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게 쉬울까? 쓰느게 쉬울까?
돈을 많이 버는 게 쉬울까요? 돈을 잘 쓰는 게 더 쉬울까요?
참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속담에 ‘돈을 물처럼 쓴다’ 처럼, 돈 쓰는 건 쉬워 보인다.
그러나 희망가게 대표님들을 만날 때면 하나같이 ‘돈 벌기 어렵다’고 한다. 돈 쓰는 손님이 많아도 자신이 버는 것은 얼마 없다는 이야기도 종종 하신다. 근데, 매출이 낮은 분도, 매출이 높은 분도 다 같은 이야기를 하니 아이러니 하다.
가끔 엉뚱하게 생각해본다. ‘돈, 얼마나 벌어야 하나?’
이번 생애 돈 많이 벌긴 글렀다. 그냥 잘 쓰자!
한국사회에서 돈을 잘 벌기란 쉽지 않다. 한 일간지에서 조사한 결과 대한민국 30대 남자 평균 급여가 187만원, 저축한 돈이 1천만원이 안 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서울 외곽이라 할 수 있는 노원구 상계동 30평 아파트 가격이 약 4억원 이다. 누가 저 집을 살까? 이 두 가지를 보면 한국사회는 양극화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결국 돈 있는 사람은 돈을 계속 많이 벌고, 돈이 없는 이들은 계속 돈을 벌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하는데, 거북이에게 유리한 물 속에서 달리기 경주를 한다면 수영 전혀못하는 토끼는 얼마나 불리한가? 지금, 우리는 물 속에 있는 토끼는 아닐까? 그렇다면 있는 돈을 알차게 잘 쓰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돈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예산에 기초한 가계부를 작성해라
희망가게 대표님들에게 가계부를 작성하라고 말씀드리면, “돈이 들어오는게 들쑥날쑥해 가계부 쓰는 게 불가능해요” 라고 답변 하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더 큰돈이 들어오는 기업들도 매월 회계 결산을 한다.
매월 1일~31일을 한 달로 잘라, 예산을 편성하자. 식대, 외식비, 의복구매, 문화활동, 교통, 통신, 공과금, 교육비, 아이들 용돈 등 항목을 정부 예산 짜듯이 세부적으로 편성하자. 그렇게 하다보면 한 달에 내가 필요한 생활비가 얼마인지, 적정생활비를 산출 할 수 있다!
2. 매일 저녁 기록하자
예산을 짰으니 예산에 맞게 써야 하지 않는가? 매일 저녁, 자기 전에 5분만 투자해 그날 쓴 돈과 번 돈을 적어 놓는다. 이렇게 하다보면 한 달 돈의 흐름을 알아, 돈을 아낄 때 아낄 수 있고, 잘 쓸 때 잘 쓸 수 있다.
3. 통장을 쪼개라
주거래 은행을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야 나중에 자금대출 받을 때 이자혜택이 좋다. 주거래 은행을 만들었으면, 항목별로 통장을 나누자.
예를 들면
△ 수입 통장
△ 대출상환, 보험료, 통신비, 수도광열비 등 그 달에 정기적으로 꼭 나가는 자동이체 통장
△ 분기, 반기, 연간 지출되는 세금을 따로 모아 놓는 세금통장
△ 매월 신용카드 대금이 빠져나가는 신용카드대금통장
△ 생활비를 모아놓는 생계비통장
△ 매장에서 사용할 사업비통장
등 이렇게 나눠서 5~6개정도를 만들어 분리해 사용한다.
번거롭더라도 통장을 분리해야 돈의 흐름을 알 수 있고, 돈이 섞여 많아 보이는 걸 막을 수 있다. 제일 중요한건 부득이 하게 신용카드를 썼을 때, 바로바로 그 금액을 카드대금통장에 넣어, 없는 돈을 만들지 않는 거다. 한 통장에 돈이 모여 있어, 돈이 많아 보이면 사람 심리가 돈을 쓰게 된다. 하지만 그 돈은 다 어딘가 쓰여야 하는 돈, 없는 돈이다.
4. 보험은 가장 저렴한 실비보함만!
가끔 희망가게 대표님 중에는 보험을 맹신하는 분이 계신다. 보험회사에 미안한 이야기지만, 보험회사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영리기업이다. 그런데 적은 돈을 받고 많은 보장을 해주면 그 보험사는 무엇으로 먹고 살겠는가? 그냥, 실비만 지급되는 만기환급금이 없는 월 3~4만 원대 제일 싼 보험 딱 1개만 들어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재무설계전문가들은 4인 가족 기준, 매월 10만 원 이상 보험금으로 지출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5. 단기적금은 입출금통장, 정기적금은 1년 단위로
단기적금은 여행비, 긴급자금 등 단기에 소멸할 목적으로 든다. 이 돈은 묶여 있는 돈이 아니고, 휴가철, 명절, 비상시에 쓸 수 있는 비상금으로 인지하는 게 좋다. 따라서 ‘적금’에 돈을 넣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돈을 뺄 수 있는 <입출금통장>을 이용하자.
장기적금은 1년 단위로 목돈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든다. 적금액 5천만 원 이하는 예금자 보호가 되니 5천만 원 이하를 1년 안에 저축할 생각이라면 저축은행 적금상품이 괜찮다. <저축은행 중앙회 예금 금리보기>
1년 뒤 적금 만기로 목돈이 생기면 해약하고, 복리이자를 주는 예금상품에 가입을 하는 게 좋다. 이때 꼭, 예금자 보호가 되는지 확인하고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또, 정부가 저축한 금액에 비례해 돈을 적립해준는 금융상품도 있으니 참고해 보자. <희망플러스통장 보기>, <희망키움통장보기>
돈을 많이 버는 것 만큼, 돈을 잘쓰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돈, 돈, 돈 하며 사는 것도 좋지 않지만 한정된 자원을 꼭 필요한 곳에 지혜롭게 사용한다면, 훨씬 생활이 여유롭지 않을까?
생활의 여유란 결국 내가 만드는게 아닌 가 싶다.
학부시절, 아침엔 학교에 가고, 수업이 끝나자 마자 뛰어가, 알바를 했다.
밤 11시 마감을 치고, 아침 7시 다시 등교준비를 하고, 그렇게 알바해서 한달 꼬박 40여 만원을 손에 쥐었다.
40만원으로 교통비 10만원을 빼면 하루에 딱 1만원 써야 했다. 빠뜻한 생활이였다.
어느날 너무 힘들어 지하철에서 졸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아, 한달에 50만원만, 딱 50만원만 나에게 주어지면 행복할텐데…”
아름다운재단 일꾼이 되어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급여를 받고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부족했다. “더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얼마나 벌어야 여유로울까?” 를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상대적인게 아닐까?
경제적 ‘여유’라는 건 어느정도 상대성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결국 내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가계부를 쓰게 되면서 나는 다시 여유를 찾았다.
가계부 대로 생활을 하니, 지혜롭게 절약하면서 가끔 강남에 비싼 백화점에서 외식도 할 수 있고, 가끔 집에서 맛있는 새우도 구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비로소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
많은 이들이 돈을 많이 벌기보다. 지혜롭게 돈을 쓰며,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비록 지갑은 홀쭉해도, 마음은 넉넉했으면 좋겠다.
글 | 황선민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