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여성가장 창업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희망가게팀이 유럽의 마이크로크레딧 사례를 배우기 위해 영국, 프랑스, 벨기에에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실제 내로라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를 찾아가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도 하며, 희망가게가 달려온 10년을 다시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잠깐이지만 낯선 곳 낯선 문화를 경험하며 실무자들의 지친 피로도 달랠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여기 그 얘기들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해외연수에서 또 가장 기억에 남고, 또 사랑에 빠진 나라는 바로, 신사의 나라 영국이다. 한국에 귀국한 뒤, 영국앓이에 한동안 빠져 있었다. 영국지하철은 한국지하철보다 좁고, 낡았지만 누구하나 밀치고,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이 빠르게 이동하는 도중에도 늘 질서를 지키고, 느리게 가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신사적인 시민문화가 ‘빨리, 빨리’와 ‘경쟁에서 1등해야 한다’, ‘안전불감증’에 빠진 한국과 대비되었다.
특히, 시내 대형 건설현장은 물론, 작은 공사에도 과할 정도로 안전장치를 2중 3중으로 해놓았다. 심지어 환경미화원이 보도블럭을 물청소 할 때, 미끄러지지 말라고 사방에 ‘위험’표시와 수신호 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한국 공사현장에서는 인건비 아끼겠다고, 마네킹로봇이 수신호하는 것과 대비되었다.
이번 연수는 단순히 여행사 직원과 함께, 전세버스를 이용하며, 해외단체를 방문하는 연수가 아닌, 직접 지도로 사무실을 찾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마치, 배낭여행 가듯 연수를 다녔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영국의 시민이 되어, 직접 국가인프라를 이용하면서 시민문화와 국가인프라에 대해 느낄 수 있어서 유익했다.
다름 방문단체로 가기 위해 복잡한 런던 시내를 돌아다녔다. 시내 한가운데에 마치 한국 서울 종로에 있는 YMCA빌딩과 비슷한 빌딩이 눈에 보였다. 방문단체인 YBI 본부가 있는 빌딩이였다. 빌딩에 들어가니, YBI뿐만 아니라 여러 비영리단체들이 함께 건물을 쓰고 있었다. 일종의 NGO클러스터라고 할까? 월드비전 영국지사, 옥스팜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단체들이 같은 건물에 층을 나누어 있었다. 한국에도 NGO들이 함께 모여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오랜 생각을 영국에서 현실로 만나게 되니 가슴이 뛰었다.
담당 직원인 Reuben Alexander Saxon과 대표(CEO)인 Andrew Devvenport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사전조사에서 단체 대표가 골드만삭스라는 거대 금융사 출신이라 권위적일 줄 알았는데, 청바지의 소탈한 옷차림에 우리들을 서슴없이 대해 주었다.
회의실이 정리중이라, 탕비실에서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는데, 그는 우리가 왜 여기에 왔는지,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지 매우 궁금해하였다.
자신이 아는 한국말 중에 ‘재벌’이라는 말을 안다고 하면서,어떠냐고 물었다.
우리는 병폐가 “심각하다. 하나의 재벌기업이 핸드폰부터 빵집까지 진출해 독과점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매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 안내를 받아 들어간 회의실에서 우리는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였다.
먼저 아름다운재단과 희망가게 사업에 대해서 설명하였고, YBI가 하는 일에 대해서 들었다.
YBI(Youth Business International) http://www.youthbusiness.org/
YBI의 비전과 미션
YBI는 2000년에 설립된. 41개국 독립적인 네트워크 조직이다. ‘청년들이 창업을 하면, 지역에 일자리를 만든다.’라는 생각으로 청년들이 창업 할 수 있도록 교육, 멘토링, 자금을 지원한다.
YBI’s vision
청년 기업가정신이 지속가능한 경제적인 발전의 운영에 재인식되며, 사업을 시작하기를 원하는 모든 청년들이 그들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이다.
YBI’s mission
자산이 없으며, 기존의 은행들로 부터 대출을 받기 어려운 청년들이 그들의 사업을 시작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그들이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사회를 강화시키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하는 일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YBI는 청년들에게`창업’을 지원한다. 그런데, 단순히 청년들에게 돈을 주어, 창업하게 해주는 사업이 아니라. 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잘 창업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자금과 자원을 연계해주는 일을 한다.
1. 청년창업훈련사업 : 창업을 준비하고 기획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일을 한다.
2. 멘토링 지원사업 : 청년들이 창업하는데 조언을 구하고, 사업장 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한다. 더불어 창업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자원들을 기업과 파트너쉽을 통해 연계해주는 일을 한다.
3. 자금 지원사업 : 청년들이 창업을 하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하다. 대출이 아닌 ‘지원’방식으로 청년들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한다.
희망가게사업이랑 참 비슷한 점이 많다. 다만 다르다면, 대상이 여성가장이 아닌 청년이라는 점과 대출이 아닌 지원이라는 점에서 다른 부분이 있다. 특히 YBI는 기업과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자원연계’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단체 대표(CEO)가 대형 금융사 출신이고, 대부분의 단체의 직원들이 영리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실체 창업 경험이 있어 영리기업이 어떤 사회공헌을 원하는지, 또 창업시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 잘 알아 기업과 파트너쉽이 돈독하다고 전달한다. 특히, 단체사업운영의 기금의 펀딩을 금융사 등 영리기업에서 받아 온다고 한다. 그것도 본인의 임무라고 이야기 한다.
‘기업과의 파트너쉽, 창업자간 네트워크, 전문가들의 멘토, 교육’
YBI를 소개하는 직원이 끊임없이 반복하는 단어들이 였다. 자금을 그냥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만큼 창업이 잘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고, 교육하고, 특히, 창업주들간에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의 시너지를 내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하였다. YBI실무진들은 자원연계를 해주는 그런 ‘연계자’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남긴 한마디가 인상 깊었다.
“사업을 보고 뽑는 것이 아닌, 사람을 보고 지원한다.”
‘경쟁력 있는 창업주, 전략적인 자원연계, 강한매장’
YBI를 다녀온 그날 밤. 숙소에서 혼자남아 테스코 마트에서 산 쿠키를 먹으며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희망가게를 만들 것인가?”
한국사회에서 여성가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저임금, 비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이 변화하지 않는 한, 여성가장이 취업으로 성공하기엔 쉽지 않은 부분이다. 기업을 만들어 보자고? 영국사람들도 ‘재벌’이라는 단어를 알 정도로, 한국은 대기업들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도 성장하기 힘든데, 어떤 회사를 만들어 성장 시킬 수 있는가? 그렇다고 창업은 쉬운가? 세계 4위의 자영업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는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치열한 경쟁속에서 창업매장 1년 생존율이 50%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속에서 여성가장들이 ‘경제적 자립’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창업’이다.
우리는 그런 창업을 대출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경쟁력 있는 창업주를 선발하고, 아름다운재단만 할 수 있는 전략적인 자원연계를 통해, 강한 매장을 만드는 것, 희망가게 사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15년도에는 사무실에 앉아 있기 보다. 현장에서 목소리를 듣고, 기획서를 가지고 뛰어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글 | 황선민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