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책 [모멸감]을 읽고

모멸감 책 사진

모멸감이란 감정을 사회심리학적으로 풀어낸 책
<모멸감>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 김찬호 지음 [서평 보기]

 

최근 사회학쪽에서 주목되고 있는 책으로 <모멸감>이라는 책이 있다. 나는 책 제목이 자극적이라 조금 거부감도 있었으나, 책 아래부분에 ‘우리는 왜 서로 모멸감을 주고받는가?‘라는 물음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추천한 많은 분들의 생각처럼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또 일상속에서 모멸감을 서로 주고받는것에 익숙해져있는 듯 싶다. 아니 익숙하다는 표현보다 미처 자각하지 못한채 그런 상황들에 무뎌가는 불감증까지 있지는 않은가? 

쉬운 예로, 만원버스에서 슬며시 하지만 기분나쁘게 느껴지는 남자의 몸이 있을 수 있고, 진상고객들로 인한 감정노동종사자의 고충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겠다. 세상 모든 작고 큰 편견들로 인해 직접적으로 느끼는 모멸감부터 내 일은 아니지만 매스컴을 통해 접하는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간접적 모멸감까지 그 범주는 매우 다양하다.

내가 받은 모멸감은 어디서부터 오는가도 모른채 그 모멸감이 쌓이고 쌓여 또 다른 너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모멸감을 주는 가해자는 어떤 사람인가?  

인간은 자존감이 낮을 수록 타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받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고 한다. 동시에 상대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결핍과 공허없이 사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얄궂게도 이런 결핍을 어떤 이들은 타인에 대한 모멸로 대체한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데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태생적으로 소위 나쁜놈이라고 여기고 넘겨버리기에는 이 책의 성찰이 깊다. 자존감과 그에 따른 행복감은 본디 자신에 대한 사랑의 부족과 관련이 깊고, 어릴 때 부터 형성되는 자존감의 대다수는 부모와 그 환경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모멸감을 받는 쪽은 어떤 영향을 받는가?

모멸감이란 모욕감, 수치스러움과 혼합된 감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책에서는 이간에도 모두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이 감정의 실체는 나의 존재가치가 부정당하거나 격하될 때 갖게 되는 괴로운 감정인것이다. 맥락에 따라 이 모멸감은 가벼운 정도인 수치심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어른의 세계에서 경험되는 수치심도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뉘앙스로 체감될 수 있다. 잠깐 겸연쩍은 심정으로 자신의 태도나 행위에 대해 반성하도록 이그는 순기능적이고 건설적인 수치심이 있는가 하면, 체면을 완전히 구기고 존재를 송두리째 부정하면서 자존감을 뭉개버리는 역기능적이고 파괴적인 수치시도 있다. 후자의 수치심이 자주 경험될수록 비인간화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p.55

 

 

여기서 내게 떠오르는 단상들은 내가 만나는 창업주들의 아픈 고백이다. 

“이혼을 했을 때, 부모님이 단 한 번만이라도 괜찮다, 니 잘못이 아니다. 라고 지지해 주었다면 …”

그녀가 특히 힘들었던 이유는 이혼 그 자체보다도 부모님이 이혼한 자신을 수치스러워하고, 의심하고, 또 외면했던 일이었다. 

‘이혼’을 수치스럽거나 죄스러운 것으로 대하다니 아주 구세대가 아니고서야 대체 어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이런 생각은 신세대인 나만 가진다는 것인가. 우울함이 전해져와 가슴이 아팠다. 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내가 믿었던 사람이 나를 비난하는 것은 배로 그 제곱으로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모르는 남과 말싸움하는 것보다 친자매끼리 하는것이 훨씬 더 비수를 꽂고 또 잔인한 것처럼.

한부모 여성가장인 그녀가 자신의 ‘부모님’에게 갖는 사무치게 섭섭한 감정, 그것은 위 책에서 말하는 ‘모멸감’을 느꼈기 때문일것이다. 나는 떳떳하다 생각한 일들이 모두 너의 잘못 때문이라고 하는 순간, 수치스러움과 동시에 나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기분일 것이다. 그 누구도 그녀가 되보지 않고서야 그녀의 감정을 정확하게 느낄 수 없으니, 함께 이야기 하는 나는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이혼을 한 한부모 여성가장에게 가장 상처가 되었던 일들, 그리고 말들, 사회적편견 등은 정말 여러가지가있다. 실제로 적지않은 창업주들이 이혼 후 몇십년이 지나고도 회복되지 않는 우울감, 절망감과 분노, 그리고 지인들에 대한 섭섭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쌓아진 부정적 감정들은 자아존중감을 낮게 하고, 인생에서 피할수없이 만나게 되는 고비 또는 또다른 극복해야할 상황들이 올 때 여지없이 다시 터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고비를 해결하는데 절대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결국 <모멸감> 의 결론은 사회구조적인 변화와 개인들은 내면적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모멸감에 익숙한 우리세대는, 또 이 땅의 많은 감정희생자들은 어떻게 내면적인 힘을 기를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희망가게>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14년 10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하여 원주, 춘천, 대전, 천안, 청주, 대구, 경산, 구미, 포항, 광주, 목포, 부산, 김해, 양산에 이르기까지 215여 곳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 님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장원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 

 

 

2 개의 댓글들

  1. 저도 팟캐스트 강의를 통해 ‘모멸감’을 알았어요, 발간 한달 후에 ‘모욕감’이 나왔다죠?^^ 포스팅 잘읽었습니다~

  2. 저도 팟캐스트 강의를 통해 ‘모멸감’을 알았어요, 발간 한달 후에 ‘모욕감’이 나왔다죠?^^ 포스팅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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