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여성가장 창업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희망가게팀이 유럽의 마이크로크레딧 사례를 배우기 위해 영국, 프랑스, 벨기에에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실제 내로라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를 찾아가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도 하며, 희망가게가 달려온 10년을 다시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잠깐이지만 낯선 곳 낯선 문화를 경험하며 실무자들의 지친 피로도 달랠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여기 그 얘기들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희망가게팀 해외연수에서는 단체 및 견학처에 방문하는 모든 일정을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진행하였다. 런던, 파리, 브뤼셀의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그 도시의 색깔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바쁘게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급하게 걷던 우리는 문득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곳이 공동묘지의 한가운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초록이끼가 가득끼고 여기저기 조각이 떨어져나간 무덤들이 양쪽으로 즐비했던 것이다. 양쪽 무덤사이로 난 길을 너무도 무심히 바쁜 걸음을 옮기는 런던시민들의 표정과 거의 햇빛이 들지 않는 흐린 런던의 날씨가 어우러져서 ‘내가 다른 나라에 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곳을 벗어나 작은 골목을 지나자 또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거리양쪽으로 즐기하게 펼쳐진 포장마차에는 갖가지 식재료와 조리중인 음식들이 있었다. 매일 낮에 이렇게 음식가판대가 즐비하게 펼쳐지는 작은 음식 시장같은 것이라고 했다.

신생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유엔엘티디(UnLtd) https://unltd.org.uk/

 

이런 색다른 길의 끝자락쯤 깔끔한 흰색벽에 주황색의 앙증맞은 디자인이 돋보이는 UnLtd 사무실이 있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방문객을 맞이하는 친절한 직원과 홈페이지만큼 알록달록하면서 아기자기한 홍보물 등이 진열된 사무실의 분위기가 마음과 눈을 즐겁게 하였다. 

이어 안내를 받아 들어간 회의실에서 우리는 UnLtd의 대표 Cliff Prior와 국제네트워크 담당인 Krisztina Tora를 만날수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 UnLtd의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UnLtd의 비전과 미션

UnLtd는 언리미티드(UnLimited)의 약칭으로 설립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12년 된 재단이다. UnLtd의 비전은 ‘사람들이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는 세계로 만드는 것’ 이며, 이를 위한 미션은 ‘세상을 그렇게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것, 그래서 그 사람들이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라고 한다.

현재 영국에는 사회적 기업들을 지원하는 조직들이 굉장히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UnLtd는 단순히 사회적 기업가를 지원하는 것을 너머 변화 그리고 혁신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조력자, 중간지원자의 역할을 더 키워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서 UnLtd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는 모든 지역과 모든 나라에는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열정이 있고 그들에게는 에너지가 있다는 걸 깊게 믿고 있다. 그래서 그 믿음에 따라서 UnLtd는 프로젝트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본다. 즉 사업계획을 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본다는 것이다.

또한 UnLtd는 작은 사업과 큰 사업에 편차를 두지 않고 모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영웅 한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영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러한 기준으로 사회적기업가를 선발하는데, 가장 큰 기준은 ‘이 사람이 과연 사회적으로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있느냐’ 와 ‘정말 기업가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때문에 지원한 사람들을 면접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만나며, 이를 위한 매니저의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더욱 확대하여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하는 교육도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는 일

UnLtd는 사회적 기업 중에서도 초기단계 즉 이제 막 설립한 혹은 설립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을 직접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12,000명을 지원하였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업초기 단계에는 적은 금액을 지급하며, 이 경우에는 자금의 대출이 아닌 지원사업이며, 완전한 성장단계에 이르러 큰 금액을 지급하는데 이 경우가 대출사업이라는 것이다. Cliff Prior는 이것을 「인내의 대출」이라고 표현하였는데, 갚아야 하는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불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을 교육, 훈련하고 지원하는 일들이 UnLtd뿐 아니라 대학이나 다른 시민단체에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같이 사회적 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UnLtd의 국제적인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서 2013년에 글로벌 단계에서 사회적 기업가들이 모이는 네트워크를 만들었으며, 전 세계에서 초기 단계의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조직들은 모두다 참여 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을 시작하는 사회적 기업가들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 만나서 경험을 공유하고 최적의 방법인가를 토론하고 서로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즐거운 만남을 뒤로 하고 UnLtd를 나서면서 사람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가능성을 믿는 조직과 사람들을 만난 것이 너무나 가슴 뿌듯했다.

 

<희망가게>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14년 12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하여 원주, 춘천, 대전, 천안, 청주, 대구, 경산, 구미, 포항, 광주, 목포, 부산, 김해, 양산에 이르기까지 220여 곳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 님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장원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