공모에 제가 일하는 단체가 지원해 최종 선정됐습니다. 제가 단체에 입사할 당시 활동가이자 사회복지사로 일했는데요. 한부모 여성가장에 대한 건강권 지원사업을 하다가, 이듬해부터 희망가게 사업을 담당하기 시작했어요. 한부모 여성에 대한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에 대한 이해가 생겼고, 그들이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자녀 양육에 대한 어려움까지 겪는 걸 알게 됐죠. 그렇게 한부모 여성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들의 경제적 자립이 점차 제가 일하는 단체의 큰 목표가 되어갔어요.” -안명희

  

희망가게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건네는 조언

희망가게는 지원사업 최종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여러 절차를 거칩니다. 심사 팁과 관련한 심사위원들 시선의 조언도 있겠지만, 희망가게 사업을 담당하는 매니저들은 자신만의 관점으로 창업을 준비 중인 여성들에게 심사 관련 조언을 건냈습니다.

“먼저 희망가게에 지원한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서류심사를 하게 됩니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분들은 심사위원 세 사람 앞에 앉아 자신이 어떤 사업을 할 거라 설명하는 면접심사를 거쳐요. 면접심사 통과 후에는 자신이 가진 기술로 사업을 잘 운영할 수 있는지를 직접 시연하게 하고요. 이 과정까지 포함해 최종 선정을 합니다. “사업계획서 작성을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계획서 작성이 무척 중요해요. 내 사업을 완벽하게 알고 준비하지 않으면 창업에서 버텨내지 못하더라고요. 희망가게가 대출사업인데, 충분한 준비로 사업을 하지 않으면 창업자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채무를 안게 되잖아요. 그런 게 맞는 방향은 아니라고 판단해서, 창업이 반드시 필요한 분들 중 충분히 준비된 이들에게 기회를 드리고 있습니다.” -김예주

“희망가게 창업주를 선정할 때 심사위원과 컨설턴트 분들이 있죠. 전문적으로 해당 창업 분야를 잘 아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같은 실무진들은 사실 옆에서 서포트를 하는 거거든요. 사업성이나 사업준비 부분은 전문가분들이 다 봐주시니까요. 희망가게 실무자 입장에서는 창업자분들의 절실함이나 절박함을 알아보는 것, 그리고 적절한 때에 그것들을 마중물처럼 끌어 올려주는 것. 그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봐요. 창업주 개인을 많이 보게 되죠.” -안명희

 

창업주와 함께 하는 기쁨과 슬픔

희망가게 매니저들은 누구보다 창업주들을 가까이에서 보며 그들이 겪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합니다. 그러다 보니 창업주들과 함께 하며 생긴 여러 기억이 있는데요. 창업주들의 성공담과 실패담, 그 모든 순간에 곁을 지켜온 매니저들의 이야기에는 창업주들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담겼습니다.

“각자의 사연이 다양한데 그중 기억에 남는 건 희망가게 사업 초반에 창업했던 한 분이에요. 미용실을 운영하셨는데 정말 열심히 하시다가 건강에 문제가 생겼어요. 허리도 아프시고 해서 계속 치료를 받으며 미용실을 운영했는데, 나중에는 약에 대한 부작용 때문에 희귀병을 앓게 되신 거예요. 그분의 가게를 정리할 때 제가 함께 했고, 그분은 요양원에 들어가셨어요. 창업자들이 다른 사람들은 다 챙기면서 본인 건강은 돌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죠. 몇년 후에는 한부모 여성의 건강권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에 2년에 한번씩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했어요. 사업 첫 해에 암환자가 나와 조기치료를 하기도 했습니다.” -안명희

“어느날 토요일에 한 창업주분한테 전화가 왔어요. 주말에 연락이 오면 보통 몹시 안 좋은 일이거나 급한 일이 생겼을 때여서 긴장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간사님! 저 이번달 매출 1천만원 찍었어요!” 라고 하시는 거예요. 굉장히 걱정했다가 너무 기뻤죠. 희망가게 일을 하면서 나 때문에 창업자들의 삶이 움직이는 데 대한 부담감이 컸지만 그분들의 삶과 연결되면서 알게 되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어요. 창업주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많이 배우거든요. 창업주분들의 삶이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예요.” -장윤주

“상환자 100명이 됐을 때 저희가 감사한 마음을 담아 원목으로 만든 보석함을 선물로 드렸었어요. 상환해주신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각인해서, 상환을 위한 그간의 노력이 결국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 느낄 수 있게 했고요. 그분들에게 “당신이 있었기에 희망가게에서 상환을 해낸 창업주가 100분이 되었습니다. 그 힘으로 희망가게 사업이 20년을 향해 달려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감사편지를 드렸죠. 아직까지 나를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고, 다 큰 성인 자녀들과 그 선물을 받아본 분들도 있어요. 8년이란 긴 기간 동안 지원사업 안에서 서로 함께 하죠. 한 분이 창업을 시작하면 그때부터 저희가 늘 옆에서 지켜보는 거예요. 누군가를 꾸준하게 봐주는 게 쉽지 않지만, 그 사람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곁에 있으면서 필요할 때 선뜻 손 내밀 수 있도록 하는 게 희망가게죠. 그 함께 하는 시간이 창업주는 물론 저희 실무자들에게도 무척 특별한 시간이에요. 무엇보다 희망가게 창업자들 중에는 책임감 강하게, 어떤 어려움 앞에서 지혜를 발휘하면서, 비슷한 고민이 있는 다른 여성에게 마음을 열고 도와주려는 분들이 있어요. 그들을 보며 많이 배웁니다.” -김예주

 

희망가게 담당자들이 바라는 미래의 희망가게

여러 사람들의 노력 끝에, 어느덧 희망가게는 20주년을 맞아 성장한 모습이 됐습니다. 이제는 그간의 성장을 바탕으로 희망가게의 새로운 모습을 그려봐야 할 때죠. 세 매니저들은 한 자리에 모여 보다 성장한 희망가게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성장과 지속에 대한 상상. 그 미래에 이제까지의 희망가게 창업주는 물론 앞으로 희망가게에 문을 두드릴 다른 창업주들의 삶도 보다 큰 희망을 품게 될 겁니다.

“지금의 희망가게를 보면 제가 일할 때보다 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창업 지원뿐만 아니라 보육지원 같은 새 사업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거든요. 그런 사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창업주들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아 큰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결국 희망가게의 일은 창업주분들의 삶의 짐을 같이 짊어지는 일이거든요. 어느덧 희망가게가 500호 점을 넘었잖아요. 희망가게의 성장에 대해 누구도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는 이정표를 만들었다고 느낍니다.” -장윤주

장윤주매니저가 담벼락에 기대어 서있다

“갈수록 창업시장이 힘들어지고 있어요. 앞으로 희망가게와 함께 할 창업자들이 얼마나 힘들지 걱정되죠. 20년을 거쳐오면서도 그런 고민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고민을 거치면서 결국 지금의 긴 역사를 써왔거든요. 희망가게가 창업자분들에게 기댈 언덕이 됐던 것처럼, 희망가게 사장님들이 여타 소상공인이나 지역사회의 기댈 언덕이 같이 되어주시길, 그래서 창업이라는 생태계가 더 건강해지도록 기여해주셨으면 합니다. 소상공인으로 일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의 사업이 중소기업 수준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김예주

김예주매니저가 재단옥상에 서있다

“희망가게를 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어요. 경제가 안 좋아지기도 했고, 얼마 전에는 코로나 상황으로 창업시장이 힘들었죠. 그런 상황 속에서도 희망가게가 20년을 달려왔거든요. 제가 10주년 기념 때도 함께 했는데 지금과 비슷한 문제들이 있었어요. 그런 문제해결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희망가게 사업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그때나 지금이나 희망가게가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주는 선순환을 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 같아요. 외부 상황이 변해도 희망가게가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에게는 계속 절실한 기회일 테니까요.” -안명희

안명희매니저가 재단 밖 담벼락에 서있다

글 이상미 / 사진 김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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