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살뜰히 사랑하는 방법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정작 행복은 미래의 일이라 여기기 일쑤다. 하지만 희망가게 ‘토토’의 창업주 김혜영 씨(가명)는 다르다. 그녀는 일과 일상을 행복으로 채우며 현재의 삶에서 빛을 찾아낸다.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긍정의 힘, 이곳에서 김혜영 씨의 희망가게는 시작됐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행복의 조건
처음부터 옷가게라면 자신 있었다. 결혼 전 옷가게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었고, 결혼 후에는 유명 브랜드숍의 매니저로 일하면서 인정을 받은 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옷이 좋았다.
“옷을 워낙 좋아하니깐 다른 일을 찾아 창업을 한다 해도 옷 쇼핑은 계속 할 것 같더라고요. 옷가게를 하면 내 지출의 50%는 아낄 수 있잖아요. 옷가게에 자신도 있었고요.(웃음)”
4년 전, 단돈 천만 원을 갖고 아이들과 서울 생활을 시작했던 그녀는 어떤 일이든 마다않고 할 작정이었단다. 식당 일을 할 수도, 건물 청소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같은 돈을 벌더라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 마음먹었다. 창업 자금은 없었지만 옷가게 창업을 마음먹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녀는 항상 그랬다. 삶이 지난하고 고달파도 도통 주눅이 드는 법이 없었다. 순간에 충실했고, 현재의 자리에서 스스로 즐겁고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래서 각종 지원 정책을 활용해 아이들 학원 교육은 물론 각종 바우처 제도로 아이들에게 문화생활과 스포츠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한부모 가정이라고, 저소득층이라서 삶의 질을 낮추어 생각하고, 문화·레저·스포츠를 즐기지 말란 법은 없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이처럼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이면서 즐거워지는 법으로 삶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게 그녀의 방식인 것이다. 희망가게 창업자금 지원자로 선정되는 과정도 그러했다.
“2010년에 지원했었는데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당연히 제가 선정될 거라 생각했는데 아마 저의 자만심 때문에 떨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만약 두 번째 지원했을 때도 안 됐더라면 저는 될 때까지 도전했을 거예요.”
경영 노하우는 입소문 전략
“4평 남짓한데 월세가 제 마음에 쏙 들었어요. 가게를 함께 알아봐주신 컨설턴트분은 조금 큰 매장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추천해 주셨는데 월세가 높아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가게 터를 몇 번이나 보고, 고민한 끝에 처음에 마음에 들었던 이곳으로 결정했죠.”
창업자금 지원이 결정되자 김혜영 씨는 바빠졌다. 우선 가게 위치 선정이 관건이었다. 그녀의 경력이면 외곽지역에서 큰 규모로 시작해도 될 거라 조언을 받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예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아파트 상가 내에 위치한 현재의 숍은 규모가 작고, 유동인구는 적은 편이지만 가격과 제품만 괜찮다면 고객이 먼저 찾아올 거라 예상했고, 그녀의 생각은 들어맞았다. 브랜드 로스제품의 저가전략으로 아파트 단지 내에 입소문이 난 것이다. 옷을 보는 그녀의 안목 역시 한몫했다. 재고가 쌓이면 원가세일을 통해 바로바로 순환을 시켰다.
한편 요즘에는 오픈 초기에 주력했던 브랜드 로스 제품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는 대신 수시로 도매시장에 나가 옷들을 보고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구입한다. 브랜드 제품은 원가세일을 한다 해도 가격대가 높아 물건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이 숍을 찾으면 최대한 고객의 스타일을 살릴 수 있는 옷들로 추천하는 것도 그녀만의 노하우다. 심지어 자신의 눈에 별로다 싶으면 고객에게도 권하지 않는단다. 신뢰가 있어야 고객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어느새 창업한지 8개월 째 들어선 그녀의 숍은 제법 자리를 잡았다. 매출이 높진 않지만 안정적인 운영은 가능한 상태라 말하는 김혜영 씨. 그럼에도 현재의 자리에 머무는 대신 한 번 더 도전 해 보고 싶다고 말한다. 전 연령층을 상대하는 현재의 콘셉트에서 30~50대를 타깃으로 숍의 규모를 키워보고 싶다는 것.
“무리를 할 수는 없지만 한 번 더 오픈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금 숍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브랜드 로스를 섞어 직원 한 명 고용해 매장을 하고 싶어요. 창업이란 게 할수록 자신감이 더 생기거든요.”
자신감이 성공적인 창업 비결이라 꼽는 그녀. 패션은 자신감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비싸고, 예쁜 옷이라도 입는 사람에게 확신과 자신감이 없으면 멋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삶도, 창업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삶에 당당할 때,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때 삶은 스스로 빛날 수 있는 것이다. 천만 원으로 서울생활을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유쾌하고, 즐겁게 자신의 삶을 지켜내는 김혜영 씨처럼 말이다.
김혜영 창업주는 2012년 아름다운재단 ‘한부모 여성가장 창업지원’을 통해 희망가게 133호점을 창업하였습니다. <희망가게 찾아가기>는 창업을 통해 자립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여성 창업인의 이야기이며 더불어 한 가정의 가장이자 어머니인 그들의 진솔한 삶을 담고있습니다.
글.사진 | 이명아
<희망가게>는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2004년을 시작으로 2013년 9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하여?원주, 춘천, 대전, 천안, 청주, 대구, 경산, 구미, 포항, 광주, 목포, 부산, 김해, 양산에 이르기까지 180여 곳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은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 님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故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