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가게 창업주 건강권 지원사업
아름다운재단은 16년 희망가게를 운영하는 한부모 여성가장 창업주 약 200명을 대상으로 종합 건강검진 및 재검진 · 정밀검진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업의 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5월 희망가게 창업주의 건강권을 위해 2억 원을 기부하면서 마련되었습니다.

④ 희망가게 258호점 장길춘 구들장구이, 장수진 창업주(뇌종양 수술) 

“1년만 늦었더라면… 종양이 발견되었다는 것에 감사드려요.”

희망가게 286호점에 선정된 장수진 사장님은 8월에 가게를 열고, 9월에 건강검진을 하게 되었다. 그 동안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곳이 전혀 없었기에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만약 몸에 이상이 있다면 가스 냄새를 많이 맡다 보니 폐가 좋지 않거나, 평소에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해 대장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 정도는 음식 장사를 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이라고 여겼다. 가게를 오픈 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기였기에 건강검진 소요 시간이 가장 적게 드는 검사를 하기로 했다. 바로 뇌 검사였다. 그것은 자식들과 가게에 걱정을 안겨주고 싶지 않은 어머니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했다.  

희망가게 장길춘부대찌개 장수진 창업주

희망가게 장길춘부대찌개 장수진 창업주


아무 증상이 없었던, 뇌종양의 발견. 가게 문을 닫을 수 없는 현실.

“뇌 검사를 하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지만, 다른 검사보다 비교적 간편하게 10분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잠깐 누워있다가 가게로 빨리 돌아와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뇌 검사를 받았는데… 1년만 늦었어도… 지금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상상도 못 했겠죠…”

병원에서 뇌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뇌 정밀 검사를 하게 되었다. MRI 판독결과 전두엽에 3.5cm 크기의 종양이 발견되었다. 그동안 아픈 증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뇌종양이라는 결과가 한 동안 믿어지지 않았다. 악성 여부를 알아보는 세포검사에서 뇌종양이 2기에서 3기로 진행되는 단계였고, 다행히 전이는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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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오픈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어린 두 자녀를 생각하니 여러 가지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왔어요. 종양이 아주 심각한 단계는 아니었고, 당분간 더는 커지지는 않을 거라는 의사의 진단에 수술 일정을 많이 고민했어요. 가게를 이제 막 열었는데 바로 닫을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연말까지 장사하고 가게를 어느 정도 안정화한 후에 수술하기로 결심했어요.”

장기기증 유서를 쓰던 순간. 그리고 생에 대한 강렬한 의지.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고 김영란법으로 회식문화도 줄어들면서 가게 수익이 많지 않았다. 누군가 대신 가게를 운영하기도 어려운 일이어서 1달만 쉬며 수술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한 부모 가장이기에 자신의 건강을 위해 당연히 해야만 하는 선택도 매 순간 쉽지가 않았다. 속을 터놓을 단 한 사람도 없이 혼자서 감내하고 이겨나가야만 했다. 그때마다 희망가게 창업 준비 때부터 곁에서 함께 했던 대전여민회의 박연화 간사님으로부터 많은 조언과 힘을 받으며 의지가 되었다.

장수진 사장님은 뇌종양 수술을 받기 전에 장기기증 유서를 썼다. 이제껏 받은 게 많은 삶이었으니, 혹시라도 수술이 잘못되더라도 마지막 가는 순간에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죽을 수도 있다는 수술동의서에 서명을 마치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5시간의 수술 끝에 눈을 겨우 떴는데 그때, 생이 다시 꿈틀거리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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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누워있는 중환자실에서 희미하게 밥 냄새가 났어요. 그 순간에 살았구나! 비로소 안도했어요. 뇌종양 수술 중에 전두엽에 문제가 생기면 후각과 미각이 마비되는데,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음식장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이 앞섰어요. 만약 후각과 미각을 잃게 된다면, 모든 촉감을 총동원해서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는 각오까지 하고 있었어요.”

수술 직후에 침도 넘기기 힘들 정도로 거즈에 물을 적셔 마셨던 장수진 사장님은 이틀 만에 회복하고 밥을 먹게 되었다. 생에 대한 강렬한 의지는 그녀를 다시 일으켰다. 수술 이후 이따금 밤마다 온몸에 통증이 와서 항경련제를 맞고 있지만 점점 나아지며, 회복 중이다.

희망가게 장길춘부대찌개 장수진 창업주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건강권 지원사업이 가져온 삶의 변화

“1년만 늦었어도… 아마도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거예요. 뇌종양은 증상이 없어서 발견되기 어려운데, 건강권 지원사업을 통해 우연히 검사를 하고 수술까지 무사히 마쳐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몸에 이상 신호가 없었기 때문에 제 돈을 내고 선뜻 건강검진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예전에는 조바심을 많이 내고, 빨리 문제들을 해결하려고만 했었어요. 그동안 나를 다그치고 했던 게 몸에 탈이 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제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마음으로 큰 욕심 없이 여유를 가지고 살아도 되겠구나 생각해요. 저도 몰랐던 아픈 몸을 발견해준 인연에 감사드려요.”

장수진 사장님은 2월 중에 대전 중촌동에 있는 ‘장길춘 구들장구이’ 가게를 다시 개업할 예정이다. 희망가게를 8월에 오픈하고 잠시 휴업을 하긴 했지만, 희망가게 창업 준비와 면접심사, 그리고 희망가게에 선정된 후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늘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임해왔다. 오랜 시간 다른 가게에서 서빙도 하고, 대리 운영도 하고, 주방도 맡으면서 맛있는 음식의 노하우를 열심히 보고 익히며 부단히 노력해왔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희망가게 268호점 장길춘부대찌개

희망가게 268호점 장길춘부대찌개

“예전에 붕어빵 장사를 잠시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눈, 비만 피할 수 있어도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내 인생의 한 줄기 빛 같은 인연, 희망가게를 통해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장길춘 구들장구이’를 통해 다시 꿈꾸는 희망과 도전

조금은 특이하고 이색적인 ‘장길춘 구들장구이’ 가게명은 아버지 존함 ‘장길춘’에서 가져온 것. 길할(길), 봄(춘). 장수진 사장님의 아버지는 태어나신 곳에서 줄곧 살고 계신다. 딸은 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해진 이후로 더 한정된 곳에서 세상 물정 모르고 사시는 모습이 그저 안쓰러웠다.

희망가게 장길춘부대찌개 매장모습

희망가게 장길춘부대찌개 매장모습

“사는 자신의 공간이 전부인 아버지에게 간판으로서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어요. 간판에라도 아버지 이름을 새겨서 바깥 공기, 바람을 쐬어드리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그리고 이름을 자주 부르면 오래 산다고 하잖아요. ‘장길춘’이란 아버지 이름이 세상에 많이 불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망가게 268호점 장길춘부대찌개 매장모습

고기를 정직하게 팔고 싶다는 ‘장길춘 구들장구이’의 추천메뉴는 짜글이, 부대찌개다. ‘짜글이’는 고기 90%, 김치 10%를 함께 냄비에 자글자글하게 끓여 먹는 별미다. 점심때 넉넉하게 한 끼 먹을 수 있도록 라면 사리를 무한리필로 제공하는 부대찌개는 내 가족처럼 챙기는 넉넉한 인심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연탄불에 초벌구이한 삼겹살, 한우 등의 고기는 여주 도자기 돌판에 구워 육즙 가득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잠시 휴업 중이었던 가게를 훈훈한 기운으로 다시 살려두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이에요. 유별나게 광고하지 않고 맛으로 입소문이 퍼지는 가게로 만들고 싶어요. 그동안 딸들과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수익 일부분을 환원하는 사업도 하고 싶고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길은 열린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무수한 고비마다 에너지들을 끌어모아야죠. 산을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오고, 산을 하나 넘으면 더 큰 산이 있겠지만, 산을 넘긴 힘으로 또 다른 산을 넘으며 힘을 받아 나아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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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나영ㅣ사진 전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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