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가게를 만들기 시작한지 어느덧 1년 하고 8개월이 되어갑니다.

군대로 치면, 말년병장이지만 희망가게 사회에서는 아직 이등병입니다.

하루하루 자라는 아이처럼 쑥쑥 커가는 것을 느끼며 배우고 있습니다.

어느덧, 희망가게 250호점을 넘었습니다.

어느덧, 희망가게 250호점을 넘었습니다.


요즘, 실무자로서 가슴이 타는 일이 생겼습니다.

가슴이 ‘타는 일’, 어떤 일이길래 그럴까요?

어렵게 오픈한 매장의 매출이 좋지 않으면, 실무자입장에선 마음이 여간 불편한게 아닙니다.

지난 연휴 때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실무자인 제가 잘 못해서 매출이 낮은가 자책을 하게도 됩니다.

 

“아… 입지 알아볼때 조금더 강하게 주장해서 다른 데로 알아볼껄…”

“아… 오픈 초기에 컨설턴트에게 컨설팅을 더 꼼꼼히 받아서 매장 셋팅을 했어야 했는데…”

“아… 내가 너무 사장님 말씀에만 의존했나? 조금 주도적으로 이끌어서 매장에 도움될 수 있는 의견을 드릴 걸…”

 

어쩌면 실무자가 매장 운영에 여러 의견을 드리는 것이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고

때로는 스스로도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매출이 낮으면 낮을 수록 실무자의 마음이 무겁고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다 하셔야 해요!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옐로아이디”

오픈 초기 창업주에게 주되게 이야기하는 홍보 방법들입니다. 

강남대로 한복판에 100평짜리 매장이라면 홍보가 따로 필요 없겠지만, 희망가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게, 희망가게는 B급 상권도 아닌, C급상권인 골목에 위치한 작은가게입니다.

광고도 찍고, 유명모델을 섭외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이럴마케팅하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별도의 비용을 드리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옐로아이디’ 5종 세트를 이용할 뿐입니다.

 

실무자나, 컨설턴트는 창업 초기 이런 홍보 방법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합니다.

블로그 계정도 만들어드리고, 지도검색도 등록해 드리죠.

그러나, 창업주님들이 관리를 이어가지 못해 거기서 멈춰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많은 자영업자들은 블로그나 옐로아이디로 홍보하고 있다.

많은 자영업자들은 블로그나 옐로아이디로 홍보하고 있다.


무리한 요구인가? 노력이 부족한 것인가? 

창업주의 노력이 부족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하겠다고 덤벼들었습니다.

저는 팔팔한 20대 젋은 층, SNS를 잘한다고 자부하기도 했고,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해 자신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았습니다.

제 개인 SNS에 글을 올리는 것과, 가게를 홍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홍보에 맞는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하고, 어떻게든 검색에 잡히게 하기 위해서 검색과 관련된 글을 써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결론은 매장을 홍보하는 목적에 맞게 글을 써야 하기에 더더욱 어려웠습니다.

주말내내 붙잡고 있었지만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창업주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 그리고 엄마

생각해보니, 우리 창업주들은 그냥, 일반사업자가 아니었습니다. 창업주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이며, 살림을 챙겨야하는 엄마입니다.

살림을 챙기는 몫이 오로지 엄마, 여성에게만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희망가게 창업주 분들은 가장과 엄마의 역할을 오롯이 혼자 해내셔야 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 학교를 보내야 하고, 본인도 출근 준비를 해야 합니다. 어떤 분은 장사를 위해 시장에 가기도 하구요.

그렇게 전쟁 같은 출근을 마치고 나며 가게에서의 업무가 시작됩니다. 

희망가게 대부분이 직원이 없는 1인 사업장입니다. 창업주님 혼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을 합니다.

일정을 조정도 하고 미룰 수도 있는 가사일과 달리 매장에서의 일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꼭 그 시간에 해야 하는 잔일이 많습니다. 

그렇게 동분서주하다 퇴근하면 9시, 10시

집에 가서 아이들을 챙기고, 쌓여 있는 가사일을 마무리하고. 

해야할 일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 우리 창업주 분들의 하루는 참 바쁘고 짧습니다.

희망가게 창업주님들은 창업주 이전에 가장이고, 엄마였습니다.

희망가게 창업주님들은 창업주 이전에 가장이고, 엄마였습니다.


현실과 괴리되어 창업주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게 아닌가.

어느날 아침, 한 매장의 블로그 작업을 하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희망가게의 실무자로서,

오늘도 저는 250번째의 희망가게를 만들며, 고민하고 반성하고 또 하나를 배웁니다. 

 

<희망가게>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15년 7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하여 원주, 춘천, 대전, 천안, 청주, 공주, 세종, 대구, 경산, 구미, 안동, 포항, 광주, 목포, 나주, 순천 부산, 김해, 양산, 창원, 울산, 전주, 군산, 익산에 이르기까지 250여 곳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 님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장원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