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독이는 따뜻한 밥

최근, 창업주의 일련의 사건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창업주 한 분은 창업전 부터 끌고온 부채로 인하여 영업종료 위기에 서 있으나, 친정부모가 도와주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창업주는 아드님의 교통사고 가해자가 예전에 본인을 괴롭혔던 이와 너무 닮아 만나는 것도 괴로워 하며 합의를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는 지인이 몇일 전 울면서 전화하여 우리집에 하룻밤 묵고 가겠다고 했다. 

왜 친정부모는 도와주지 않을까? 합의도 못하고 있는 가족을 위해 다른 가족이 나서 줄 수는 없을까? 그녀는 왜 우리집을 찾을까?  궁금했다. 

심리상담 지원을 하시는 분은 부모로 부터(수직관계) 신뢰와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자녀에게도(수직관계) 많은 사랑을 주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문제는 수평적인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쳐 신뢰할 수 있는 친구(수평관계)를 잘 사귀지 못한다고 한다. 

불행히도 본인이 자라온 환경이 그닥 긍정적이지 않은지라 진실한 친구를 사귀는데 장애가 생긴 것이다. 방어 기재 때문에 의도치 않게 잘난척을 한다거나, 억울해 한다거나, 따진다거나.. 심지어 상대에게 착한 모습만을 보여 주고 싶어 본인의 괴로움을 표출하지 못한다. 자녀에게도 마찬가지, 관계란 관계들은 모두 어긋나 버린다. 

하룻밤 우리집에 기댄 언니와 술 한잔 하며, 실 없는 농담을 하며 웃고 떠들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며 우리집이 가족이 되고, 진실한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집에 있는 동안 “가족”처럼 따뜻함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편안한 잠을 잔다면, 그녀의 괴로움도 좀 나아지겠거니….

 

 

화목한 집안에서의 행복하고, 서로 함박웃음으로 이야기 하는 모습, 그리고 포근한 잠. 정신에게도 이러한 것들이 필요하다. 정신에게도 배고프고 추울 때 “따뜻한 밥”이 필요한 것 같다. 메마르고, 삭막한 곳에서 누군가 차려주는 따뜻한 밥상 하나. 많이도 필요치 않고, 내가 필요할 때 한 상이면 된다.   

생각해 보니, 내가 밥상을 차려주어야 할 때도 종종 있었던 듯 하다. 

덜커덕 암 선고를 받은 창업주에게 달려가 위로한 날. 창업주는 경황이 없었으나, 그날 “같이 자자”고 했었다.  하지만, 같이 있는다고, 위로도 못해드릴 것이 뻔해 돌아 왔었다.  혹시, 내가 그녀에게 따뜻한 친구가 되는 것을 거절하지는 않았을까? 

어릴 때 이웃에 살던 먼 사촌언니가 새벽에 울면서 우리집 초인종을 눌렀을 때, 그녀는 맨발이었고, 울고 있었다… 그날 그녀는 우리집에서 따뜻한 잠을 원했을 것이다.  

나의 유년시절은 막내딸로 사랑 받고 자랐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 업어주고, 어머니는 이제나 저제나 지금도 딸 걱정이시다.  그 덕에  정신적으로 건강(?) 하여 창업주들을 이해하려는 발판은 만들어 진 것 같다. 또한 무한한 사랑과 애정을 주시는 부모 그리고 가족이 있어 소진 되어질 때 버틸 수 있다. 

아이와 스스로의 삶을 바꾸고, 자립하는 긴 터널을 지나야 하는 창업주들은 가끔 누군가 차려준 따뜻한 밥상이 필요하다. 무소처럼 씩씩하게 가다가도 너무 힘들어 주저 앉을 때 그 삭막한 공간에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  때로는 그 역할을 사후관리자들이 하고 있다. 

그 막대한 의무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녀들에게 그렇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 나는 아무것도 아닐 진데….   

정신적인 밥, 밥 먹자요, 쉬고 가자요 ~

 

<희망가게>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14년 6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하여 원주, 춘천, 대전, 천안, 청주, 대구, 경산, 구미, 포항, 광주, 목포, 부산, 김해, 양산에 이르기까지 210여 곳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 님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장원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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