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걸려오는 업무전화 공포? 혹은 환희?

일요일 저녁 8시.

담당하는 미용실 사장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철렁.

주말에 쉬는지 아시는지라, 이시간엔 거의 연락 안하시는데… 이런 전화는 받았다 하면 긴급 상황이거나 사고가 있다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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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간사님~ 집이시지요? 쉬는데 죄송해요

‘아…아니에요. 무슨 일 있으세요?”

‘간사님, 축하해주세요. 저 오늘 천 이십 찍었어요.’

‘네????’

‘저, 매출 오늘로 천만원 넘었다구요~. 담에 맛있는거 사드릴게요. 호호호’

‘네???? 말이 돼요? 푸하하하하하. 아…근데 몸은 괜찮으세요? 건강 생각해가면서 하셔야해요.”

‘걱정마세요. 저 운동 열심히 하고 있구요, 너무 신나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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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이랑 단 둘이서 일하는 열다섯평도 안되는 미용실에서 월 매출이 일천만원이라니! 이런 불황에, 겨울에, 비수기에….

아닌게 아니라 한달전쯤 오픈한 사장님들 영업현황과 자금관리 사항을 보기 위해 매장들을 쭉~ 둘러보았습니다. 우연인지 몰라도, 이상하게도 같이 선정된 기수 분들이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함께 오픈한 미용 3인방께서 보여준 첫달 매출 때문에 깜놀했지요. 첫달에 모두 이렇게 영업이 잘된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12월에 오픈했는데…

헌데, 이런 매출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전화주신 사장님, 아침 10시에 도착했는데 펌 손님이 4명. 근처 미용실을 죽 둘러보니 아직 문을 안열었거나 손님이 하나도 없네요. (죄송..) 동네를 한바퀴 둘러보니 곳곳에 직접 붙인 오픈행사 전단지가 눈에 띕니다.

두번째 사장님, 12월 중순 오픈하자마자 엄청난 폭설에 버스로 이동하다 그만 교통사고가 나셨어요. 물리치료 받으면서도 오픈일을 늦추지 않고 영업을 하고 계십니다. 품목별로 그날 얼마의 매출이 있었는지 꼼꼼히 기재하고 벌써 구정 이벤트도 다 생각해놓으셨네요.  이런저런 관리와 이벤트, 보완사항으로 담당자에게 일시키는(?!)것도 잊지 않으십니다.  

3인방중 마지막 사장님. 오늘 점포를 방문하면서 제가 주력해서 도와드리려고 했던게 재무관리입니다. 아무리 영업 잘하고 매출 좋아도 ‘자산’을 만들지 못하면 생활이 변할 수 없습니다. 그중에 핵심은 점포와 집(가계)의 통장을 분리하고, 해야할 일과 하고싶은 일을 나누어 통장을 관리하는 일이랍니다. 오늘 이것들을 한수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자금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시냐는 질문에 아예 통장지갑을 가져오시네요. 거기에는 ‘가게’, ‘생활비-항목’, ‘내집마련’,’나를 위한 통장’ 각각의 목적을 적은 통장이 10여개는 되는듯 합니다. 게다가, 희망가게 오리엔테이션때 나눠드린 ‘경영가이드북’에는 각종 밑줄과 별표, 그리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빼곡히 적은 노력이 입을 떡 벌어지게 합니다.

그러고보니… 이 세분이 오픈준비하면서 서로 상권입지 보는것도 같이 가 주시고, 오픈식에 함께가 격려하고, 누가 먼저 오픈하는지 은근 경쟁도 하고, 그러면서도 처음으로 애들 다 떼놓고 세분이서 남이섬에 가 바람도 쐬면서 마음도 함께 달랜 얼마안된 시간이 이들에게 어떤 동질감을 부여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주말에 걸려오는 업무 전화.  앞으로는 계속 긴장 놓아도 될까요?

 

<희망가게>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13년 9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하여 원주, 춘천, 대전, 천안, 청주, 대구, 경산, 구미, 포항, 광주, 목포, 부산, 김해, 양산에 이르기까지 180여 곳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 님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故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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