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간사의 이야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삶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ㅡ나태주 풀꽃ㅡ

 

 

희망가게 신입간사로 일한지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종로 옥인동 골목길을 걷는 것이  친숙해졌고, 작은가게들을 유심히 보는 이상한 직업병 같은 것도 생긴 것 같다. 예전에는 크고 휘황찬란한 거대건물만 멋있어 보였는데, 이제는 작은 가게들에 더 애착이 생겨 마트도 작은마트, 미용실도 작은 미용실을 찾는다.

 


방글라데시의 유누스 총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교 현장실습시간의 독서과제 때문이었다. 당시 책의 두께가 일반 책의 두 배가 됨에도 불구하고 연필로 줄을 그어가며 속독했던기억이 난다. 희망가게라는 사업이 있는 지도 몰랐던 때였고, 막연히 여성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던 나는 한국에도 이러한 형태(마이크로크레딧)의 사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곳이 있다면 당장 일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꿈은 현실화되었다. 자신 앞의 하나의 길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시는 사장님들을 보며 말 못할 벅참을 느낀다. 나는 자신감보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싶다. 단지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치있는 일들을 충분히 하면서 살고싶다. 그 뿐이다.   

 

 

희망가게사업과 같은 방글라데시 유누스 총재의 마이크로크레딧(소액대출)사업에 대해 접했던 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1995년 4월, 당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방글라데시 농촌 마을 마이샤하티를 방문해 그곳 여성들과 대화를 나눴다고한다. 소액대출(마이크로크레딧)사업으로 유명한 그라민은행의 성과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힐러리 클린턴은 마이샤하티 여성들에게 물었다. 

 

“그라민은행이 힘이 됐나요?” 

 

“네, 우리는 지금 직접 버는 수입이 있어요. 소, 닭, 오리 같은 자산도 있답니다.” 

이번에는 그들이 물었다. “그런데, 아파(자매님), 당신은 암소가 있나요?”

 

“아뇨, 저는 암소가 없어요.”

 

“그럼 소득은 있나요?”

 

“전에는 있었어요. 하지만 남편이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일을 그만뒀어요.”

 

“애들은 몇이나 되나요?”

 

“딸 한 명이요.”

 

마이샤하티의 여성들은 자기들끼리 작게 중얼거렸다. 

“불쌍한 힐러리! 소도 없고, 소득도 없고, 딸도 하나밖에 없다네.”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힐러리에게 암소를」마리아 미즈·베로니카 벤홀트톰젠 지음 –

 

 

빙그레 웃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물론 누가 더 행복한 삶인가는 ‘행복’에 대한 관점의 차이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마이샤하티의 여성들이 힐러리를 동정하게 만든 지점일까. 그 것은 그녀들이 힐러리보다 더 부유하고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 것은 더 풍족한 생활, 사치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스스로 삶을 생산하고 재생시키며, 자기 힘으로 서고 자신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데’에서 나온다.  그녀들은 한 마리의 암소, 몇 마리의 닭, 약간의 현금 수입과 땅 같은 실질적인 생계수단으로 자신감과 위엄, 평등의식을 현실화시켰다. 이 것이야 말로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삶이라고 본다. 모든 꿈꾸는 여성들에게 박수를. 오래 보면 볼 수록 희망가게, 아. 참 예쁘다.

 

 

 

<희망가게>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13년 8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하여 원주, 춘천, 대전, 천안, 청주, 대구, 경산, 구미, 포항, 광주, 목포, 부산, 김해, 양산에 이르기까지 180여 곳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 님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故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

 

글 | 이수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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