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을 울린 한마디

제목을 적어놓고 조금 의문이 간다.

희망가게팀에 보직발령이 난게 2월이니, 약 8개월차가 되었는데, 아직도 ‘새내기’가 맞나 싶기도 하다.

군대로 치면 이등병이 아닌 가장 일 많이 하는 ‘일병’정도 인데 말이다.

하지만, 아직 ‘나날이 새날’ 이라는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처럼 나는 아직 나날이 새날이다.매일매일 배움의 연속이다.

마음은 아직, ‘새내기’다.

 

대부분의 비영리단체들 처럼, 아름다운재단도 크게 모금배분으로 구조가 짜여있다.

모금활동을 통해 기부자님들의 마음인 기부금을 모으고,

이렇게 모여진 기부금은 기부자의 의사에 맞게, 우리사회의 꼭 필요한 곳에

단 돈 1원도 한점 부끄럼 없이 사용한다.

특히, ‘사회근본문제 해결과 변화라는 가치는 아름다운재단의 큰 정신이다.

 

나는 그런 배분사업을 한다.

그렇지만, 조금 특이하게도 배분이지만, 다시 돌려받는 ‘대출사업’을 한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가장에게 창업자금을 대출해드리고, 자립할 수 있게 도와 그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돕는 일을 한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업이다. ^^

 

그런데,

모든 배분사업이 마찬가지겠지만 기부자님의 소중한 기부금으로 조성된 사업을 집행하는 실무자 입장에선 기부금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사업정신에 맞게 효율적이고 잘쓰일 수 있도록 집행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하지만 모든사업이 다 그러겠느냐, 희망가게 사업으로 본다면가끔은 사업이 부진해 영업종료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적지만 도덕적 헤이도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또 열심히 노력하지시만 어려움에 빠지시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참 속상하다. 하지만강경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 심사기간에는 각종 항의성 ‘민원’을 상대해야 한다.

이런과정에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

속상하고, 또 어디가서 울고싶을 떄도 있다.

 

그런데, 이런 내 가슴을 울린 한마디가 있다.

바로 지난 8, 한국에 방문하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이다. 

프란시츠코 교황 [사진출처]

 

“우리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을 사업적인 차원으로만 축소시키고

모든 사람은 반드시 한 인간으로써 성장하고

자신의 인격과 창의력과 문화를 존엄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과 함께하는 연대는 그리스도 인 생활의 필수요소로 여겨야 합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2014년 8월 14일 한국주교단연설 중

 

얼굴은 화끈거리고, 가슴 한쪽은 저려오며, 부끄러워졌다.

아… 나는 여러가지 이유로 홀로 아이를 키우게 된 어머님들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하는데, 이를 사업적차원으로만

관리적으로만 축소시키지 않았던가

단순히 상담하러 오신 분들 중에 부족하신 분들을 ‘골치아픈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는가?

나도 모르게 “저러니깐 저렇게 살지.”, “가난한데는 다 이유가 있어” 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는가 ?

하루종일 머리 속에서 나의 가슴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첫 발령때 내 책상에 내가 직접 쓴 글귀.

 

“세상사람 모두가 똑똑하고 유능할 수 없으며, 꼭 그래야할 의무 또한 없다.

결국, 우리는 하느님의 어린양이다. 사람이기에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한다.”

  

나는 내 스스로 작성한 이 말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가

 

다른 어떤 물음이 필요한가.

또 다른 어떤 다짐이 필요한가.

단지 오늘의 이 반성, 이 느낌을 기억하고, 또 기억해 가슴 속에 담고

‘사업’ 대신, ‘사람’과의 연대를 이어가야 겠다.

 

<희망가게>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14년 8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하여 원주, 춘천, 대전, 천안, 청주, 대구, 경산, 구미, 포항, 광주, 목포, 부산, 김해, 양산에 이르기까지 210여 곳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 님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장원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

 

글 | 황선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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