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여성의 나아갈 길을 밝혀주고 함께 걷는 길잡이
창업으로 자립의 길을 만들어가는 여성들에게는 어둠을 뚫고 나갈 밝은 빛이 필요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부분들을 함께 손잡고 걸어가 줄 든든한 친구가 필요하지요.
아름다운재단의 ‘희망가게’ 사업을 통해, 많은 여성이 이 막막함의 바다를 건너 자립의 길로 나아갔습니다. 이제 스스로 희망의 증거가 된 여성들은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새롭게 개척해나간 길 위에서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고, 그렇게 생겨난 빛으로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도 빛을 비추기 시작했다고 말이죠. 그 다른 사람은 자신의 소중한 아이들일 수도, 혹은 어려운 순간 곁을 내어준 이웃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광주 지역에 있는 희망가게 89호점 ‘샤인미용실’을 운영하는 문현정 원장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밝은 표정과 호쾌한 말들.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긍정의 에너지에서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걸어갈, 혹은 이미 함께 걷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말이 생생히 담겨 있습니다.
희망가게를 처음 만나고 모든 여정을 함께 해왔어요.
Q. 원장님과 희망가게와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출산한 지 얼마 안돼 나머지 아이 둘과 갓난아기를 데리고 혼자 집을 나와야 했어요. 그때의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미용실을 운영하며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막상 어려운 순간이 닥치니 어려운 상황을 말해볼 사람도 주변에 없었고요. 골반염에 걸리는 등 건강 상태도 나빴어요. 그때 교회 사람들을 통해 아름다운재단과 ‘희망가게’ 사업에 대해 알게 됐죠. 아름다운재단에 직접 전화해보고 희망가게 사업의 광주 지역 업무를 담당하는 광주북구희망지역자활센터 김진경 팀장님을 찾아갔습니다. 살 길이 이 사업이라면 한번 가보자고, 그렇게 갓난아기였던 셋째 아이를 등에 업고 혼자 둘 수 없었던 치매인 어머니까지 모시고 갔던 게 기억납니다.
Q. 원장님이 팀장님을 ‘대장님’이라 부르시더라고요. 그 모습에서 특별한 유대감이 느껴졌어요.
대장님이 자활센터에 제가 찾아왔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로썬 대장님을 직접 만나보니 그분 얼굴에 깃든 푸근함이 참 좋았어요. 무엇보다 대장님이 위로되는 말을 많이 해주었지요. 그 이후로도 사업을 해나가는 여정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머릿속 고민이 사라졌고요. 팀장님을 대장이라 부르게 된 데에는 이 사람을 존경하고 싶은 마음도 담겨 있어요. 저희끼리는 다음 생에 서로 만나면 결혼하자는 말도 해요(웃음).
Q. 원장님이 경험한 희망가게 심사과정은 어땠나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서류통과부터 쉽지 않다는 말을 들어서 열심히 준비했어요. 면접에 들어갈 때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수도권에서 온 심사위원분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지요. 내가 그 순간 무너지면 아이들과의 생계가 막막하니까, ‘나는 이게 꼭 되어야 해’ 하고 마음을 다 잡았어요. 기술심사를 참여할 때는 종종 찾아왔던 미용실 손님의 도움을 받았어요. 손님에게 제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을 때 제 상황을 알아주시고 자기 사무실까지 닫고 선뜻 기술심사에 나서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희망가게 사업은 단순히 엄마들의 삶에서 그치지 않아요. 아이들의 삶에도 깊게 들어오고 있어요.”
Q. 심사 통과 후 가게를 열면서부터 사람들이 활발히 찾아오는 곳으로 사업장을 운영해오셨더라고요. 그 원동력이 궁금해요.
항상 긍정적인 모습으로 밝게 사람에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거울 앞에 서서 사람을 맞이하는 일을 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다 보니 제 사업장인 미용실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거 같고요. 먼저 마음을 열고 뭔가를 건네준다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다가가다 보면 그 마음이 열매가 되어 돌아오곤 했어요. 미용실에서 만난 외국인 노동자들이 본인들 행사에 저를 불러주는 경우도 있었지요. 그 나라의 유명 가수들이 나와 노래를 부르고, 아이들을 한복 입혀서는 함께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요. 미용실을 하면서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생기는 게 보람돼요.
Q. 가게 운영을 하는 엄마의 밝은 모습이 아이들에게도 크게 와닿았을 것 같아요.
저는 희망가게를 통해 아이들을 키워내는 게 목표였어요. 실제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냈지요. 우리 아이들은 지금처럼 성장한 모습의 엄마를 귀하게 여겨줘요. 엄마들이 강하고 환한 모습을 보여줘야 아이들에게도 그 모습이 심어지잖아요. 희망가게를 운영하며 성장해온 제 모습을 통해, 아이들 속에서도 어떤 힘든 상황에서든 용수철처럼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겨나더라고요. 저는 아름다운재단 희망가게 사업이 아이들에게 그런 힘을 자연스럽게 심어줬다고 생각해요. 희망가게 사업은 단순히 엄마들의 삶에서 그치지 않아요. 아이들의 삶에도 깊게 들어오고 있어요.
Q. 얼마 전에는 상환을 마친 희망가게 대표님들에게 드리는 감사선물인 ‘희망함’을 받으셨어요. 그 선물을 받은 느낌이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면 원장님에게 희망가게란 어떤 의미일까요?
아름다운재단에서 선물로 준 희망함을 열면서 눈물이 났죠. 상환금을 갚을 때까지 스스로가 잘 견디고 성장해왔다는 마음이 들었고요. 어려움에 처했지만 도와줄 사람을 찾지 못한 여성들에게, 제가 갚은 상환금이 도움이 될 거라는 마음도 있었어요. 자신에게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희망가게 사업은 어둠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던 저에게는 한줄기 빛이었어요. 그 빛이 어두운 현실에서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비춰준 것이지요. 등대 같은 존재라고, 아름다운재단의 희망가게 사업이 제게 준 의미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Q. 먼저 희망가게를 경험한 입장에서, 앞으로의 희망가게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실까요?
희망가게 사업에 참여하는 분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잖아요. 과거에 대한 미움과 원망에 사로잡히면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거든요. 여성들의 심리적인 부분을 다독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기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어요. 희망가게에 참여한 사업자들끼리의 정보교환이 있어도 좋겠고, 자녀들을 위한 장학제도가 있어도 좋을 듯해요. 제가 있는 광주 광산구 월곡동 지역에 다문화 가정이 많은데 여기에도 한부모 가정들이 있어요. 아름다운재단의 희망가게 사업이 이곳의 엄마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으로 크면 어떨까 싶어요.
Q. 희망가게를 통해 새롭게 꾸게 된 꿈이 있을까요?
제가 지금 운영하는 가게를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저로썬 요즘 사람들 사이에 정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사람들이 정에 굶주려 있다고 느껴지고요. 제가 음식을 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걸 좋아하는데, 서로 음식을 나눠먹다 보면 사람들끼리 굉장히 친해지잖아요. 여기에 저처럼 미용기술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나눠줄 수도 있겠지요. 꼭 머리만 하러 오는 게 아니라 마음을 서로 위안받을 수 있는 가게. 그런 모습으로 제가 있는 곳을 꾸려가고 싶어요.
Q. 끝으로 희망가게 사업에 도전하려는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혼을 하고 싶은데 사회적 낙인을 견디기 두려워하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 분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혼을 해도 얼마든지 살 수 있어요.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도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연마하고 실제로 경험을 쌓아보고, 저처럼 지원사업에 도전해보기도 해 보세요. 다른 사람의 시선은 놔두고 스스로를 봐주세요.
자기 자신을 믿기. 그리고 창업의 과정 속에 성장한 자기 자신을 대견히 여겨주기. 문현정 원장님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여성들에게 자기 경험을 나누길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상황 속에서 자기 길을 찾아간 사람이 있다는 것, 성장과 자립을 통해 주변의 많은 이들과 삶의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큰 희망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아름다운재단 희망가게 사업에서는 창업의 길을 걷는 여성들을 지원할 든든한 조력자들과 함께 합니다. 창업으로 자립을 일구어 더 나은 미래와 만나게 할, 희망가게 사업의 문을 두드려보세요.
글/이상미 작가, 사진/임다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