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는 한부모지원에서도 서러워 –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허난영 국장

우리나라에서 미혼모의 출산은 연간 만 3천여건 내외로 추산되지만 이들 가운데 다수가 우리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편견 때문에 양육이 아닌 입양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자립을 돕는 미혼모 권익단체로 사단법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사무국장으로 계시는 허난영 선생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사진 :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허난영

 

그녀를 만나기 위해 합정역 옆 소복히 쌓인 눈길을 걸어 가정주택단지 안에 들어섰습니다. ‘여기에요~!’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어주시는 국장님의 인사를 받으며 실내로 들어서자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주변 공기를 메웠습니다.  

“그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선, 수혜로써가 아닌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의 권리로 당당히 지원을 받고 자립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모두 함께 가야죠. ! “
미혼모에 대한 낙인,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바람이라시는 국장님과의 대화 속에서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미혼모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미혼모들에게 닥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원가족과의 단절, 인간관계의 단절, 그에 잇따라 학업단절, 취업포기,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게 되는 것입니다. 스스로 그만두게 만드는 것이죠. 양육은 오롯이 그녀들의 몫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정신적 충격, 산후우울증, 대인 기피증까지 미혼모들에 대한 기본적 사회적 안정망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죠.

Q. 한국 미혼모의 현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신다면.

정부는 아기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씻고자 국외 입양을 줄이고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입양은 버려진 아이를 가슴으로 낳는 일종의 선행으로 찬사를 받았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자신이 낳은 아이를 포기하고 숨죽여 살아야만 하는 미혼모들과 친부모의 품에서 양육될 권리를 빼앗긴 아이들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미혼모 수치는 약 2만 3000여명으로 추정됩니다. 그 중 시설이용자는 3000여명, 지원정책이 시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 역시 미혼모에 대한 인식의 한계입니다.

Q. 최근 입양기관의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을 폐소한다는 정책 이슈가 있는데요. 시설이 줄어들면 미혼모들이 거처할 곳이 줄어드는것 아닌가요.

2011년 개정된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2015년 7월부터 입양기관은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입양기관이 미혼모시설에서 일반시설의 3배 이상의 아동들을 해외로 입양시켰고 , 입양을 권유하는 통로가 되었다는 문제제기 때문이었는데요. 미혼모의 양육지원을 강화하고 향후대책을 논의하기위한 정책토론회를 거치는 등의 과정에 있습니다.

Q. 미혼모 자립지원을 위해 궁극적으로 무엇이 필요할까요 ?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 미혼모가 자선, 바램, 수혜로써가 아닌 인간의 권리로써 당당하게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사회적 인식 또한 병행되어 변화해야 겠지요. 미혼모들은 각종 민간지원에서도 소외되고 있습니다. 많은 자립지원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혼모도 한부모에 포괄되기는 하지만, 엄격히 말해 한부모와는 특성이 또 달라요. 일반 한부모 보다는 자녀의 연령이 극히 어리죠. 때문에 취업 또는 창업을 위한 교육또는 준비를 하는 동안 조차도 아이를 맡기기 어려워 프로그램에 참여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따라서 미혼모를 위한 자립지원 사업은 양육과 함께 병행될 수 있도록 투자되어야 합니다.    

Q. 일하시면서 보람 될때도 있으실텐데요.

당연, 당당함과 활기를 되찾은 엄마들을 볼 때죠.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게 되고 직장도 다니게 되었을 때, 떳떳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해내겠다는 엄마들의 말을 들으면 가슴이 벅찹니다. 또, 다시 일어선 엄마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던 엄마들을 도우려고 하는 것을 볼 때, 함께 가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 인터뷰를 마치며..

많은 미혼모들이 인구총조사를 할 때, 심지어 인터넷 회원가입을 할 때조차 당혹스러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당신은 기혼이십니까, 미혼이십니까 라는 질문에 미혼 이라고 하면 자녀 수를 체크하지 못하게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미혼인 여성이 자녀가 있는 것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혼모와 그 자녀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인구학적 통계자료조차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미혼모 가족에 대한 우리사회 무관심이 그러한 결과를 낳은 것이죠. 가족으로부터의 단절, 학력과 경력의 중단, 경제적 궁핍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미혼모의 특수한 상황들을 고려하여 아이들이 적어도 5~6세가 되기 전까지 양육이 지원되는 것이 자립을 위한 시급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며 그녀들의 당찬 홀로서기를 함께 응원하고 싶어졌습니다.

 사단법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2007년 리차드 보아스(Richard Boas)박사에 의해 설립되었고, 2008년 9월 서울사무소 개소와 더불어 양육미혼모들을 위한 권익 옹호 및 사회적 편견 불식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2012년 미영리사단법인으로 재창조되어, 미혼모에 대한 역량강화, 이들의 자립을 위한 홍보와 학술활동 등 각종 지원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소 :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 23, 201호(합정동 369-9)
Tel : 02-734-3007, 5007
E-mail : kumsn@kumsn.org

 

글 | 이수연 팀장

One thought on “미혼모는 한부모지원에서도 서러워 –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허난영 국장

  1. 1월의 해 says:

    미혼이십니까, 기혼이십니까 체크하고, 자녀가 있습니까를 체크하고…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부분인데 미혼모들에게는 불편한 부분이었겠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드네요. 무심했던 제 인식에 반성합니다. 엄마들의 당당한 자립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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