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남광주시장 장터국밥 성공 노하우

식당을 오픈한 지 3년, 전라도 남광주시장의 정후자 씨가 운영하는 ‘장터국밥’은 인근 주민뿐 아니라 멀리서도 찾아오는 맛집이다. 화려한 인테리어도 없고, 다양한 메뉴도 아니지만 사람들은 장터국밥의 푸근한 맛에 매료된다. 그러나 장터국밥의 성공 비결은 단지 ‘맛’과 ‘정성’만이 아니다. ‘장터국밥’의 성공은 정후자 씨의 식당 운영 노하우와 철학 그리고 철저한 시장조사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야박한 밥상은 손님이 먼저 알아본다

분주한 하루를 마치고 도시마저 곤한 잠에 빠져 있는 새벽 2시. 남광주시장의 어둠을 밝히고 있는 작은 국밥집에는 한두 명이 국밥을 먹고 있다. 무슨 사연으로 늦은 시간까지 끼니를 챙기지 못했는지 알 길은 없다. 허나, 후루룩 국물을 마시며 포만감으로 굳은 표정이 부드럽게 펴지는 이들의 얼굴을 보면 국밥집을 운영하는 정후자 씨는 마음도 덩달아 밝아진다.

희망가게 ‘장터국밥’ 창업주 정후자 씨

 

“길 건너편에 대학병원이 있는데 응급실로 급히 왔던 보호자들이 정신없이 일처리를 한 후에야 허기를 느끼고 찾아오는 일이 많아요. 제 때 식사를 하는 게 어려우니깐 짬날 때 식사를 하러 오시는 거죠. 새벽에 일하러 나오는 시장상인들도 꽤 많고요.”

정후자 씨가 처음부터 24시간 국밥집을 운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영업을 마치려 하면 문을 두드리며 식사를 하자고 찾아오는 이들을 차마 되돌려 보낼 수 없어 고심 끝에 24시간 운영을 시작했다. 소박한 밥상이지만 허기진 이들에게 푸짐한 국밥 한 그릇으로 허한 속을 따뜻하게 덥힐 수 있으면 충분하다 여겼다.

좋은 재료를 원칙으로
푸짐하게 끓여 낸 정후자 씨의 국밥

 

“처음에는 저도 음식 재료와 마진을 따졌죠. 그런데 제가 손님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더라고요. 김밥이든 짜장면이든 음식을 먹으면 그 집 주인의 마음을 알 수 있거든요. 야박한 마음으로 밥상을 차려내면 손님들이 먼저 알아요.”

‘싼 게 비지떡’이란 소리가 듣기 싫었다는 장후자 씨는 좋은 재료를 원칙으로 재료비를 생각하지 않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상을 차려낸다. 이런 그녀의 마음은 음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장터국밥’은 맛집으로 인근에 입소문이 나 시장 상인들은 수시로 드나들며 식사를 하고, 병원의 보호자들도 구내식당처럼 이곳을 찾는다. 또한 장터국밥을 한 번 맛 본 이들이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 정성스런 맛에 반해 자신의 블로그에 장터국밥을 소개하면서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졌다.

장터국밥, 성공의 열쇠

희망가게 ‘장터국밥’ 매장 전경

 

사실 그녀는 국밥집을 직접 운영한 경험은 없었다. 한식당, 일식전문점 등을 운영했던 그녀는 국밥이 저렴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점포가 대학병원 인근의 시장에 위치해 있어 시장 상인을 비롯해 병원의 보호자들이 언제라도 간편하게 먹기에 국밥이 안성맞춤. 더불어 국밥은 맛의 계량화에도 용이하다고 말한다.

 

“식당을 혼자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제가 가게에 있든 없든 맛이 균일해야 하잖아요. 혼자 식당의 모든 걸 책임질 수는 없어요. 제가 쉴 수도 있고, 아플 수도 있으니까요. 국밥은 조리과정과 시간은 길지만 메뉴로는 간단해 계량화가 쉬울 것 같았죠.”

한편 정후자 씨는 맛과 경험 외에 ‘정보’와 ‘주변의 도움’이 성공적인 창업의 주요 조건이라고 덧붙인다. 실제로 그녀는 가게를 오픈하기 전 주변을 다니며 발품을 팔아 시장조사를 했단다. 재단에서 소개해 준 컨설팅 업체의 지원이 있었지만 신뢰가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시장의 유도인구, 배후 단지 조사 등으로 산출한 예상 매출이 자신의 것과 비슷한 것을 확인한 후부터 그녀는 컨설팅 업체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드려 신규 메뉴 문구를 정할 때조차 컨설팅 업체의 자문을 받았다.

“유동인구가 많으니 장사가 잘될 거라 생각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식당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러면 십중팔구 실패해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메뉴선정에서부터 수요층 인구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시작해야 하죠.” 

누구나 ‘식당이나 해 볼까’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음식점으로 성공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사람의 입맛과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기본이고,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 식당 사업이다. 유동인구와 점포의 위치에 맞는 메뉴를 선정하고, 맛과 정성으로 사람들의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준 장터국밥 성공처럼 말이다.

글·사진_이명아

 

<희망가게>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13년 9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하여 원주, 춘천, 대전, 천안, 청주, 대구, 경산, 구미, 포항, 광주, 목포, 부산, 김해, 양산에 이르기까지 180여 곳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 님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故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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