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희망가게와 함께하는 사람들_’창업이라는 희망의 현실 가능성을 높인다’ 서정헌 수도권 지역 심사위원

“지원자들이 실질적인 사업준비가 잘 돼 있는지 묻는 데 집중했어요.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경험과 역량이 있는지를 판단해서 지원자를 선정하는 거예요. 사업성과 수익성. 창업을 함에 있어서 이 부분이 먼저 확보돼야 해요.”

아름다운재단 희망가게는 저소득 한부모 여성의 창업을 지원하는 무담보 소액대출(마이크로크레딧) 사업입니다. 희망가게로 창업주가 된 여성들은 사업운영 과정에서 생긴 경험과 안목을 바탕으로 사업 성장은 물론 주거안정과 자녀와의 관계개선 등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나갑니다.

이런 성장의 가능성을 지닌 지원자들을 서류심사에서 면밀히 살피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리 영역에서부터 공공부문까지 창업 컨설팅을 두루 해온 서정헌 심사위원입니다. 그에게 한부모 여성이 희망가게 사업에 참여하면서 무엇을 준비하고 갖춰가면 좋을지 물었습니다.

서정헌 위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희망가게’ 서정헌 심사위원님

 

사업 설계과정에 참여하며 희망가게 사업의 차별성을 만들어가다.

서정헌 심사위원은 오랫동안 공공 컨설팅 기관인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창업 컨설팅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이후 개인 창업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컨설턴트의 권유로 아름다운재단과 인연을 맺게 됐는데요. 희망가게 사업의 설계과정에 참여하면서 서류심사와 면접, 컨설팅 등을 담당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희망가게 사업의 특징이 뚜렷해졌습니다. ‘여성 특화’로 사업 대상이 구체적이라는 점, 지원금액 규모와 낮은 금리 등 지원자들이 실감할 수 있는 요소가 두드러졌습니다.

“지금 형태의 희망가게 서류심사 채점표를 만들 때 제가 참여했어요. 지원자가 사업에 대해 냉정하게 준비된 자세를 갖췄는지 보려했죠. 이렇게 사업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초기에는 사회복지의 차원에서 운용되던 희망가게 지원금이 지금의 마이크로크레딧 형태로 세팅됐어요. 희망가게 사업의 제일 장점은 여성에게 특화돼 있다는 거예요. 지원금액도 일반적인 마이크로크레딧보다 높죠. 금리가 낮은 것도 장점이고요.”

서 심사위원이 사업의 세부 요소를 정하면서 중요하게 본 요소는 지원자들의 사업 역량을 체크하는 항목입니다. 한부모 여성이라는 조건에 있으면서 창업자로서의 역량과 태도를 갖췄는지.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지원자를 최종 선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성 가장이기 때문에 도와드려야 한다는 것보다는 역량을 갖춘 분이라 지원 대상자로 선정했는데 여성 가장인 거죠.” 서정헌 심사위원의 말은 희망가게 사업에 지원하는 여성들이 창업이란 거친 환경에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지 가늠하게 했습니다.

 

서정헌 심사위원의 위촉장이 촬영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희망가게’ 사업 초창기 심사위원 위촉장

 

“창업에 임할 때는 ‘사업성’과 ‘업에 대한 이해’를 갖춰야 합니다.”

“희망가게 사업 초반에 만났던 피부관리실 사장님이 생각납니다. 피부관리 기기를 도매하는 회사에서의 근무 경험이 있는 분이었어요. 피부관리에 대한 기술이 없는 사람이라, 사업적 관점에서는 인건비가 한 명 더 들어가기 때문에 안 좋은 환경이었죠. 하지만 그분의 영업력과 회계 능력이 좋았기 때문에 지원 대상자로 선정할 수 있었습니다.”

서정헌 심사위원이 업종에 상관 없이 창업자들의 역량으로 강조한 부분, 바로 사업의 흐름을 돈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인데요. 지원금을 받으면 예상 매출액이 어느 정도 되는지, 얼마가 남을지에 대한 내용을 서류심사 문서에 체계적으로 써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창업 분야와 관련된 실무 경험은 기본. 직원이 아닌 대표의 관점으로 자신이 판매하려는 물건의 원가를 가늠하고 얼마 정도의 이윤을 남겨야 하는지, 관련된 개념이 잘 잡혀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죠. 

“창업하려는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해요. 흔히 음식점 사업은 장점이 많다고 생각하시거든요. 그렇다면 해당 사업의 단점은 뭘까요? 예를 들어 본인 가게 옆에 같은 업종의 점포가 생긴다면? 파는 물건의 종류, 맛, 종업원의 친절. 이런 요소까지 다른 점포와 다를 게 없다면 어떻게 차별점을 만들까? 이런 부분을 깊게 고민해야 해요.”

사업성을 가늠하는 역량 다음으로 서 심사위원이 강조한 요소는 ‘업에 대한 이해’입니다. 창업하려는 사업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기 사업만의 차별성을 찾아가라는 것이죠. 덧붙여 사업을 하면서 만나는 이해 관계자와 잘 소통할 수 있는 능력도 서 심사위원이 중요하게 짚은 부분입니다.

서정헌 심사위원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희망가게’ 서정헌 심사위원님

 

창업 이후에 고민해야 할 것들

“희망가게 지원자들뿐만 아니라 창업한 분들에게 똑같이 드리는 이야기가 ‘초심’을 잊지 마시라는 거예요. 사업을 시작했을 때 내가 어떻게 준비했고 뭐가 문제라고 생각했는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잊고 지낸 건 없는지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자신의 점포를 운영하기 시작한 창업자들은 해를 거듭하며 사업을 키우고 경험치도 쌓아갈 텐데요. 그런 과정에서 방향성이 희미해지거나 때로는 길을 잃는 순간이 생길 겁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조언으로, 서정헌 심사위원은 희망가게 사업에 참여한 여성들에게 창업 초기의 마음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초심이 굳건해야 사업의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죠.

“종업원이건, 어린아이건, 전문가던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라는 거예요. 사장님들이 바쁘고 일에 치이다 보면 일하는 데만 신경을 쓰거든요. 사실 손님들이 한 마디씩 서비스에 대해 말을 하고 가는데, 거기에 자신의 부족한 점이 다 있어요. 대부분의 답은 손님들의 반응에 있어요.”

사업의 과정에서 자신만의 생각에 갇히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주의깊게 들어야 한다는 점도 서 심사위원이 제시하는 팁입니다. 손님들의 관점으로 자기 사업의 서비스를 바라볼 때 사업이 가진 문제의 해결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서정헌 심사위원은 희망가게 사업에 지원할 여성 창업자들을 격려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물건을 파는 것보다 음식이 많이 남고, 음식보다 서비스가 더 이윤이 많이 남는다, 이런 정도로 감을 잡아 서류를 지원하고 면접과정을 겪어나간다면 알찬 경험을 해나가실 수 있을 거예요. 어떤 사업을 하던 간에 자기에게 필요한 질문을 꼭 던져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 질문에 답을 내시면 굉장히 좋은 사업가가 되신 거고, 궁금한 것을 갖고 계신 것만 해도 저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여성 창업가들이 갖춰야 할 중요 항목을 가늠하고 그 기준을 바탕으로 사업의 세부항목을 설계하는 과정. 이런 고민 끝에 희망가게 사업이 지금의 모습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지원 대상자들이 서류와 면접, 컨설팅을 거쳐 사업 운영까지 경험하면 역량을 지닌 사업가로 변화된 삶을 살 수 있을 거예요. 아름다운재단 희망가게 사업은 성장의 순간을 맞이할 한부모 여성 창업자들의 든든한 힘이 될 것입니다.

 

글 이상미 |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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