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창업이지?”
2014년 2월 3일 희망가게 사업담당자로 인사발령을 받고서 들었던 생각이다.
“왜 창업을 해? 그렇게 어려운데. 그냥 일자리 만들기를 해야지. 레드오션에 들어가는 전략을 택하다니. 답답한 사업이군”
이런 생각은 사업하는 동안 나를 힘들게 했다.
“거봐, 안 되잖아, 자영업은 안돼”, “창업 말고, 다른 사업 해야 돼”
“요양병원을 짓는 거야! 그래서 여성 가장으로 가득 일자리를 채우면 되겠군!”
그러다 덜컥, 16년도 올해부터 <빈곤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신규사업개발>이라는 업무를 맡았다. 재단의 전략사업으로 지정되어 “희망가게 사업의 도약기회를 마련한다.” 는 목표도 있다.
올해 1월,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3월부터 5월까지 18개 단체를 방문했다. 여성발전센터부터 서울시 비영리 IT 지원센터까지 다양한 단체를 만나보았다. 창업이 아닌 방법을 고민하고(다른 방법이 없는지) 또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는지 머리를 맞대며 자문하고 다양한 사례를 보았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시 ‘창업’이였다. 지금부터 왜 다시 창업해야 하는지, 왜 다시 창업으로 돌아갔는지 그동안의 과정을 정리하고자 한다.
“자립이란, 본인 스스로 일어서는 것”
자립에 대해 정의부터 시작했다. 자립이란, ‘스스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다. 희망가게 사업에서의 경제적 자립의 개념은 엄마들이 스스로 경제활동 통해서 아이들과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스스로’ 발전하고 ‘스스로’ 노력하고, ‘스스로’ 성취하는 사업, 그런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경제적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은 <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하거나 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취업하면 경제적 자립이 완전히 해소되나?”
“일자리는 자립 사업이 아닌가?”
이런 질문이 쏟아졌다. 일자리 사업도 가능하다. 모든 노동자는 노동 활동을 통해 경제적인 자립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가게 사업이 추구하는 ‘경제적 자립’은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부분이 있다.
아름다운재단이 어떤 복지사업이나 사회적 사업에 투자해서 일자리를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다. 언제까지 재단에서 여성가장의 일자리를 책임질 수 있을까? 또 여성가장으로만 사업장을 채울 수 있는가? 또 얼마나 급여를 줄 수 있는가? 그 급여는 외벌이로 살아가야 하는 한부모여성가장에게 충분한 금액인가? 이들이 더 노력해도 많이 못 받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재단의 지원사업을 떠나, 퇴직 이후 어머님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재단에서 만들 수 있는 일자리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다. 공무원처럼 안정된 연금제도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원히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 울타리 안에서 있는 게 아니라, ‘지원사업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자립’을 생각하다 보니, 여러 가지 한계가 눈에 보였다.
일자리를 주는 사업은 쉽다. 말 그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면 된다. 그러나 우리가 만들어준 ‘일의 자리’가 없어져도, 그들이 스스로 ‘일의 자리’를 찾는 것, 스스로 ‘일’을 만들 힘을 길러주어야 진정한 의미의 ‘자립’이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희망가게 사업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일자리 사업’은 보류했다.
그럼, 창업을 하거나
또 창업이냐 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창업은 결이 좀 다르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여러 명이 함께 운영해서 규모화하고, 내가 나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만드는 건 어떤가? 이미 사회적경제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다. 특히, 한국은 최근들어 ‘양적’성장을 한 사례다. 많은 단체가 협동조합 방식으로 지원을 모색하고 있고, 특히, 서울시는 ‘여성공예업종’을 ‘사회적경제’와 연계지어 활성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희망가게사업의 대상자인 한부모여성가장분들의 처지와 다르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의 경우 기업이다. 투자를 해서 오랫동안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업종이다. 여성가장들은 당장 돈을 벌어야 한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생계형’ 창업이다. 한부모여성가장 분들과 맞지 않다.
자활센터에서 자활기업이 가능한 이유도 ‘수급비’와 같은 안정된 수당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희망가게를 지원하는 어머님들의 60%이상이 생계급여를 거의 못 받는 조건부 수급이나 한부모보호대상가구가 전부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데, 사회적경제가 어쩌고 협동조합이 어쩌고 할 겨를이 없다. 안타깝다.
그렇다면 소셜프랜차이즈는 어떤가? 소셜프랜차이즈는 기존 프랜차이즈 형태를 가지고 오되, 본사가 물류 이익을 뺏어가는 형태가 아닌, 본사의 이익을 가맹점주에게 환원하고, 함께 발전해 나가는 것을 뜻한다. 프랜차이즈 형태는 쉽고, 규모화 되어 단가도 낮고, 추세에 맞는 메뉴 개발을 본사에서 해줘,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한다. 공장에서 물류를 통해 나온 재료를 다듬어 조리만 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프랜차이즈점의 경우 본사의 브랜드 경쟁력이 탄탄하지 않으면 즉, 본사가 망하면 가맹점주들도 같이 망한다. 2015년 밥버거가 유행이었다. 유명 프랜차이즈 점인 ‘B 밥버거’의 경우 하루에 하나꼴로 오픈했을 정도다. 그러나 유행이 끝나고, 2016년 지금은 밥버거 열풍은커녕 밥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프랜차이즈가 무너지면 수많은 가맹점주는 거리로 나앉는다. 더 나아가 이분들에겐 기술이 없다. 요리법이 없고, 공장에서 나온 음식을 조리하는 수준에 그친다. 음식 기술을 배울 수 없으므로 한계가 있는 사업이다. 희망가게가 꿈꾸는 진정한 자립에 거리감이 있다.
결국엔 창업인가. 그렇다. 또 창업이다.
그럼 어떤 창업을 해야 할까?
지금까지의 희망가게는 준비된 창업주를 선발, 매장 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희망가게 신규사업은 준비가 되지 않은 창업주를 준비시키고, 선발하는 ‘사전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자립을 꿈꾸는 엄마들이 있는 곳이라면 찾아가서 창업컨설팅을 해주고, 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이 교육을 잘 받은 분만 선발하여 작지만 강한 가게를 만드는 것을 해야 한다.
“준비된 창업, 안정된 전략, 작지만 강한 가게” 희망가게의 미래다.
희망가게 신규사업은 ‘미래의 희망가게’를 만드는 사업, <NEXT 희망가게> 를 만드는 사업이어야 하지 않을까?
글 | 황선민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