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카페 ‘원피스헌터’ 이경애 창업주

 

 

 

 

쿵쾅쿵쾅, 심장이 뛰었다. 손끝도 파르르 떨려온다. 괜히 코끝도 시큰하다. 철모르던 시절 홀로 짝사랑하던 첫사랑을 만난다 해도 이런 마음이 되지는 않으리라. 세상에 더 이상 미혹되지 않을 나이가 된다는 것은 다행이면서 슬픈 일이다. 세상의 풍파를 무심히 넘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지만, 가슴 설레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안에 있는 지도 몰랐던 가방을 장롱구석에서 꺼내 먼지를 털어내었던 날은 달랐다. 내용물만 확인하고 버릴 생각으로 가방을 열자 몇 장의 종이들이 무릎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그리고 20여 년 전 내 나이 열여섯, 열일곱의 추억과 꿈들도 눈사태처럼 쏟아졌다.  

중학생 시절 유난히 좋아했던 만화책, 좋아해서 그리기 시작한 그림에 칭찬해주던 친구들, 칭찬에 기분까지 으쓱해져 자연스레 만화가를 꿈꿨던 내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부모님이 혼내며 찢어버린 만화책과 그림들을 보며 눈물 흘렸던 시절도 그곳에 있었다. 결국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에 만화가의 꿈을 피우기도 전에 나는 내 그림들을 가방에 넣어둔 채 나도 내 꿈을 잊어버렸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두 아이의 엄마가 되는 20여 년 동안 나는 어릴 적 꿈은 장롱 속 낡은 가방에 봉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뛰고 있는지도 몰랐던 내 심장의 소리를 들은 것은 그 때부터였다. 아주 먼 시간을 돌아 이제야 내 그림들과 재회한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생계를 위해 가게를 오픈 하겠다 마음먹었을 때 첫 번째로 떠오른 것 역시 ‘만화’였다. 어두컴컴하고 눅눅한 냄새가 배어있는 만화가게가 아니라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창과 커피향이 나는 만화카페에 앉아있는 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설렜다. 하지만 설렘도 잠깐, 막상 오픈 준비를 시작하자 현실적인 문제들이 쏟아졌다. 특히 창업자금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창문을 포기할 수 없어 지상을 고집하다보니 건물 임대료는 자연히 높아졌고, 카페만의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쓰면서 창업자금 부담이 커졌다. 다행히 아름다운 재단의 창업자금 지원사업인 ‘희망가게’로 선정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만화와 카페를 결합한 형태의 창업 여전히 신경 쓸 일이 많았다. 내가 머물고 싶은 공간이라 생각하니 사람들이 읽게 될 만화책, 차와 커피, 사이드메뉴까지 허투루 할 수 없었다. 맛있는 커피를 위해 직접 바리스타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그래서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다른 만화 카페에서 일하며 카페 운영을 익혀나갔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매일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카페를 오픈한 지 어느새 7개월. 잊었던 꿈에 이제 겨우 다가섰건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주말에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아와 꽉 차지만 평일에는 한가한 편이라 수익을 올리는 것이 만만치 않다. 요즘에는 카페의 공간 배치 때문에 매일 잠을 설친다. 나날이 늘어가는 만화책을 감당하려면 책장을 늘려야 하는데 공간이 여의치 않아서다. 만화 작품을 선정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 유명 작품 외에 완성도 있는 작품들 위주로 들여놓던 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꿈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음을 새삼 피부로 느끼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만화 및 애니메이터 지망생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내가 과거에 그랬듯이 지금도 여전히 만화가의 삶을 쉽사리 선택하지 못하는 젊은 만화지망생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나의 격려와 위로로 우리 만화카페에서 만화가가 탄생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카페의 컴퓨터 앞에 앉아 활동하는 만화동아리의 과제 작품을 그린다. 사실, 카페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내게 가장 달콤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그림을 그리며 매출도 오르면 좋겠지만 그건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가슴에 묻었던 꿈을 되찾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20여 년 아닌가. 두 아이의 엄마로서 때론 힘들고 지치는 일상을 보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의 일상에는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과 꿈과 희망이 있다. 그리고 내가 꿈을 잊지 않는다면 꿈은 언제나 나의 곁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이경애 창업주는 아름다운재단 한부모 여성가장 창업지원을 통해 희망가게 ‘만화카페 원피스헌터’를 창업하였습니다. <희망가게 찾아가기> 창업을 통해 자립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여성 창업인의 이야기이며 더불어 한 가정의 가장이자 어머니인 그들의 진솔한 삶을 담고있습니다.     

글.사진 | 이명아

 

업체명 : 만화카페 원피스헌터 

주소 : 서울 구로구 오류1동 23-36

전화번호 : 02-2619-0077

사이트 바로가기 : blog.naver.com/ani0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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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가게>는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12년 5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 부산, 대전, 대구, 광주에 이르기까지 125개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은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故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