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희망가게와 함께하는 사람들 ‘창업으로 자기 삶을 살아내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진짜 성공이에요’ 오승주 수도권지역 심사위원

“창업을 통한 삶의 관점과 태도의 변화가 중요해요.”

한부모 여성가장들은 아름다운재단 희망가게와 함께 지난한 창업의 과정을 헤쳐나갑니다. 창업을 둘러싼 현실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창업자 입장에서는 매순간 사업의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텐데요. 그 과정에서 창업자인 여성가장과 이들을 돕는 희망가게 사업 관계자들 사이의 유대가 주변상황에 휩쓸리지 않는 버팀목이자 등불이 되어줍니다.

영리영역에서의 창업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희망가게와 함께 해온 오승주 심사위원은 한부모 여성가장들의 창업성공이 ‘잠깐의 빛’이 아닌 삶을 오래 비추는 ‘등불’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창업주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장들이 희망가게로 성공을 경험해보고 이를 동력삼아 자기 삶을 살아냈으면 해요. 이 자신감 회복의 단계가 진정한 자립이자 성공이라 생각하고요. 돈을 많이 벌어 건물을 샀다는 식의 성공이 아니라, 창업을 통한 삶의 관점과 태도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한부모여성 창업주들은 창업에 도전하며 단순히 생계해결 이상의 변화를 마주합니다. 자립으로 일궈낸 자신감. 이를 바탕으로 가족 혹은 이웃을, 나아가 세상을 대하는 자신의 변화를 경험하는데까지 나아갑니다. 오 심사위원에게서 여성가장의 창업을 돕는 희망가게의 역할과 의미, 그리고 창업주에게 필요한 조언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오승주 위원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영리와 비영리의 교차점에서 바라본 희망가게

“우리가 하는 사업영역, 아름다운재단 희망가게나 사회적경제 등의 영역을 제3섹터라 부르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영리와 비영리의 영역이 섞여 있는 거예요. 공익성격을 갖고 있지만 해당 분야의 창업자가 자생을 위해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해요. 그럴려면 가치와 영리를 추구하는 접점에 대해 여러 이해관계와 관점이 담겨야 한다고 봐요.” 

“해당 분야에 대해 복지관련 시각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겠고, 저처럼 영리영역의 일 경험으로 제3섹터를 이해하면서 새로운 해답을 만들어가도 좋겠어요. 이 분야가 꼭 어디에 기반한다고 하기 보다, 이 분야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다양함을 존중하면서 서로 협력하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합니다.”

오승주 심사위원이 보기에, 희망가게 사업은 사회적 가치와 영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일입니다. 사회적으로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주고, 그 대출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신뢰와 역량을 쌓아가는 과정이죠. 사회적 가치와 영리의 접점 찾기는 사회문제를 사업으로 풀어온 이들이 오랫동안 고민해온 주제인데요. 오 심사위원은 이 부분의 해답 찾기에 다양한 생각이 연결되어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영리 영역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그의 말이지만, 비영리에 대한 깊이 있는 공감에서 비롯된 의견이기도 합니다. 취약계층 취업과 관련한 일 경험 때문인데요. 경기지역 광역자활센터에서 기초생활 수급자들에게 창업 교육을 하던 중, 교육 참여자들의 아이들이 “부모가 가난하다”고 말하며 꿈이 없다는 말을 들은 게 강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개인이 가난을 구제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내가 배우고 느낀 것들을 누군가와 나눌 삶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오 심사위원은 광역자활센터를 시작으로 사회연대은행이나 열매나눔재단처럼 취약계층의 창업을 지지하는 중간지원조직들과 연이 닿아 소상공인, 나아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의 창업 컨설팅을 계속해 나갔습니다. 창업 컨설팅 일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오 심사위원은 한부모 여성가장의 창업을 지지하는 희망가게 사업과도 인연이 닿아 10년 넘는 시간을 함께 해왔습니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창업을 성공시키는 방식

“마이크로크레딧으로 소자본 창업을 할 때는 대부분 창업자 본인의 기술과 노동력을 근간으로 하는 사업들을 해요. 이런 상황에서는 창업자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명확해야 하고, 그런 창업자의 역량을 잘 표현하고 수용할 점포공간을 선택하는 게 중요해요.”

“희망가게 같은 경우 매장 중심형 사업이 대부분이에요. 제한된 소규모 자금으로 창업하는 만큼 사업의 강점이 잘 드러나는 입지선정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여성가장들이 창업과정에서 쓸 수 있는 돈은 넉넉치 않습니다. 여기에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등 여러 현실이 겹쳐 여타의 다른 창업자들과 비교하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죠. 이런 상황에서 창업을 하는 여성가장에게, 오 심사위원은 좁지만 확실한 자기만의 자원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간혹 사업장 입지를 보고 온 이들이 사업의 조건보다 공간 자체의 인상에 좌우돼 사업장으로 선택하려는 경우가 있는데요. 자기 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확한 강점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위치와 공간 상태를 갖춘 점포를 선택해야 한다는 겁니다.  

“희망가게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상권입지 컨설팅을 할 때 저도 이분들이 봐온 입지를 직접 가봐요. 안 되는 곳에 대해서는 이유를 다 설명해 드리고요.” 

상황이 넉넉하다면 잘못된 선택에 따른 실패도 자원이 되겠지만, 여성가장에게 실패를 줄여주기 위해서는 보다 사업의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정말로 이 사업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창업자가 집중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이런 질문을 창업자가 스스로 묻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요. 희망가게 심사위원들이 이 과정을 함께 하면서 여성가장들의 창업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줍니다. 

오승주 심사위원이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성가장을 위한 희망가게의 역할

“저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하는 희망가게 사업의 목표를 세 가지로 봅니다. 하나는 창업해야 할 필요성과 역량, 인프라를 가진 분들이 심사과정을 거쳐 성장하게 하는 거고요. 두 번째는 필요성이나 잠재력은 있는데 창업준비가 부족한 분들이 본인의 개선점을 찾아내 재도약하도록 돕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창업에 대한 필요성은 있지만 그 일하는 방식에 어울리지 않는 분도 계세요. 그들에게 창업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살아갈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우리의 목표가 아닌가 싶어요. 창업을 해서 삶의 짐이 더 무거워질 수 있는 걸 막아야죠.”

창업자로서 여성가장이 자립하려면 역량을 키울 배움의 기회가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희망가게 사업은 서류나 면접 등의 과정을 거치며 이들에게 창업에 필요한 질문을 던지죠.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며, 여성가장들은 한층 단단하게 성장하며 자신의 사업체를 키워갑니다. 여기에 오승주 심사위원은 희망가게가 창업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성장단계에 맞는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충분히 성장한 사람에게는 그 능력을 실행할 기회를, 좀더 성장해야 할 이들에게는 더 큰 배움을 위해 필요한 질문을 건네야 한다는 거죠. 나아가 여성가장에게 창업만이 아닌 다른 방식의 삶을 제안하는 방향도 희망가게의 역할이 됐으면 하는 게 오 심사위원의 생각입니다. 

“어려움 앞에서 무조건 접으라는 게 아니에요. 인내와 포기의 순간을 분별할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사업에서 드러난 문제가 구조적이면 사업을 접어야 해요. 창업자가 겪는 어려움 중에서 아이들을 키우거나 본인의 건강 같은 문제는 사업으로 풀어낼 게 아니라고 봐요.”

“사업에서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요소가 없는데, 단지 그 부분에 대해 잘 하는 사람을 많이 안다고 해서 사업에 뛰어드는 분이 있어요. 외향적인 성격에 인적 네트워크가 넓은 분들이 빠지는 함정 같아요. 그런 분들은 사업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을 중심에 둬야 하죠.”

지속과 포기. 두 경우의 수 앞에서 창업자에게 필요한 건 사업의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볼 줄 아는 눈일 겁니다. 오 심사위원은 창업자가 현실적으로 파악해야 할 부분을 구체적인 예시로 설명했는데요. 이런 사례에서 창업자가 사업 관련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지, 어떤 관점으로 창업에 접근해야 하는지 그 현실적인 온도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겁니다.

 

여성가장의 창업, 그 과정을 돕는 희망가게가 갖는 의미

“자영업자라는 하나의 작은 촛불들이 프렌차이즈 틈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희망가게 사업을 통해 지원받는 금액이 안정적인 삶을 살기에는 부족할 테죠. 그런데 희망가게를 통한 여성가장들의 성공들, 그들이 사업으로 자립하면서 느낀 점을 나누다 보면 선한 영향력이 전파될 거예요. 그런 과정이 큰 불꽃을 만드는 마중물로서 의미 있다고 봐요. 큰 불도 결국 촛불 하나부터 시작합니다.”

희망가게 사업이 걸어온 길도 어느덧 20년. 오랜 시간 여성가장들의 창업을 지지해온 만큼, 앞으로 또 긴 시간을 여성가장들과 호흡하려면 지원사업의 내실을 기하도록 하는 분명한 목적이 필요할 겁니다. 그건 결국 사업에 참여하는 여성가장들의 성공이겠지요. 그리고 그 성공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도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오 심사위원은 ‘사업을 통한 여성가장들의 자립, 자립에서 이어지는 변화와 영향력’이야말로 희망가게가 이뤄야 할 성공이라는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희망가게 사업 참여 전 후의 인식변화’ 등 희망가게 사업의 성과를 측정할 다른 지표에 대해서도 말했죠. 무엇보다 과거와 미래를 통틀어, 희망가게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로 희망가게와 여성가장들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짚었습니다. 

“희망가게는 단순 대출사업이 아닌 참여자들을 정서적으로도 돕고 판매나 운영 상의 어려운 점을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을 매칭하는 방식으로 다가갑니다. 간사님들이 창업자들과 정서적으로 많이 교감해주시고, 홈커밍데이처럼 같이 대화 나누는 시간도 갖잖아요. 희망가게 사업에 참여한 같은 기수 동기나 선배 창업자들과의 네트워크도 있어요. 그곳에서 정보를 교류하고 정서적 지지를 얻는 등 여러가지를 할 수 있는 좋은 토대를 마련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관계성이에요.”

“창업과정에서 여성가장들이 외롭지 않도록 해야 해요. 사업운영에 대한 힘을 잃지 않게 하면서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는 거죠. 저는 그 과정에서 생긴 힘을 여성가장들이 주변과 나눌 때, 나눔을 통해 그들의 삶이 바뀌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촉매제가 희망가게라고 생각합니다.”

희망가게를 통해 무엇이 성공이고 희망인지를 알아가는 것. 현실을 분명하게 직시하면서 인내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 이 과정 끝에 여성가장들이 이뤄낸 성공은 그들 자신만이 아닌, 더 많은 이들의 행복을 위한 일이 될 지 모릅니다. 여성가장의 자립이라는 촛불이 모여 커다란 빛으로 일렁이는 일렁이는 세상. 그 행복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희망가게의 발걸음은 계속됩니다.

오승주 심사위원이 팔을 모으고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글 이상미 | 사진 임다윤

2 thoughts on “[기획]희망가게와 함께하는 사람들 ‘창업으로 자기 삶을 살아내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진짜 성공이에요’ 오승주 수도권지역 심사위원

  1. 정길상 says:

    이 분야를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이라 기사의 여러 용어 등이 쉽게 머리에 들어오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는데 꼭 필요한 일이라는 건 명백합니다. 오승주 위원님 뿐아니라 많은 위원님들의 혜안이 여러 사회구성원을 행복하게 이끌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2. 권은정 says:

    감동스럽고 감사한 말씀이네요..
    긴 글을 한 숨에 다 읽었습니다..
    저도 신청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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