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성공… ‘진인사대천명’ 소신 덕분에 가능했죠.

안녕하세요. 아름다운재단에서 희망가게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류주연 매니저입니다. 희망가게는 여성 창업가를 꿈꾸는 한부모여성을 도와 경제적 자립을 지원합니다. 여성들의 창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고, 상환받은 대출금으로는 또 다른 한부모여성의 창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04년 1호점을 첫 시작으로 2025년 현재까지 555곳의 희망가게가 열렸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참 많은 희망가게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성장해왔는데요. 희망가게 사업 1년 차에 창업해 19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출판 디자인 인쇄 회사를 운영해온 해든D&P 김영신 대표에게 일과 삶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들어보았습니다.

희망가게 13호점 해든디앤피
희망가게 13호점 해든D&P (사진제공: 해든D&P)

Q. 대표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희망가게와 처음 만난 때가 기억나시나요?

A. 2007년이었네요. 당시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파산이 확정된 너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주민센터에서 받은 우편물에 희망가게 신청 안내문이 있었어요. 3천만 원을 1% 이자*로 지원해 준다는 내용이었죠. 
※ 현재는 최대 4천만 원 규모로 대출을 진행하며 이자율은 1%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시엔 지자체 관계자의 추천서가 도움이 된다는 내용도 있어 사회복지사 선생님께 부탁드렸고, 흔쾌히 작성해 주셔서 감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원이 확정된 후 감사 전화를 드리며 어떻게 저를 추천해 주셨는지 물었더니 열심히 잘할 것 같아 추천해 주셨다고 하더군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19년 째 업을 이어가고 있는 희망가게 창업주 김영신 대표
19년 째 업을 이어가고 있는 희망가게 창업주 김영신 대표 (사진제공: 해든D&P)

Q. 처음 희망가게를 창업했을 때는 어떠셨어요? 지금과 비교하면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A. 처음 창업할 때는 집도 없고 돈도 없었어요. 매출은 노력에 비해 적었고, 직원들 월급 주기도 정말 힘들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월급과 협력업체 결제는 단 하루도 미뤄본 적이 없습니다. 통장에 4만 원 남았던 기억이 있고, 일반 대출이 안 돼서 보험 약관 대출을 받아 버텼던 적도 있습니다.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지만,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이런 상황을 부딪히며 바꿔보려 갖은 노력을 다 했던 것 같습니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상황이 조금씩 나아져 지금은 좀 더 수월하고 의연하게 사업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쫄쫄 흐르던 냇물이 큰 강으로 들어간 느낌입니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어렵고, 늘 저와의 싸움이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지금 알았던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은 열심히 일하고 무언가를 알게 된 후에 느끼는 감정일 것입니다.

지금은 아이가 잘 성장해 대학에 다니고 있고, 경기도에 제 명의의 조그만 아파트도 있습니다. 가장 신뢰받는 두 군데 신용기관의 신용점수 1,000점을 기록했고, 당초 사업계획서에 계획한 금액의 몇 배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그동안 참 많은 걸 해왔구나!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죽고 싶다고 내일도 죽고 싶은 건 아니다’라는 문구도 떠오르네요. 참고 이겨내고 노력하면 좋은 날도 꼭 옵니다.

Q. 희망가게 대출상환을 완료한 시기는 언제였나요?

A. 2012년 6월에 조기 상환했습니다. 기본적인 상환 기간은 7년*이었지만, 상환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5년으로 정하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정확히 5년 만에 상환을 완료했습니다.
※현재 희망가게 상환 기간은 최대 8년입니다.

상환 완료 후 고마운 마음에 체리를 몇 상자 준비해 아름다운재단에 인사를 갔는데, 커다란 보드에 5년 동안의 상환 과정 데이터를 표로 정리해주셨어요. 하단에는 ‘참 잘했어요’ 도장까지 찍어 보여주셨죠. 그때 마음 속으로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상환이 완료되어서 표면상으로는 희망가게를 졸업했지만, 저는 늘 희망가게의 일원이라는 생각입니다.

Q. 희망가게 매니저님들과 소통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A. 저와 같은 희망가게 대표들은 사업과 육아 등을 혼자 감당하느라 어깨가 무겁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데요, 희망가게 매니저님들이 때로는 친구 같고 가족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저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존재같아요. 명절에 보내주시는 선물이나 가끔 챙겨주는 이벤트에도 감동을 받았고, 항상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Q. 희망가게의 초창기를 함께해 주셨던 만큼 희망가게 20주년 행사 전시에도 참여하셨었는데, 그때 소회가 어떠셨어요?

A. 희망가게 지원을 받았을 당시, 제 딸이 5살이었어요. 저도 마치 5살 아이 같은 사장이었습니다. 마음이 여렸고 불안했으며, 삶이 힘들고 다가올 미래가 무서웠습니다. 희망가게 20주년 행사에 대학생이 된 딸과 함께 참석했는데, 아이도, 저도, 희망가게도 모두 큰 나무처럼 성장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이 많았겠지만, 무탈하게 20년을 열심히 살아온 저와 아이, 그리고 희망가게 모두에게 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김영신 대표가 오랜기간 사용했던 컴퓨터 마우스, 19년의 땀과 눈물이 담겨있다.

Q. 19년간 한 가지 업을 이어오면서 지켜온 소신은 무엇인가요?

A. 희망가게 대표님들은 항상 최선을 다해 살고 있고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대부분입니다. 저 역시 이렇게 열심히 살면서도 명확하게 나를 이끌어 주는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대부분 그렇겠지만 혼자 사업을 끌어오다 보면 모든 결정과 책임이 오롯이 저의 일이기에 누구에게 기대거나 답을 얻거나 조언을 얻기 힘들고, 결국 스스로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후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기다린다’는 뜻의 사자성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소신으로 삼고 살아왔어요. 저는 제 자신을 넘어서는 게 가장 힘들다고 늘 생각했거든요. 어떤 일을 할 때, 아니면 어떤 상황이 발생해서 해결해야 할 때, 가끔은 돌아가고 싶고, 포기하고 싶고, 안주하고 싶고, 도저히 안 될 것 같이 앞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항상 이 문구를 되새기며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최선을 다했어?’, ‘좀 더 할 수 없었어?’, ‘다른 방법은 없어?’, ‘한 번만 더 해볼까?’ 스스로 질문하면서 조금 더 노력하고, 좀 더 알아보고, 한 번 더 확인하고, 하기 싫어도 묵묵히 하루하루 앞만 보면서 나갔습니다.

정말 시간이 모자라서, 물리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저를 수도 없이 넘어섰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굉장한 발전은 아니어도, 조금씩 나아졌고, 당연한 말이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더불어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노력한 후에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후회나 아쉬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또 이런 결과가 바라는 목표에서 빗나갔다고 보여져도 제가 노력한 부분은 언제든 다른 상황에서 선물을 가져다 주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 노력하면 빌딩 샀어야지’ 하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저 웃으며 넘깁니다. 이렇게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은 제가 할 수 없는 일이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결과로 얻어진 것만이 사소한 것이라도 진정한 행복을 주는 제 것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딸도 다 컸는데 좀 쉬엄쉬엄해도 되잖아?’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미용실에 가보세요. 원장님이 제일 바쁘잖아요. 손님들은 누구나 원장님을 찾으니까요. 청담동 원장님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저는 저를 필요로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진인사대천명’을 생각하며, 그게 일이든 가족이든 무엇이든 여전히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Q. 오랜 기간 사업을 하면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저에게는 딸이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살고 싶은 목적과 목표를 주었고, 선하고 바르게 살아야 하는 동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딸을 생각하며 아플 때도 아픈지 몰랐고, 힘들 때도 힘든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이제 딸은 제 친구이자 남편, 또 다른 저 자신인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계획을 세우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분야든지 너무나 변화가 많고 다양하며 빠르기 때문에 장기적이거나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짧게 계획하고 실행하며 공부하면서 노후 준비와 함께 열심히 일할 계획입니다.

Q. 희망가게 창업에 도전하시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A. “두려움은 하늘을 날고 싶은 아기새의 가장 큰 적이다. 내가 원하는 세상은 두려움을 이기고 날아간 언덕 저편에 있다. 두려움 때문에 꿈을 접는 것 만큼 어리석음은 없다.” ‘TV동화 행복한 세상’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글입니다. 방송 끝머리에 그림과 함께 순식간에 스쳐간 내용이었는데 너무나 마음에 와닿아 한 번 듣고 바로 외워 다이어리가 바뀔 때마다 적어 놓고 한 번씩 읽곤 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마음이 간다면, 되든 안 되든 무조건 시도해 보세요. 아쉬움이나 후회가 없도록… 안 돼도 괜찮습니다. 누구나 같은 입장이고, 모두가 걱정하며 두려움과 함께 도전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노력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그대로 보고 배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말보다 우리의 사람됨이 아이에게 훨씬 더 많은 가르침을 준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바라는 바로 그 모습이어야 한다.’는 말처럼요.

 

김영신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저는 희망가게가 단순한 창업지원이 아닌 여성들의 꿈과 열정을 실현하는 곳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9년간의 경험과 소신이 담긴 이야기가 많은 후배 창업주들에게 영감을 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여성들이 성공적인 여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희망가게가 함께 하겠습니다.

1 thoughts on “19년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성공… ‘진인사대천명’ 소신 덕분에 가능했죠.

  1. 김은희 says:

    저도 힘든상황에서 이글을 읽고 두려움을 버리고 희망을 품어 봅니다.
    눈물이 흐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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