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가게와 함께 창업을 해나가는 여성들. 그들은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노력을 기울입니다. 다만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자신의 노력에 확신을 하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지금의 노력이 실제로 결실을 맺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과정의 연속이겠지요. 이런 어려움에도 희망가게는 창업에 뛰어든 여성들의 손을 잡고 든든한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희망가게 401호점인 카페르방을 운영하는 황순남 대표. 그는 자신의 노력이 언젠가 좋은 결실을 맺는다는 걸 믿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자신이 무엇에 뛰어들 수 있는지를 찾아내고, 찾아낸 그 분야에 대해 배우고 몰입하는 과정. 결국 스스로 목표하던 바를 이뤄내고 사업체를 키워낸 그의 모습에서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일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습니다.
황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르방. 그날 만든 빵과 향긋한 커피향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들었던, 희망가게와 함께 해온 그의 여정을 들려드립니다.
창업을 결심할 때 어떤 상황이셨을까요?
직장생활을 오래 했어요. 종류를 안 가리고 일했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후부터는 제 마지막 경제활동을 하고 싶은 일로 해볼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때 떠오른 게 커피였어요. 커피 전문점에 있는 바리스타분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관심이 생기면 몸을 움직이는 성격이라 커피가 맛있는 곳에 직접 찾아가곤 했어요. 커피에 대해 배우면서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고요. 가능하면 관심 있는 분야를 일로 시작했을 때 그 자체로 기회가 될 수 있게 준비를 해두는 편이거든요. 커피만으로는 경쟁이 안 되니 제빵 분야도 함께 준비해서 카페 겸 베이커리를 오픈했어요.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희망가게 사업과 연결된 과정도 궁금해지네요.
고용센터에 가서 상담을 받는 등 창업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도움 받을 곳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가 동사무소에서 희망가게 사업 유인물을 보게 됐죠. 그렇게 희망가게 사업에 첫 지원 했는데 결과는 탈락이었어요. 그때가 커피 자격증 시험을 봤을 때였는데, 준비과정이 짧다 보니 제가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상태였거든요. 이후 자격증을 마무리하고 학원 원장 선생님을 통해 베이커리에 취직해 10개월간 현장경험을 쌓으면서 희망가게 사업에 다시 지원했어요. 일을 하던 도중 유니폼을 입고 희망가게 심사현장에 가기도 했지요. 그즈음 팔에 일하다가 베인 상처도 있었거든요. 심사위원분들이 그런 식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높게 평가해주시더라고요. 결국 희망가게 심사를 통과해 창업하게 되었지요.
직접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쳐본 후에 자기 사업으로 움직인 거네요.
현장을 경험하면서 많이 부딪혔죠. 일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제대로 배운 경험이 부족했음에도 계량이나 반죽처럼 책임감이 필요한 일을 해내야 하기도 했어요. 더 큰 곳에서 일하면 처음부터 그런 힘든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속상한 마음도 들더라고요. 근데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에서 일할 수 있었기에 경험치가 쌓였겠지 싶어요. 모든 일이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응어리로 남을 수도 있고, 감사하게 남을 수도 있겠죠.
사실 카페는 많은 사람이 창업하는 분야잖아요.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업종일수록 어떤 부분을 차별화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으셨을 듯해요.
우선, 제가 카페를 창업한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어요. 그래서 동네가 어떤지에 대해 정확히 알아요. 유동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이 동네에 어떤 연령층의 사람들이 많이 사는지, 어떤 종류의 빵들을 좋아하시는지까지도요. 사전에 기존에 있던 동네 베이커리 두 곳을 답사했어요. 그러면서 “깨끗하게, 그날 만든 빵을 그날 팔아보겠다”로 차별화 요소를 정했죠. 부지런히 알아보고 다녀보는 만큼 내 사업의 플러스로 작용하더라고요.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해요. 스스로 해내야 해요. 생각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희망가게 사업이 사업 운영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식이었나요?
궁금한 게 있으면 희망가게 간사님에게 바로 전화를 했어요. 그런 식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기도 하고, 제가 하는 고민과 관련해 앞서서 잘 하고 있는 분과 연결되기도 했죠. 희망가게를 통해 안동에서 디저트 사업을 하는 권진경 대표님을 소개받았어요. 권 대표님의 경우 냉동보관이 가능한 쿠키를 선물용으로 주문받으신다는 거에요. 한꺼번에 만들어놓고 미리 준비할 수 있으니 그만큼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는거죠. 사업을 계속하면서 했던 고민이, 사업의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무한정 시간과 체력을 투자해서 일하기엔 한계가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권 대표님의 사례에서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얻었죠.
현장 경험을 쌓고, 희망가게 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더라도 사업 운영과정은 분명 어려움의 연속이었을 것 같아요. 특히 사업 초반의 1년 동안 버티는 게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 과정을 어떻게 헤쳐나가셨을지도 궁금합니다. 한창 코로나 상황이 시작됐을 때 가게를 여셨지요.
코로나가 터진 그해의 2월 7일에 가오픈하고 3월 10일 정식 오픈을 했어요. 매장에 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싶었는데, 동네 분들이 집에 머물면서도 아이들 간식은 줘야 하니까 2~3일 정도 쟁여두고 먹을거리를 사러 가게에 오시더라고요. 판매는 되고 있었지만 매장에는 손님이 없으니 시간을 맞춰 빵을 만들어 포장하는 등 일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재난지원금도 받을 수 있어서 사실상 코로나가 어렵지 않았어요.
코로나 상황이 아니어도, 사실 처음 매장을 오픈하면 불안해요. 제 경우에는 매출 목표를 잡고 저만의 운영 기준을 정해보았어요. 예를 들면 주중에는 일찍부터 매장을 운영해도 일요일에는 쉰다는 기준을 세우는 식인 거죠. 가족들과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매출 목표도 단계적으로 잡았어요. 일단 달성해야 하루 매출을 낮게 잡고 점점 올리는 거죠. 지금 저는 제가 목표했던 하루 매출을 달성하고 있어요.
창업하고 희망가게 사업과 만나게 되면서 스스로의 성장을 이루셨다는 확신이 느껴지네요.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요? 그간의 경험을 돌아보면 무엇을 얻은 것 같나요?
매출이 늘고 있어서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되죠. 제가 지원받은 부분을 부담 없이 갚아나가면서 월세를 낼 수 있고요. 지금으로선 마음이 즐거워요. 나중에는 저처럼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있다면 작은 것부터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은 나눠야겠다고 생각해요. 제가 어려움을 겪어 왔잖아요. 사업을 하면서 느끼게 된 건, 지금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면 조금이라도 젊고 체력이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는 거예요. 체력과 건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게 사업 같아요. 조금 더 있다가. 혹은 나중에. 이런 식으로 이후에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 안돼요. 해봐야지 생각하는 게 있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해보는 게 좋아요.
앞으로의 새로운 계획이 있으실까요?
내년쯤에는 힘을 덜 들이면서 생산력을 높일 방법을 생각해내고 싶어요. 사업에 필요한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계속 찾아보고, 꾸준하게 바꿔보려 하고요. 예전에는 제빵 관련 지식을 배우기 어려웠는데 기능장 같은 분들이 운영하는 유튜브도 있고 자기의 오랜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새로운 메뉴 접할 기회를 늘리려 해요. 계속 찾아보고 만들어보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부분은 구해보는 거죠. 그리고 훨씬 나중의 일이겠지만, 더 나이가 들어 지금 하는 사업을 안 했을 때까지를 감안해서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보고 싶어요.
희망가게 사업에 새로 함께하게 될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창업 준비를 할 때 너무 겁내지 마세요. 희망가게에 지원하는 분들은 스스로 작아졌다고 느끼는 상황일 거예요. 그럴 때는 크게 숨 한번 들이키고 속상하면 큰소리로 엉엉 소리 내서 울기도 해보는 거죠. 시간이 지나면 어떤 상황이 나에게 기회가 되거나 좋은 작용으로 다가올 수 있어요. 또한, 주변의 한 사람 정도는 내가 힘든 걸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도 좋아요. 숨기거나 참으려 하지 마세요. 남들이 나의 힘든 부분을 아는 게 싫겠지만 내가 건강해야 아이도 챙길 수 있잖아요. 그리고 저의 경우 한부모 가정이 된 지 9년째인데, 그간의 노력한 과정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거라 생각하거든요. 노력한 만큼 고생한 결과가 스스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날이 분명히 와요.
직접 발로 움직일 것. 그 과정에서 스스로 깨우칠 것. 항상 고민하고 성찰하며 미래를 그려갈 것. 황순남 대표의 이야기에서 읽혔던 것은 창업의 길을 닦아나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사업 참여자의 주체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희망가게와 함께 하는 과정에서 그가 일구고 싶던 꿈은 현실이 되었고, 다시 황 대표 본인의 자신감으로 연결되었지요. 이런 자신감을 도전하는 여성들의 당연한 몫이 될 수 있도록, 아름다운재단 희망가게 사업은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는 모습으로 여러분과 함께할 것입니다.
창업으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싶다면, 성장의 과정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행복한 삶을 나누고 싶다면, 주저 없이 희망가게와 함께 해보세요!
글/이상미 작가, 사진/임다윤 작가
이집 빵 담백하고 맛있어요
최애는 생크림 찍어먹는 바케트빵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