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옥 창업주의 희망가게 옥이네 두부해물村

▲ ‘옥이네 두부해물村’ 의 얼큰순두부찌개, 사장님께서 직접 만든 고소한 순두부 맛이 일품이다. ⓒ아름다운재단

 

 누구나 실패의 경험을 갖고 산다. 그리고 실패의 기억은 잊을 수 없는 상처 혹은 인생의 가장 쓴 약이 된다. 내게 실패는 세상에서 가장 쓴 약이었다. 몇 번을 돌이켜보고, 후회를 한 날도 많았다. 10여 년 전 분당에서 경험도 없이 멋모르고 시작한 ‘호프레스토랑’은 내 오만함에 대한 질타이자 경고 같았다. 4년 만에 가게는 문을 닫았고, 자본금은 커녕 빚을 갚기 위해 집마저도 넘겨야 했다. 정신을 차릴 수도 없이 불운이 눈사태처럼 몰려왔고, 결국 가게를 모두 정리했을 때 내게 남은 것은 두 딸 그리고 월세 보증금 200만 원이 전부였다.

지하 월세로 다시 시작하면서 마음을 다 잡았다. 4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혼자 매월 200만 원만 벌면 그런대로 살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가사도우미와 식당 주방 설거지 등을 하며 하루 꼬박 일을 해도 150만 원이 고작이었다. 하루 종일 설거지를 하면서 몸에 이상도 왔다. 손의 인대가 늘어나 꼼짝할 수 없게 된 것. 병원에 가야 했지만 수중엔 단 돈 몇 만원이 없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새삼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내가 살아 내야 할 현실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 찌개를 시키면 곁들여 나오는 반찬이 6~7개이다. 깔끔한 찬은 희망가게 창업지원 심사 당시 큰 호평을 받았다. ⓒ아름다운재단

 

식당 일을 하며 가장 부러운 것은 자기 가게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큰 가게도 필요 없었다. 자본금만 있으면 작게 시작해 혼자 힘으로 어떻게든 꾸려나갈 자신이 있었다. 막내를 대학을 보내기 위해서라도 마냥 이대로 있을 수 없겠다 싶어 인터넷으로 대출 서비스를 알아봤지만 금리가 만만치 않았다. 조금이라도 자본금이 있어야 창업이 가능했다. 가진 것 없이 시작하려던 마음을 접고 1년만 더 버티며 일을 배워보자고 마음먹었다.

일이 안 될 때는 안 좋은 방향으로만 굴러가더니, 좋은 일이 생길 땐 연달아 희망적인 소식들이 꼬리를 물어 찾아왔다. 창업에 대한 마음을 접었을 무렵, 일하던 식당에서 찬모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찬모를 맡자 월급도 올라갔고, 다른 가게 일을 나가는 것도 수월해졌다. 그즈음 새로 나가게 된 곳이 순두부 음식점이었다. 좁은 가게인데도 매출이 높았다. 나도 20평 남짓한 작은 가게라면 충분히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자본이 문제였다. 그 때 알게 된 것이 희망가게 대출자금이었다. 저금리와 1, 2차로 나뉜 상환기간에 마음이 놓였다. 내가 실패로 배운 단 하나의 교훈은 ‘창업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출을 받는 심사는 까다로웠다. 희망가게로 선정된 사례를 봐도 경쟁률이 만만치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1차 심사서류를 통과한 후엔 점점 희망이 커져갔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엔 초조함에 입이 바싹 말랐다. 자식들의 대학입시 결과도 이처럼 긴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옥이네 두부해물村’ 메뉴판. 직장인의 든든한 한 끼, 오붓한 모임과 회식 메뉴로 맞춤이다.  ⓒ아름다운재단
▲ 가게 입구 모습,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많아서 서둘러 가야 앉을 수 있다. ⓒ아름다운재단

 

 요즘 나는 천국에 사는 것 같다. 아름다운재단의 희망가게 창업대출 지원금 4,000만 원에 내가 가진 자본과 주변에서 돈을 빌려 5,000만 원으로 시작한 순두부 가게는 올해로 만 4년이 됐다. 주변에서 맛집으로 알려져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꾸준히 수익을 올리고 있다. 작년에는 리모델링으로 단체석까지 마련했다. 일식집이던 전 가게를 그대로 받아 천 만원으로 그릇하고, 1층만 조금 손보고 시작했던 가게가 이제는 직접 손순두부를 만드는 순두부 전문점이 됐다. 뿐이랴, 좁은 오피스텔 월세였던 집은 어엿한 임대아파트로 바뀌었다. 시에서 지원하는 임대아파트에 신청을 했더니 2년 만에 입주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곳은 좁은 원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거실과 안방이 있고, 주방 공간도 있는 아파트 그리고 나의 아이들. 두 다리를 뻗고 살 수 있는 집이 생긴 것만으로 마음 한 편이 든든하다.

가게 마감은 항상 첫째가 함께 한다. 어느새 홀로 훌쩍 어른이 된 첫째 아이는 엄마 일을 돕는다고 오후부터 나와 마감할 때까지 함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 일을 마친 후 딸과 팔짱을 끼고 집에 돌아가며 오늘 장사는 어땠는지, 앞으로 메뉴는 어떻게 할 건지, 조금 더 가게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또 얼마나 달콤한지….

굽이굽이 돌아 온 삶의 길, 이제 나는 거창한 인생역전을 꿈꾸지 않는다. 우리 식구 단란하게 살아갈 집이 있고, 내 음식을 먹으며 맛있다고 칭찬해 주는 손님들, 한 가족처럼 일하는 식당 식구들, 엄마보다 더 철이 든 내 아이들과 지금처럼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판도라의 상자 안에 있었던 희망처럼,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생각했던 시절에도 내게 희망은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희망이 무럭무럭 자라 지금은 나와 나의 가족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옥이네 두부해물村’ 강연옥 창업주. 언제나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한다. ⓒ아름다운재단

   

강연옥 창업주는 2010년 아름다운재단 한부모 여성가장 창업지원을 통해 희망가게 ‘옥이네 두부해물村’ 을 창업하였습니다. <희망가게 찾아가기> 창업을 통해 자립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여성 창업인의 이야기이며 더불어 한 가정의 가장이자 어머니인 그들의 진솔한 삶을 담고있습니다. 

글.사진 | 이명아

 

<희망가게>는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13년 4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 부산, 대전, 대구, 광주에 이르기까지 160여 곳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은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 님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故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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