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싱글맘과 그 가족을 다룬 영화 [마이플레이스]

독립영화 좋아하시나요?

나는 상업영화보다 개성과 솔직함이 묻어 나오는 독립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최근 출품된 영화중에 함께 나누고 싶은 독립영화가 있다. 영화 <마이플레이스>는 ‘가족’을 소재로 다룬다큐멘터리 형식의 독립영화로 화려한 수상기록 만큼 많은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 <마이플레이스>

 

영화 <마이플레이스> 상영 및 수상

2013 제13회 인디다큐페스티발, 관객상

2013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관객 평론가상

2013 제18회 서울인권영화제

2013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13 제 7회 여성인권영화제

2013 제39회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상

 

영화에는 감독의 여동생,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의 아이인 소울이가 나온다. 여동생은 비혼모(자발적 미혼모)가 되기를 자청하고 임신을 하고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 감독은 그때부터 아이가 태어나 뛰어다니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이 영화가 특이한 점은 카메라의 조명이 미혼모인 여동생에게만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 감독 본인도 함께 과거를 조명하면서 역추적하는 가족 구성원들 각각의 성찰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유치원에 들어간 아이 ‘소울’이 그려낸 가족띠, 삼촌, 엄마, 할머니를 가족구성원으로 그려넣었다.

 

그의 부모님의 얘기를 추적하다 보면 사실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닮아있음을 보여준다. 어머니 아버지는 캐네디언드림을 꿈꾸었지만 한국으로 역이민을 오게 되는데 여기서 마찬가지 이들 또한 자신의 정체성과 자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방황도 했음을 보여준다.

딸의 임신을 ‘사고쳤다’로 표현하는 아버지, 하지만 그 또한 변해간다

 

아버지는 딸의 행동이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 “알려지면 이제 난 교회에도 못다닌다” 면서 딸의 임신소식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아버지는 손자 소울의 돌잔치 초대장에도 누구의 아이인지 정확히 표시하지 않았다. 지극히 관습적인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이 겹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손자 소울이가 태어나자 그 누구보다도 자상해지며 딸과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가 선택했다는데 축복해주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낳지 말라고 해’ 동생의 가장 큰 후원자 엄마

 

보다보니 가장 특이한 인물은 바로 어머니다. 어머니는 젊은 시절 똑똑한 재원이었지만 한국의 일터에서의 여성불평등을 느끼고 혈혈단신 캐나다로 떠났다. 한국인으로의 뿌리를 찾기 위해 고국으로 들어왔고 딸의 선택을 나무라지 않으며 적극 도와주려 한다. 사실 한국인들에게 비혼모는 하나의 선택으로 비춰지기 보다는 여전히 무책임한 엄마, 철없는 어린 엄마와 같은 따가운 시선이 다수인 것 같다. 이러한 시선을 무장해제하는 엄마의 모습. 든든했다.

<마이 플레이스>의 박문칠 감독은 영화에서 “평소 자신을 꽤나 진보적이라고 생각해왔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임신해서 돌아온 여동생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감독은 건너편에 앉은 여동생에게 계속해서 묻는다. ‘어떻게 키울 생각이야?’ ‘너무 무책임한 건 아닌거니?’ 하지만 점차 여동생을 이해하게 되고 감독은 우울함보다는 쾌활함으로, 걱정보다는 긍정으로 엄마와 아이, 그리고 가족의 모습을 담아낸다.   

주인공 여동생과 그의 아이(소울)의 행복한 모습

 

영화 포스터의 광고카피 ‘누구나 집에 오면 가족이 된다’라는 말

누구나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곳,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마이 플레이스’를 원하고 찾는다. 감독은 “특히 낯선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을 때, 그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캐나다와 한국을 오가며, 오랜 시간 각자의 집을 찾아 헤매고 다닌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집은 무엇인지, 그 집은 어디서 어떻게 찾거나, 만들 수 있는지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1학년때 부모의 손에 이끌려 간 캐나다에서의 삶은 그녀에게 어떤 느낌을 안겨 주었을까.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캐나에서의 유년시절을 보낸 그녀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지않는 한국 사회 특유의 강압적 분위기에 답답함과 반감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결국 그녀는 한국에서 아이(소울)를 낳고 캐나다를 끊임없이 그리워하게 된다. 캐나다 역시 동양인 어린 학생출신 싱글맘으로 살아가기 녹록치는 않아 보였다. 하지만 다시 캐나다행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엇던 이유. 한국사회의 싱글맘에 대한 차가움과 어려움들을 예상할 수 있었다.

동생의 임신은 결코 우발적인 것이 아니었고 계획을 가진 선택이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캐나다의 정부가 지원하는 육아지원금과 학자금 대출을 통해 생활을 꾸리고 학업을 마친 이후에 대출금을 갚아나가겠다고. 실제로 동생과 아이 소울은 계획대로 캐나다 정부의 보조금과 학자금대출, 무상보육 시스템을 활용하며 충분히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주변에서 우려한 것처럼 ‘계획에 없던 사고’, ‘무책임하고 철없는 행동’이 아님을 삶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의 싱글맘은 주인공 같은 선택조차 할 기회가 없지않나 싶어 이 안에서도 괴리감을 느낀다.

 

남들처럼만 살아가기도 힘들다는 요즘 세상

영화<마이플레이스>를 보고나니 ‘그래,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가 참 힘들지’ 라는 생각보다는 ‘왜 남들처럼 살아가는 것을 우리사회는 강요하는지’ ‘조금 다르게 살아가면 진정 그렇게 안되는 것인가’ 하는 반발심이 들었다. 평균과 다른 삶을 비정상이라 여기는 한국사회의 폐쇄성. 짙어도 너무 짙은게 아닌가.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가장 최고의 ‘마이플레이스’는 ‘가족 구성원과 함께하는 바로 그 자리’인 듯하다. 곳곳에 뿔뿔히 흩어져 살고는 있지만 가족이라는 연대감 속에 서로를 아끼고 또 챙겨준다. 유쾌하게 또 무겁지 않게 볼 수 있는 좋은 느낌의 영화였다.  

※ “독립영화란” 일명 ‘인디영화’라고도 한다. 이윤 확보를 1차 목표로 하는 일반 상업영화와는 달리 창작자의 의도가 우선시되는 영화로, 주제와 형식, 제작방식 면에서 차별화된다. 따라서 여기서의 ‘독립’이란 자본과 배급망으로부터의 독립을 뜻한다.

 

글 | 이수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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