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바보 엄마의 특별한 교육법 나눔

스스로를 ‘딸 바보’라 말하는 김선영(가명) 씨는 1년에 두 번, 특별 손님을 자신의 식당에 초대한다. 아동복지시설의 아이들에게 엄마의 정성이 담긴 밥 한끼를 선물하기 위해서다. 화려하진 않지만 자신의 마음이 아이들에게 닿을 수 있길,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길,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길 김선영 씨는 바라는 것이다. ‘딸 바보’ 그녀에게 세상의 아이들은 곧 그녀의 아이인 셈이다. 

 

김선영 씨의 ‘부대찌개 맛있게 끓이는법’은 엄마의 정성이다.

엄마가 차리는 세상

엄마는 생각했다. 내 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내린 답은 ‘나눔’이었다. 열심히 사는 엄마의 모습으로  세상을 보는 건강한 시선을 딸에게 가르치고 싶었다. 나눔을 통해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창한 지원이나 나눔을 약속할 만큼의 넉넉함은 없지만 엄마는 힘든 시절 자신을 일으켜준 손처럼 다른 이에게 그의 손을 내밀고 싶었다.  

‘희망가게’라는 기회를 통해 제 딸과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것처럼 작더라도 나누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물론 제가 식당을 잘 운영해 매월 기금을 적립하면, 그 돈으로 또 다른 엄마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창업의 기회가 이어지고 있는 건 알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제가 직접 나누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식당을 하니깐 아이들에게 밥 한끼 먹이는 건 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더 손이 가는 건 없어요. 식당 반찬과 음식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조금 더 준비하는 정도예요. 대학가 식당이라 그런지 아이들 입맛에도 맞는 거 같아요.”

김선영 창업주의 희망가게에서 가장 인기있는 반찬, ‘떡볶이와 감자튀김’

 

대학 앞에서 부대찌개를 운영하는 희망가게 창업주 김선영 씨는 나눔 활동을 생각하던 무렵 라디오에서 우연히 ‘밥퍼 봉사활동’ 사연을 듣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나눔을 발견했다.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이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일 년에 두 번이라도 즐겁게 밥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이후 무작정 동사무소로 연락해 아동복지시설의 연락처를 받자마자 바로 시설로 연락을 했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은 봄의 훈풍처럼 다른 이에게 번져갔다. 식당을 운영하기 전 어린이집 식당에서 그녀와 함께 근무한 선생님들과 버스기사 아저씨가 나눔 활동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행사 당일이 되면 김선영 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만들고, 선생님들은 식당 서빙을, 버스기사는 시설에서 아이들을 식당으로 데려오고, 가고를 담당한다. 또한 그녀의 식당에서 자주 식사를 하는학생들 역시 아이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크리스천 음악동아리 학생이었던 이들은 식사 나눔을 할 때면 공연과 이벤트 진행으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나를 위한 가장 행복한 투자, 나눔

“나눔은 통장 잔고의 금액과는 상관없는 일인 거 같아요. 돈이 없으면 못살 것 같아도 막상 현실에 닥치면 그렇지 않거든요. 그냥 제 욕심이었던 거죠. 나눔도 마찬가지에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더라고요. 제가 해보니깐 그래요.”

 

 

김선영 창업주가 봉사하고 있는 아동복지시설의 아이들이 보내준 감사편지

 

1년에 두 번 식사 대접이 나눔 활동의 전부지만 그녀의 마음 한 켠에는 늘 시설의 아이들이 자리해 있다. 식자재를 사러 시장에 가서 가격이 괜찮은 먹거리를 보면 아이들 생각에 과일이라도 몇 박스를 더 사, 아이들에게 들려 과일을 전하곤 한다. 행사가 다가오면 무엇을 해 줘야 아이들이 더 기뻐할까 고민을 한다.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에 나눔 활동을 하는 까닭에 딸이 섭섭해 하지 않도록 미리 시간을 보냈다. 

엄마의 마음을 느낀 걸까. 3년째 나눔이 이어지면서 딸 역시 아이들과 친구됨에 거리낌이 없다. 처음엔 쭈뼛쭈뼛했던 아이들도 이젠 김선영 씨를 편하게 대한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던 김선영 씨는 아이들의 변화가 마냥 기쁘고 소중하다.  

 

김선영 창업주가 봉사하고 있는 아동복지시설의 아이들이 보내준 감사편지

 

 

김선영 씨에게 나눔은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험악한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딸에게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고픈 엄마는 스스로가 따뜻한 세상이 되기로 했다.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 바라봤던 세상의 모습을 기억하기에, 자신의 손을 누군가 잡아줬을 때의 마음을 알기에 그녀 스스로 아이들에게 엄마의 포근한 손길이 되어주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마음으로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그곳이 자신의 딸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살아나갈 세상인 까닭이다. 

글․사진 | 이명아

 

 

 

<희망가게>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13년 8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하여 원주, 춘천, 대전, 천안, 청주, 대구, 경산, 구미, 포항, 광주, 목포, 부산, 김해, 양산에 이르기까지 180여 곳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 님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장원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

 

 

4 thoughts on “딸 바보 엄마의 특별한 교육법 나눔

  1. 맘마미아 says:

    부대찌개 한번 꼭 먹어보고 싶네요. 사장님의 성품이 너무 훌륭하셔서 맛도 맛있을 것 같습니다 허허.

파랑이 에 응답 남기기 응답 취소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