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인터뷰] 희망가게 사업으로 삶을 단단하게 일군 여성 창업자들

희망가게 창업자인 이경희, 주옥자 님의 이야기

아름다운재단의 ‘아름다운세상기금’으로 운영되는 한부모여성 창업지원 사업, 희망가게. 이 사업은 1호점을 지나, 어느덧 508호점으로 확대돼 창업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삶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그런 희망가게가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했는데요. 희망가게가 걸어 온 그간의 길을 살피기 위해, 앞으로 희망가게가 걸어갈 시간을 더욱 단단하게 할 동력을 위해 희망가게와 함께 해온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어느덧 이야기의 마지막, 이번 주인공은 영어수학 전문학원인 ‘토브학원’을 운영하는 이경희 님, 건강식품 겸 로또 판매점 ‘모든홍삼’을 운영하는 주옥자 님입니다.

희망가게로 삶의 끈을 붙잡은 순간

살다보면 전혀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여럿 겹치는 순간이 있습니다. 혼자 가정을 책임지게 된 한부모 여성들의 삶이 그렇죠. 무너진 삶을 붙잡으려 할 때, 여성들의 눈에 들어온 해결책이 희망가게였습니다. 희망가게에 최종선정된 후 사업을 일궈가면서, 창업자들은 무너졌던 삶을 일으키고 자립을 향한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이경희창업주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희망가게 창업주 이경희

“이혼과 더불어 암을 앓았어요. 경제적으로든 건강으로든 어려운 상황이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나를 도와줄 기관이 있을지, 발판이 되어줄 뭔가가 있을지 하는 마음으로 매일 인터넷을 검색했어요. 그러다 찾은 사업이 희망가게예요. 신용문제로 선뜻 신청을 못 하다가, 문제가 해결되고 5년 후에 희망가게에 지원했고 최종 선정자로 뽑혀서 무척 기뻤어요. 희망가게 선정 당시 엄마를 모시고 살았는데 엄마가 파킨슨병을 앓고 계셨어요. 그러다가 2017년 3월에 돌아가셨거든요. 엄마를 보내고 무척 힘들었는데 희망가게에 선정되면서는 그 슬픔조차 잊고 일을 했어요. 무엇보다 제 딸을 키워야 했거든요. 매장 부지를 알아보는 등 희망가게를 준비하면서 엄마를 보낸 아픔을 견뎌갔어요. 희망가게에 선정되지 않았으면 그 시간이 몹시 힘들었을 거예요.” -이경희

주옥자창업주가 계산대에서 작업을 하고있다
희망가게 창업주 주옥자

“신용 불량자 상태로 다른 가게에 취업해 있었는데, 그 가게 주인이 갑자기 지방으로 이사가게 되면서 저보고 가게를 인수하라고 제안했어요. 하지만 인수할 자금이 없었죠. 우연히 인터넷에 ‘창업자금’ ’창업자금 대출’이라는 단어로 검색했는데 검색결과에 희망가게가 나왔어요. 무보증 무담보고 신용불량자도 대출 가능하다고 돼 있었죠. 지원사업을 어떻게 신청할지도 잘 나와 있었고요. 사업계획서를 써냈고 서류와 면접심사를 통화했어요. 최종선정 후 창업 관련교육을 받았던 게 정말 좋았어요.” -주옥자

사업에서 어려움을 만났던 순간

희망가게 선정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자기 점포를 연 기쁨도 잠시. 궤도에 오른 사업도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어려움 앞에 주춤거립니다. 버틸 것인가 접을 것인가. 창업자들의 입장에선 뾰족한 해결책이 안 보일 순간일 텐데요. 창업자 본인의 노력, 여기에 창업자들의 어려움을 함께 버텨준 사람들 덕에 이들의 사업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칠 때 힘들었어요. 그때 학원이 한달 을 통째로 강제 휴강을 하게 됐죠. 쉬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쉴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강제 휴강이 끝난 후 어머님들이 과연 아이들을 다시 학원에 보낼지 알 수 없었구요. 다행히 휴강 후 80% 정도의 학부모님들이 다시 학원으로 아이들을 보냈어요. 그렇게 학부모님들이 저를 믿어주신 덕분에 코로나 시기를 무사히 건너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희망가게 매니저님들도 무척 신경을 많이 써주셨고요. 이런 저런 부분들이 합쳐져 제가 그 시기를 잘 겪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원래 초등부 학생 대상으로 운영하던 학원을 초등부 졸업한 어머님들의 요청으로 중등부까지 운영 중이고요. 학원 6년 차에 최근 계약을 갱신했어요.” -이경희

“2009년 지금의 가게를 인수했을 때, 꽤 잘 되던 가게가 제가 운영하면서부터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어요. 잘 되는 가게를 인수했는데 나는 왜 안되는지, 그 고민이 컸어요. 주변 찜질방에 가서 박스로 팔던 홍삼음료를 낱개로 팔기 시작했죠. 개별로 파는 건 사가기 쉬우니까요. 4년 정도는 1년 365일에 360일 정도 근무했어요. 그때는 제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였는데, 음료를 사 마시러 온 분들이 어떻게 마시냐고 물어보면 잘 설명해드리지 못했거든요. 남들은 어떻게 물건을 파나 싶어서 다른 가게에 가서 운영하는 분께 직접 묻기도 했죠. 공동구매도 해보는 식으로 계속 노력해서 4년 정도 버티다 보니 자리를 잡아갈 수 있었어요.” -주옥자

 

희망가게를 만난 후 생긴 변화

창업의 여러 굴곡을 거쳐, 희망가게 창업자들은 좀더 단단한 모습의 사업가로 성장했습니다. 이들의 성장은 사업에서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삶의 희망을 붙잡았다는 점에서 마음의 성장까지 해냈죠. 희망가게의 도전경험이 때로는 인생의 다른 부분을 시도할 때도 용기가 됐는데요. 그 과정에서 창업자들의 삶에 행복이 더해지는 순간이 생겨났습니다.

“희망가게를 하기 전에는 무척 우울했어요. 돈도 없었고 어딘가에 취업하기에도 어려운 상태여서 어떤 일을 못 했어요. 집에서 공부방을 하면서 조금씩 생활했는데, 그걸로는 성이 안 차더라고요. 희망가게를 만나 학원을 차린 다음부터는 이렇게 결심했어요. ‘나는 이 학원을 잘 운영할 거야, 앞으로 잘 살 수 있을 거야’ 그런 생각에 하루가 무척 행복해지더라고요. 예전에는 하루가 검정색이었다면 지금에는 밝은 빛으로 바뀌었어요. 올해부터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어요. 상담 공부를 시작했는데 아이들을 위해 공부한 거거든요. 학원 아이들을 보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제가 그 아이들에게 공부 말고 도움을 줄 방법이 없더라고요. 근데 아이들보다 저에게 더 공부가 돼요. 대학원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저에 대해 알아가고, 그런 깨달음을 학부모나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지고요. 새로운 것들을 깨달아가니 요즘이 더 행복해요” -이경희

“자존감이 높아졌어요. 제가 신용불량자에 경제적으로 바닥에 있었는데, 희망가게를 하게 되면서 사장님이 돼 16년 동안 이렇게 사업을 하고 있죠. 아이들이 제가 운영하는 가게로 친구들을 데리고 놀러올 때 뿌듯하고요. 그런 식으로 내일을 꿈꿀 수 있게 됐다는 거, 희망을 가졌다는 게 제일 커요.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던 제가, 희망가게를 하고 창업을 하니까 자존감이 올라가더라고요. 그래 이것도 한번 도전해볼까, 이런 마음이 된 거죠. 직접 영업까지 해서 사업이 자리를 잡게 됐잖아요. 딸 둘을 다 키워 집을 사서 결혼시켰고요.” -주옥자

 

희망가게에 도전하려는 이들을 위한 당부

창업자들은 이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을 격려할 정도까지 성장했습니다. 후배 창업자들을 위해 남긴 조언에서 창업자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가 엿보였는데요. 주저 않고 행동할 것. 노력의 힘을 믿을 것. 희망가게를 통해 단단한 삶을 일궈낸 창업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용기의 말입니다.

이경희 창업주가 화단에 앉아있다
희망가게 창업주 이경희

“살면서 꽃길만 걸을 줄 알았어요. 저에게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죠. 이혼을 겪고 암에 걸리고, 이러다 보니 살아서 아이를 키우는 게 인생 최대목표가 됐어요. 지금은 물질적인 행복보다 딸이 잘 크고 내가 건강하게 하루하루 지내는 것. 매일이 제 인생의 시작 같아요. 자영업이라는 게 잘 되면 너무 좋죠. 하지만 안 될 때가 더 많을 거예요. 그때마다 포기하면 안돼요. 그럴 때는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면 좋겠어요. 어떤 분이 그러는데, 힘들 때는 일찍 일어나 매장에 가라고 하더라고요. 제 경우는 학원 수업시작 시간이 2시이지만 오전부터 나와 수업준비를 해요. 그러면서 내가 이 학원을 위해 더 할 게 있을지 많이 고민해요. 마음을 다잡고 버티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 희망가게에 지원하려는 분들은, 일단 희망가게의 문을 두드리려고 마음 먹으셨잖아요. 그러면 바로 행동하시길 바라요. 주저하지 말고 행동하면 반은 성공한 거거든요. 절대 무서워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꼭 기회를 잡으세요.” -이경희

주옥자 창업주가 매장밖에 서있다
희망가게 창업주 주옥자

“흔히들 힘들 때 내일이 안 보인다 하지만 내일을 준비해야 해요. 정말 열심히 했는데 왜 잘 안되나 싶겠지만 그게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어요. 남들이 하는 걸 겉으로 봐서는 잘 몰라요. 제 가게만 봐도 복권도 팔고 홍삼도 팔고, 얼마나 좋아보여요. 하지만 속은 모르는 거잖아요. 가게를 유지하려면 본인이 노력해야 하고, 그 노력을 해내니까 가게들이 계속 유지된다고 봐야죠. 남만큼 하는 게 노력이 아니라, 그 이상을 해야 노력이에요. 남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기, 그러면서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주옥자

 

글 이상미 / 사진 김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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