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작은가게 이용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대형마트를 참 좋아한다.

나는 시원하고, 편리하고, 볼거리가 많고, 가격까지 저렴한 대형마트가 좋다.
요즘 같이 더운날, 여자친구와 대형마트에서 데이트 할 정도다. 

대형마트 청과물 코너대형마트 청과물 코너 [사진출처]

 

어렸을 떄부터 엄마따라 백화점 식품부나 대형마트를 주로 다녔지, 단 한번도 전통시장에서 무엇을 사본 기억이 없다.

집에서 독립하기 전, 지금의 부모님 집인 아파트 후문 바로 앞에 대형마트가 있다.

항상 내가 사는 곳에는 걸어서 대형마트를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의정부 시내쪽에 있는 오피스텔에 입주하게 되었다. 

의정부 시내에는 의정부전통시장이 있어, 골목상권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입점이 금지되었다. 

본래, 의정부 만지역사에 0마트가 들어올 예정이였으나, 의정부시민들의 노력으로 입점을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대형마트를 이용하려면 버스나 경전철을 타고 20분내지 30분을 달려야 한다.

 

전통시장을 이용하고 싶었지만,
엄두가 안났다.

전통시장을 생각하면 불편하고,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카드결제 안되고, 가격도 불명확하고, 꼭 사야만 할 것 같고… 내가 고를 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시스템이 있는 곳에 도전할 용기가 안났다.

 

근데, 대형마트가 없는 곳에서 3개월을 살다보니, 대형마트에 익숙한 나에겐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버스나 경전철을 타고 20분, 30분을 달려야 하는 번거로움과 시간낭비 때문에 마트를 자주 못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한번에 장을 잔뜩보게 되는데, 쌀을 사는 경우에는 무거워서 혼자 들고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인터넷배달을 시키자니, 대형마트에서 물건고르는 재미가 떨어져 뭔가 허전하다.

 

그러던 어느날.

다이어트를 위해 해독주스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재료를 사기위해 내가 평소 애용하는 대형마트로 갔다.

양배추, 브로콜리, 토마토, 사과, 요쿠르트, 당근 이렇게만 사면 된다.

양배추, 2500원이였다. 적당한 가격 ok

브로콜리 개당 2000원…? 비싼…건가? 일단 ok

토마토 한상자에 9000원 ?

사과 4개에 9000원 ? 

당근 한봉지에 3000원 .. ? 

너무 비싼것이다. 

해독주스 먹다가. 비싼 재료값 때문에 파산날것만 같았다.

 

그때, 전통시장에 가면 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2도의 더운 날씨지만, 

큰 용기를 가지고 집 근처 의정부 전통시장에 갔다.

전통시장 청과물 상가들전통시장 청과물 상가들 [사진출처]

 

시장에 가니, 사람들도 많았다.

근데, 나만 이방인 처럼 뻘쭘했다. 물건을 살 엄두가 안났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한바퀴, 두바퀴, 그렇게 30분을 돌았다.

 

그러다가 토마토를 보니, 한상자에 3000원인거다!

아까 마트에서는 9000원이였는데! 1/3가격이라니! 

싼 가격에, 용기를 내어 사장님께 

“사장님, 토마토 한상자 주세요.” 하였다.

“사장님이 중복인데 토마토가 안나가~ ” 

이러시면서 친근하게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어색하지만 “네~ 그러게요. 중복인데.. “라고 말을 흐렸다. 

 

최초 구매에 성공한 나는 용기가 났다. 

귀에 끼고 있던 이어폰을 벗어던지고, 본격적으로 시장을 봤다.

“사과 얼마에요?”,

“사장님, 당근은 없어요?”

어디가게가 싼지, 어디로 가면 야채가 많고, 어디로 가면 과일이 있는지 이제 알았다.

 

그렇게 탐색한 결과 전통시장의 해독주스 재료 가격은 이랬다.

양배추 2천원

브로콜리 개당 1천원

토마토 한상자에 3천원

사과 한바구니에 2천원

당근 한봉지에 2천원

해독주스 재료. 사과,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토마토

해독주스 재료. 사과,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토마토

 

대형마트의 그것과 비교해 보니 가격차가 무려 1만 5500원

품목

대형마트 

전통시장 

가격차 비율

양배추

2,500 

2,000 

25%

브로콜리 개당

2,000 

1,000 

100%

토마토 한상자

9,000 

3,000 

200% (대박)

사과 한바구니

9,000 

2,000 

350% (허걱)

당근 한봉지

3,000 

2,000 

50%

합계

25,500 

10,000 

155%

 

장보기위해 ATM기에서 2만원 뽑아갔는데, 1만원이 남았다.^ ^ 

 

저렴한 가격, 사람냄새나는 시장, 무엇보다도 나의 돈이 작은가게, 지역의 작은경제를 살린다는 마음에 기분까지 좋아졌다.

마치, 기부를 하고난 뒤에 기분이랄까?

마치,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랄까?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이제 나도, 전통시장을 이용 할 수 있다.

전통시장에 익숙치 않아서 그런거지 딱, 한번만 용기를 내면 이용 할 수 있다.

 

작은가게 이용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부끄러웠다.

그 이유는, 여성가장이 작은가게를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내가,

대기업의 자본력과 힘으로 작은가게를 헤치는 대형마트를 좋아한다는게 참, 부끄러웠다. 

그동안 작은가게 창업을 도우면서, 공익단체에 근무하면서, 작은가게를 헤치는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내가

너무 위선적으로 느껴져 마음이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양심의 가책을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작은가게를 이용하자!

불편하고 조금 힘들더라도, 용기를 내어 이용하면, 대형마트를 이용할 때 느낄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동네 전통시장 지금 찾아보기

 

<희망가게>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14년 6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하여 원주, 춘천, 대전, 천안, 청주, 대구, 경산, 구미, 포항, 광주, 목포, 부산, 김해, 양산에 이르기까지 210여 곳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 님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장원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 

 

 

2 개의 댓글들

  1. 저는 시장 옆에서 자라 하교길에 채소가게 아줌마가 불러서 찐옥수수 주면 받아먹고, 엄마가 콩나물, 두부 사오라면 쪼르르 달려나가 단골가게 가서 봉지에 담아오고, ㅇㅅ우유 유통을 겸하던 미제가게 아줌마가 우유 먹으라고 줄때 쵸코우유 아니라서 싫다니까 코코아가루(철제통에 든 아주 쓴 맛)랑 설탕 섞어 팍팍팍 흔들어 주셨던게 기억나요.

    그래서일까.. 어른이 된 지금 대형마트에 가면 어지럽고, 갑갑하고, 괜히 시식코너 아줌마한데 말걸고 그래요. 근래들어 마트는 생필품 중심으로 인터넷 주문만 하는 편. 식재료는 생협이나 동네 전통시장에서 그날그날 장본답니다~

  2. 시장을 처음 이용해봤다는 사실에 약간 놀랐어요 ㅎㅎ 근데 정말 가격차이 엄청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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