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장들의 Potluck Party

Potluck party 하면, 예쁜 옷을 입고, 잘 만든 음식 접시 하나를 들고, 친구 집 초인종을 누르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외화에서 보면 친구들끼리, 가족끼리 서로 음식을 준비하여 초대해준 집에서 음식을 풀어 놓고, 파티를 즐깁니다.

희망가게에서도 지난 14일 ~ 15일 제부도에서 포틀럭 파티가 있었습니다.
여사장님이 손수 준비해온 음식을 쫙 펼쳐 놓고, 즐거운 수다 !!
예쁜 옷? 격식? 그런 것 필요 없습니다.

한 사업장의 CEO로 살아왔지만 오늘 만큼은 언니, 동생, 이모입니다.
희망가게 창업주 9명과 그 가족 10명, 아름다운재단 일꾼 3명 총 22명이 그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정사장님의 비오는 날 조개구이

집이 제부도 근처인 정사장님이 바닷가에 사온 조개 한 양동이를 가져오셨습니다.
폭풍우 치는 밤. 조개를 구어 먹어야 한다며 파라솔을 펴 비를 막고, 문짝으로 바람을 막아 바베큐 그릴에서 조개를 구웠습니다.
비바람 치는 그 와중에도 벌어진 조개에 꼭 들어가야 하는 파쏭쏭, 고추팍, 치즈 한조각은 잘 얹어져서 혀를 살살 녹였습니다.
대합은 물론, 어른 남자손 보다 더 큰 키조개, 고동 등 조개로 배를 채운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김사장님의 보들 오리고기와 해장 부대찌개

뒤늦게 오신 안국동 김사장님. 숙소에 올라오시는 시간이 깁니다.
뭔 일인가? 보았더니, 바리바리. 가게 하나를 옮겨 오셨습니다.
오리고기 9~10팩, 부대찌개 국물과 주재료가 커다란 봉지에 가득, 라면사리 한박스, 옮기는 시간도 만만치 않습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오리고기는 14일밤 안주로 꼴깍, 부대찌개는 다음날 해장찌개로 그만이었습니다.

또 다른 김사장님의 메밀전병, 윤사장님의 카레
다른 사장님들도 마른반찬, 김 등 가득 준비해 주셨습니다. 저녁을 먹는데, 반찬이 계속 나옵니다. 
안국동 김사장님의 녹색이 파릇한 부추전, 화성 정사장님의 시원한 파김치,
충무로 김사장님의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구운 김,  
성북동 김사장님의 메밀전병, 방배동 윤사장님이 맛을 낸 카레 등등
 
여사장님이 많으니, 먹는 것, 치우는 것이 척척입니다.
뒤로 미루는 것 없이 한상 차리고, 싹 치우고, 다시 한 상 차리고, 싹 치우고. 
만약 여기에 남자 하나 끼었으면… 음…

서로 서운한 점 없이 재밌게 먹고, 일한 좋은 날이었습니다.

 

신나는 보물찾기!!
15일은 봉제사업을 하시는 류사장님의 센스있는 놀이로 오전부터 들썩였습니다.
14일 저녁부터 종이쪽지에 무언가를 적으시더니, 아침 상 치우자 마자 보물찾기라고 쪽지를 찾으랍니다.

“아 정말? 제 것도 있어요? ”
“그럼요~, 많이 준비했으니 어서 찾으세요”

설레는 맘으로 방 구석구석 안 뒤진 곳이 없습니다.
천장 조명 아래, 방바닥 장판 틈새, TV와 선반 사이.

류 사장님이 꽁꽁 숨겨둔 쪽지를 발견하며, 모두들 신나 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방을 기어 다니고, 의자를 놓고 천장을 살피고,
커텐을 훑고, 본의 아니게 방청소를 다 해 버렸습니다. 

아름다운 보물 공개.

두근두근 보물이 공개되었습니다.
류 사장님이 재고로 남거나, 제품 시안으로 만든 옷들을 잘 포장해서 나누어 주었습니다.
각 개별 포장에 어른 옷 하나, 아이옷 하나 같이 묶어 준 센스!!
그냥 보따리 풀어 가져가셔요 ~ 해도 될 것을.  잘 포장한 마음이 고맙습니다.

캠프가 끝난 후,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폭우가 내리는 귀가 길이라 안전하게 도착하셨는지 문자를 보냈습니다.

돌아온 사장님들의 답신, 시 한 편입니다.

또 보고 싶어요.
밤 새워 나눈 수다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 합니다.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는 잊었으나, 그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조목조목 챙겨준 큰언니, 맛있는 커피와 떡, 훌륭한 이벤트 등등..
정말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내 맘속에 그대의 자리가 큽니다. 모두 행복하시고, 다음에 뵐때까지 건강하세요.

또 다른 답신입니다.

배터지게 먹고 배탈 나고 민낯에 주름보이고,
목욕하지 않아 땀내 슝슝나고, 헝클어진 머리채로 밥을 먹고…
비맞으며 먹던 조개, 얇게 지진 초록색 지짐을 먹으며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잘난척하지 않고, 가진 것 자랑하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만나는 모임.
참 행복합니데이~


친정식구보다 더 편하고 의지가 되는 서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각주 : Potluck Party 파티를 주최하는 사람은 간단한 메인 메뉴만 준비하고, 참석자들이 각자 취향에 따라 자신 있는 요리나 포도주 등을 가지고 와서 즐기는 미국·캐나다식 파티 문화로, ‘포틀럭’은 ‘있는 것만으로 장만한 음식’을 뜻한다.

 

<희망가게>는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12년 5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 부산, 대전, 대구, 광주에 이르기까지 125개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은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故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

 

 

7 thoughts on “여사장들의 Potluck Party

    • 소심O형 says:

      네 ^^. 정말 크셨습니다. 배가 불러 잠이 안왔답니다. ㅎㅎ 끊임없이 먹을 것이 나오는데… ㅎ
      하나같이 다 맛나고, 모양도 이쁘고 ^^

  1. 여자만넷 says:

    사장님들이 보낸 메세지가 감동적이네요. 잘난척, 자랑안하고, 스트레스 없이 만나는 모임. 조~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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