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가게 134호점 ‘에코헤어’ 이경옥 대표 (갑상선 수술, 치아 수술)

광주광역시의 한 미용실. 열 세평 남짓한 공간에 미용 의자 세 대가 놓여 있다. 한쪽에는 담화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과 차도 준비되어 있다. 벽에는 미용사 자격증과 나란히 가족사진이 보인다. 사진 속 주인공은 희망가게 134호 <에코헤어>의 이경옥 대표와 그녀의 자녀인 쌍둥이 남매이다.

'에코헤어' 전경

광주지역 희망가게 134호점 ‘에코헤어’

7년 전, 그녀는 한 미용실에서 점장으로 일했다. 월급이 고정적으로 들어왔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쌍둥이를 키우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업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없어 여행은커녕 아이가 아파 병원에 데려가야 할 때도 발만 동동 굴러야 할 때가 많았다. 게다가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주말까지 일하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했다. 어느 날 딸이 그녀에게 말했다.

“엄마, 우리는 놀러 다닌 추억이 없는 거 같아.”

고민 끝에 그녀는 창업을 결심하고 일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막상 가진 게 없어 가게 구하는 일부터 막막했다. 그때 지인의 소개로 ‘희망가게’를 알게 됐다.

“무엇보다 사업 취지가 좋았어요. 우리가 낸 상환금으로 또 다른 한부모 여성을 지원하는 거잖아요. 나 같은 사람에게 희망이 준다는 게 좋았어요.”

발품을 팔아 시장조사하고 동광대학교 근처에 있는 가게를 임대했다. 운 좋게도 이미 미용실을 운영하던 곳이라 인테리어비가 따로 들지 않았다. 그녀는 “일이 풀리려고 그랬나 봐요”라며 웃는다. 혼자 하는 일이 어렵지 않냐 물으니 미용을 배울 때도 하루에 백 명의 커트는 거뜬히 해냈다고 말한다. 어려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창업하길 잘했다 느끼는 이유는 그녀도 아이들도 생활의 안정을 찾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학교 끝난 뒤 엄마를 만나러 올 수 있는 공간이 생겼어요. 항상 그 자리에 엄마가 있으니까 아이들도 안정감을 느끼는 거 같아요.”

건강권 지원으로 되찾은 미소

희망가게가 선물해준 건 삶의 안정감뿐이 아니었다. <건강권 지원사업>은 그녀가 몰랐던 갑상선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게 해주었다. 만약 검진을 받지 못했다면 큰 병으로 발전했을지 모르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미용하는 사람들이 갑상선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고 들어서 걱정이 많았어요. 다행히 건강검진 지원을 통해 병을 일찍 발견했어요. 일 년 정도 관리만 하다 올 5월에 간단한 수술을 마쳤어요.”

작년에는 치과 치료도 지원받아 오랜 고통을 끝냈다. 그전까지 그녀는 한쪽 어금니가 닳아 없어진 상태였다.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게 됐고, 턱이 틀어지거나 빠지는 심각한 상황이 반복됐다.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니 체하는 것도 일상이었다. 게다가 오래전 임플란트 시술을 했던 앞니가 내려앉아 사람들 앞에서 편히 웃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경제적 비용에 대한 걱정이 앞서 섣불리 진찰도 못 받던 그녀였다.

“이제 오징어도 씹을 수 있어요. 전에는 껌도 못 씹었는데 말이에요. 치아는 생명과 직결된 거잖아요. 치료받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다음 달에 앞니까지 치료를 마치면 이제 편하게 웃을 수 있겠죠?”

작년 8월부터 그녀는 치과를 꾸준히 다니며 어금니 치료를 마쳤고, 다음 달 앞니 치료를 앞두고 있다. 당장 먹는 것이 편해지니 일상의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다. 무엇보다 가게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이경옥 대표가 손님의 머리를 만지고 있는 모습

광주지역 희망가게 134호점 ‘에코헤어’ 이경옥 대표

삶의 디딤돌이 되어준 희망가게

지난 30년, 슬럼프도 있었다. 나이가 들고, 관리자의 위치가 될수록 미용 말고 신경 쓸 일이 많았다. 창업 이후에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저가 미용실 때문에 위기가 여러 번 닥쳤다. 그럼에도 자신의 꿈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묵묵히 버텼다. 덕분에 얼마 전 큰 보람을 맛봤다.

“얼마 전 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어머님, 따님 롤모델이 누군지 아세요? 글쎄 어머님이라고 하더라고요.’ 일하느라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 못난 엄마인데 아이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성실히 달려온 결과, 올 12월이면 대출금 상환도 끝이 난다. 후련하기보다는 아쉽다. 희망가게로 맺어진 인연들이 끊어질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녀에게는 희망가게가 삶의 큰 디딤돌이다.

“대출금 상환이 끝나고도 연이 끊어지지 않으면 좋겠어요. 희망가게로 만난 사람들이 좋아요. 만나면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하고 힘을 받거든요. 그러니까 아름다운재단이 더 고마워지는 거죠. 여기는 정말 아름다운 거 같아요.”

그녀는 앞으로 자신이 받은 지지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베풀며 살고 싶다. 그녀가 미용 봉사를 다니고, 천사급식소를 후원하는 이유다. 벌이가 좋아져서만 아니라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외상을 하겠다는 손님이 있어도 마음 편히 받아들인다. 미용 외길 30년, 묵묵히 버티다 만난 희망가게란 행운을 떠올리며 그녀는 오늘도 웃는다.

'에코헤어' 이경옥 대표의 미소

광주지역 희망가게 134호점 ‘에코헤어’ 이경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