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희망가게] 희망가게로 시작한 두 번째 인생 – 일광물회 김향미 대표

[부산지역 희망가게]227호점 ‘일광물회’ 김향미 대표

희망가게 227호점 김향미 대표는 요즘 일할 맛이 절로 난다. 업종 변경 후 매출이 서너 배 늘었기 때문이다. 2년 전 그녀는 ‘미나가마솥통닭’에서 ‘일광물회’로 업종을 변경했다. 통닭집도 장사는 잘되는 편이었지만 단가가 낮아 기대만큼 수익이 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건물주는 매년 10%씩 월세를 올렸다. 매출은 제자리인데, 월세가 오르니 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고 가게를 옮길 자리를 수소문했다. 마침 일광해수욕장 앞에 자리가 났다. 지리적 특성에 맞게 메뉴도 통닭에서 물회로 바꿨다. 예상은 적중했다. 성수기에는 손님이 많아 사람을 고용해야 할 정도였다. 발로 뛰며 기장군에서 난 신선한 활어를 공급한 보람이 있었다.

일광물회 전경
부산지역 희망가게 227호점 ‘일광물회’

“2017년 2월 28일까지 통닭집 장사를 하고, 3월 2일에 일광물회를 개업했어요. 그전까지 밤에는 장사하고, 낮에는 개업 준비를 했죠.”

비용 절약을 위해 페인트칠부터 소품까지 가게 인테리어도 직접 했다. 신선하고 저렴한 활어를 공급하기 위해 최근 운반 차량도 사는 등 장사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매일 아침 8시면 시작해 밤 11시에나 끝나는 생활. 몸은 고되지만 그만큼 보상이 있으니 장사가 재밌다. 그녀에게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꿈꾸기 어려운 생활이었다.

일광물회 내부
부산지역 희망가게 227호점 ‘일광물회’

13년 전 교통사고로 찾아온 위기

“제가 13년 전에 오토바이를 타다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어요. 주변에서 다 죽는다고 그랬죠. 오른쪽 얼굴이 내려앉고, 왼쪽 손목 인대가 끊어지고, 다리도 다 주저앉아서 철심을 18개나 박을 정도였으니까요.”

생각에 잠긴 김향미 대표
부산지역 희망가게 227호점 ‘일광물회’ 김향미 대표

중학생인 아들이 등하굣길에 엄마를 재활병원에 데려가고 데려오는 생활이 반복됐다. 아이한테 할 짓이 못된다고 생각하니 어떻게든 빨리 털고 일어나고 싶었다.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회복 속도에 의사가 놀랄 정도였다. 지인의 소개로 목발을 짚고 자활센터를 찾아갔다. 병원비로 그동안 돈을 다 쓰고 빚까지 진 상태라 생계가 절실했다. 그곳 두부생산 팀에서 일하며 그녀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다.

“두부 진짜 잘 팔았어요. 제가 기장에서 나고 자랐으니까 아는 사람이 많잖아요.”

사고 전 트레일러를 몰았던 그녀는 자활센터에서 두부를 팔며 장사의 맛을 봤다. 열심히 하는 만큼 팔리는 게 재밌었다. 물론 고난도 있었다. 쉽게 부수어지는 두부의 특성상 한 모만 사라져도 판매를 하는 그녀가 횡령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궁리 끝에 일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동료들에게 보여줬다. 오해가 풀리고 오히려 관계가 돈독해졌다. 덕분에 아직도 언니, 동생 하며 만난다. 이렇게 그녀는 위기를 기회 삼는 승부사 기질을 타고났다.

5년 전 희망가게를 처음 알았을 때도 그랬다. 자활작업장의 특성상 일할 수 있는 기간이 4년이라 당시 그녀는 두부생산 팀을 그만두어야 했다. 그 위기 속에서도 그녀는 흔들리지 않고 망설임 없이 기회를 잡았다.

사소한 물품 구입까지 의논
비빌언덕이 되어준 희망가게

아름다운재단의 희망가게를 처음 소개받은 곳은 동사무소였다. 사회복지과 직원은 그녀에게 한부모 여성에게 창업 자금을 대출해주는 사업이 있다며 소개했다.

“설마 내 같은 사람이 되겠나 싶으면서도 이상한 자신감이 있었어요.”

웃고있는 김향미 대표
부산지역 희망가게 227호점 ‘일광물회’ 김향미 대표

선정됐을 때는 더 물러설 때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그녀 나이 45살이었다. ‘미나가마솥통닭’을 창업하며 시각적 효과와 맛의 차별성을 위해 통닭을 손님이 보는 곳에서 가마솥에 튀겼다. 두부 만들 때 가마솥을 다루던 경험이 한몫했다. 통닭은 불티나게 팔렸다,

업종을 전환하는 위기 속에도 희망가게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담당자는 제일인 양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왔다. 그녀에게 아름다운재단은 전반적인 사업 컨설팅은 물론 사소한 물품 구입 하나까지 상의할 수 있는 비빌 언덕이었다.

상차림을 하고 있는 김향미 대표
부산지역 희망가게 227호점 ‘일광물회’ 김향미 대표

희망가게 창업 후 그녀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경제적인 변화는 당연하고,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이제 인생을 끌어나가는 건 나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주변에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만나면 희망가게를 꼭 알려주는 이유다. 그녀 주변에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다.

“다른 말이 필요 없어요. 제가 그 증거잖아요. 제가 다치고 나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다들 눈으로 보고 있잖아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싱싱한 물회
‘일광물회’의 대표 메뉴 물회

그녀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다. 트렌드에 맞게 1인식 코스 메뉴도 개발하고 싶고. 회뿐 아니라 일식, 중식, 한식을 접목한 퓨전 음식도 도전해보고 싶다. 더 나이 들어서는 자연으로 돌아가 농사지으며 예약제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 이렇게 많은 꿈을 꾸기까지 이를 악물고 왔다. 그래서 망설이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희망가게 같은 기회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또 말해줘도 ‘내가 되겠나?’하면서 물러서는 사람도 많고요. 저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기회가 왔을 때 잡으세요. 희망가게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니까요.”

웃고있는 김향미대표
부산지역 희망가게 227호점 ‘일광물회’ 김향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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