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연대와 소통을 이야기하는 영화 바그다드카페

다시보는 인생영화 ‘바그다드카페’

나는 약속이 없는 금요일 저녁이면 혼자 광화문에 있는 독립예술영화관으로 간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한 나에게 주는 작은 보상이자 선물이다. 재단에서 출발하면 걸어서 10~15분 정도면 상영관 앞에 도착한다. 작은 상영관에서 감상하는 영화 한 편은 세상 어떤 것과도 대체할 수 없는 위로와 공감을 주기도 한다. 그중에 한 편을 소개하고 싶다.   

포스터이미지

영화 바그다드카페 Bagdad cafe는 무려 1987년에 제작된 미국/독일 영화다.  대학교 1학년 때 누군가의 추천으로 보았던 영화였는데 최근 재개봉 중이라는 말을 듣고 극장에서 한 번 더 보았다. 아쉽게도 메가박스에서만 단독개봉하고 이제 재개봉 기간도 다 끝나간다. 바그다드카페는 다시 보아도 나의 인생영화. 

바그다드카페1

# 영화 줄거리. 바그다드카페에 찾아온 낯선 여자

 영화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주변의 황량한 사막에서 시작된다. 야스민(독일 백인 여성)은 남편과 격렬하게 싸우고 길 한가운데서 헤어지기로 결심. 트렁크 하나만 들고 길에서 내린다. 땀은 뻘뻘 흐르고 짐가방은 무겁다. 그녀가 헤매다가 들어온 곳은 낡고 허름해 보이는 주유소 옆 카페이다.  

바그다드카페2

#카페 주인 브렌다와 만나다 

땀을 닦고 보니 브렌다(미국 흑인 여성, 카페주인)는 눈물을 닦고 있다. 카페 일에 무책임하고 무능한 남편을 이제 막 쫓아내고 난 참이었다. 이제 남은 건 가난과 일상에 지쳐버린 자신과 낡고 황량한 카페, 히스테릭해진 자신과 어느덧 관계가 소원해진 아이들이다. 그때 웬 낯선 여자(왼쪽)가 짐을 들고 찾아와 여기에 투숙하겠다고 한다. 

바그다드카페7

# 서로의 삶에 스며들다

야스민은 카페에 머무르게 되고 손님들을 대상으로 마술을 선보인다. 하지만 브렌다(카페주인)는 야스민에 대한 의심을 멈추지 않는다. 자신처럼 가난해 보이지도 않는데 왜 허름한 호텔에 장기투숙까지 하면서 자신의 카페에 오는 것인가. 왜 시키지도 않은 마술쇼를 하고 카페 이곳 저곳을 청소하는 등 오지랖을 부리는 것인지 신경질이 난다. 

바그다드카페3

하지만 야스민이 오고 난 뒤, 삶에 지쳐 늘 날카로웠던 브렌다와 아이들. 주변의 사람들까지도 변해간다. 주인의 마음이 꽃처럼 살아나니 카페도 다시 살아난다. 브렌다도 점차 야스민을 받아들여 가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카페는 야스민의 매직쇼로 인해 북적이게 되고 브렌다도 긍정적인 삶의 태도로 카페를 열심히 운영한다.

 

# 바그다드카페4메마른 사막에서 함께 오아시스를 발견하다

그녀들이 가진 힘은 무엇일까. 서로 연대하고 주체적인 삶을 선택한 것이다. 
서로 매우 다른 배경을 가졌지만 (흑인과 백인,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비슷한 삶의 무거움에 서로 공감한다. 누군가로 인해 아파야만 했던 지난날과 작별하고 새로운 삶을 가꾸어나간다. 야스민과 브렌다는 서로의 삶을 나누고 서로의 삶에 스며든다. 굳이 표현하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잘 알고 있다. 

바그다드카페6

# 희망가게 창업주들의 연대

문득 지난 35차에 선정되신 창업주님들과 진행했던 1박 2일 오리엔테이션이 생각이 난다.
희망가게 사업팀에서는 최종 선정된 창업주님들을 대상으로 창업 전 준비를 위한 1박 2일 교육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빡빡한 일정만큼 창업주님들의 교육 열정이 뜨겁다. 하지만 뜨거운 한가지가 더 있다. 자신과 같은 고민과 어려움을 겪고, 같은 희망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동기 창업주님들과 함께 1박을 하며 생기는 동기애가 바로 그것이다. 실무자인 내가 질투가 날 정도이다(ㅎㅎ). 아래와 같이 코멘트를 붙여주셨다.

‘1박 2일 오리엔테이션의 또 하나 좋은점은 다른 창업을 준비 중이신 분들과도 알게 되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아픔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알게된 것입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함께하는 1박 2일 동안 서로 같은 환경과 상황이라는 유대감이 있어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다. 그들의 삶이나 삶의 방식을 보며 나도 좀 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바그다드카페5

최근 미용실을 개업하시고 매출이 계속 좋아지셔서 매우 행복해하시고 계신 한 창업주님은 이렇게 얘기하신다. 창업하며 정말 힘들고 고돼서 살이 쑥쑥 빠졌지만, 생활형편이 나아져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이다. 무엇보다 아이들 학원비다 용돈이라고 하는 것들을 고민하지 않고 턱턱 내어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후배 창업주님도 그렇게 되셨으면 한다고 하시며 후배창업주에게 선뜻 자신의 비결도 알려주고 준비를 도와주고 계신다.

오묘하게 야스민의 모습과 창업주님의 모습이 겹친다. 주변을 살려내는 그녀의 힘과 용기. 그리고 노력. 다른 여성에게 나누는 행복의 에너지. 그 모습은 작위적이지 않고. 또 요란하지 않고. 그래서 더 가슴 깊이 진한 감동을 준다.

여성 (재회)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이미지)

 

글 | 이수연 팀장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