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희망가게와 함께하는 사람들 ‘내 가게를 이용해야 하는 이유를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김형군 대구경북지역 심사위원

“어려운 형편 때문에 제도권 금융을 이용 못하는 창업자 분들이 많아요. 또 창업에 실패해도 재도전할 기회가 필요한만큼 기댈만한 안전망이 더 넓게 퍼져야 하고 다시 올라설 기회가 있어야겠죠. 이들을 지원하는 부분에서 희망가게가 역할을 잘 해나가야 합니다.” 

희망가게를 통해 자신만의 가게를 시작한 한부모 여성 가장들. 그들에게 희망가게는 삶을 일으킬 생계수단이자 소비자에게 서비스 혹은 제품을 제공하는 브랜드입니다. 이 브랜드를 키워내 꾸준히 운영하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다른 이들이 찾아오게 만들 계기를 마련하고, 찾아온 이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하죠. 그 관계의 시작점이 ‘그 점포를 찾아가게 만드는 이유’, 즉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콘셉트’라 불리는 개념입니다. 

아름다운재단 희망가게 사업과 14년 간 함께 해온 김형군 심사위원. 그는 창업을 시작하는 여성 가장들에게 창업에 대한 자기만의 이유를 분명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사업을 일구며 거꾸러질 순간마다 분명하게 확립한 자신만의 이유가 버팀목이 될 테니까요. 

김형군 위원이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원사업이 대구에 뿌리내린 과정

“2009년, 당시 아름다운재단이 대구 지역에서 희망가게 사업을 시작할 때 협력기관 담당 부서장으로 함께 했어요.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 같은 마이크로크레딧 사례들이 방송에 많이 나오고, 정부가 할 수 없는 영역을 NGO 단체에서 나서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아름다운재단에서도 희망가게 사업을 지방으로 확대할 무렵이었고요.”

김형군 심사위원은 대구 지역에서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희망가게와 함께 해왔습니다. 그가 일했던 사회연대은행은 저소득층 소액 금융소외계층의 창업 자립을 돕는 마이크로크레딧 기관인데요. 아름다운재단이 희망가게 사업을 지역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협력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사업 초창기의 대구 지역의 희망가게 사업 역사를 살펴보면 눈길이 가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희망가게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창업 지원금의 회수율이 상당히 높았다는 점입니다. 이를 두고 김형군 심사위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희망가게 참여자들을 현장에서 지원하는 간사님들이 있어요. 항상 지원자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현장 우선으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그런 성과가 난 거라 생각해요. 사업 대상자들과 함께 하면서, 그분들을 좀더 밀착관리 해주는 거죠. 간사님들이 상당히 열정적으로 일에 임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창업 지원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 지원입니다. 하지만 그 자금이 창업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실제로 창업의 성공과 여성 가장들의 자립으로 연결되려면 금액 지원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죠.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이 사업을 운영하는 단체와 지원자 사이의 돈독한 관계입니다. 밀착 지원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나 미비점을 진단해 그 부분을 채워주고 바람직한 운영방식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희망가게 사업은 현장을 오간 담당자들의 여러 노력, 그에 대한 여성가장 창업자들의 신뢰가 더해져 대구 지역에 단단히 뿌리 내렸습니다. 

 

콘셉트, 단단한 창업을 위한 핵심

“사람들에게 내 점포를 이용해야 하는 이유를 표현한 단어나 문장을 찾아야 해요. 그게 콘셉트이고 사업의 정체성입니다. 이게 분명하게 공감되지 않는다면 창업에 성공하기 힘들죠. 콘셉트는 다시 점포 콘셉트와 상품 콘셉트로 나뉘는데, 사업을 구상할 때 구분해서 설계해야 해요. 둘 다 설계하기 어렵다면 점포 콘셉트라도 명확해야 합니다.” 

한부모 여성가장이 창업의 세계에 뛰어들면 기존 점포와 경쟁해야 합니다. 희망가게 지원자들의 창업분야를 보면 미용실, 피부관리 등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업종들이지요. 여러 가게가 있는 가운데 내 점포를 찾아오게 하려면, 소비자들이 점포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야 할 텐데요. 김형군 심사위원은 이 부분을 창업자가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사업의 정체성을 정하는 게 어렵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김형군 심사위원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너무 어렵게 접근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자기 나름의 차별화로부터 출발한다고 보면 되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해보는 거죠. 그 부분을 고객들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단어나 표현으로 바꿔보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알고 자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알고, 그 사이에 연결고리가 될 만한 어떤 부분을 찾는 것. 그게 콘셉트에요.”

창업자 입장에서 사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주고 싶은 가치는 단순할 수 있습니다. 촉각이나 시각이 될 수도, 혹은 이런 가치가 모두 포함된 ‘즐거움’이기도 하죠. 어떤 요소던 사업의 본질이 명확하게 드러난다면 그것이 차별화이자 정체성이 된다는 것. 김형군 심사위원이 강조하는 바입니다. 

“콘셉트를 확실히 해야 그에 맞춘 점포 연출이나 메뉴 및 상품 구성, 여기에 운영자의 외모나 태도가 일치할 수 있어요. 콘셉트에 맞추어 동기화해 나감으로써 강한 힘을 받지요. 나아가 콘셉트를 확립한 후에는 이를 외부에 전파해야 해요. 전파수단으로 꼭 필요한 게 온라인 마케팅입니다.”

김형군 위원이 대구지역 희망가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형군 심사위원에 따르면, 가게에 손님이 올 만한 이유를 제시한 다음 중요한 것이 찾아오는 고객들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새로운 고객을 찾아낼 수도 있지만 찾아온 사람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서 또 오고 싶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거죠.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사업에서 일의 규모를 늘리기 보다 내실을 기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요. 희망가게에 참여한 여성 가장들이 자신의 사업 규모 안에서 현실적으로 사업에 적용 가능한 방향성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손님을 또 오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는 걸 분명히 인식하고 가게 문을 열어야 해요. 거기서 중요한 것이 고객 서비스 개선인 거죠. 서비스 개선 부분에서 체크리스트도 간단하게 만들어보는 거예요. 손님을 대할 때의 외모, 어투, 고객 유형별 응대법 등등이에요. 문자라던가 이벤트 쿠폰, 신상품 신메뉴 개발 등에서 노력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김형군 심사위원은 고객 서비스 개선에 대해 구체적인 예시를 들며 설명했습니다. 창업 과정에서 살펴야 할 부분이 폭넓은 만큼,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제시한 겁니다. 

 

오래 함께 해온 사업, 희망가게가 좋은 이유

“희망가게 점포들은 야생화와 비슷해요. 어려움이 생겨날 여건이 주변에 많이 있거든요. 현장 밀착, 맞춤형 컨설팅 등을 통해 이들을 잘 키워야 합니다.”

희망가게가 대구에 뿌리내리면서 많은 한부모 여성가장이 창업자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김형군 심사위원은 함께 해온 희망가게 사업에 대한 믿음, 여성 가장들의 상황 등을 이야기하며 앞으로의 창업 지원이 가야 할 방향을 짚었습니다. 

희망가게 사업에 대한 소회와 함께, 그가 걱정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지원사업을 외부에 알리는 일이죠. 지원사업 자체를 외부에 꾸준히 알리면서 대구 지역에서 사업을 이어가는 일 자체가 그에게 숙제입니다. 하지만 한부모 여성가장들에게 창업 지원금을 내어주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김형군 심사위원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여성가장들이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계속 곁에 있어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주는 것. 그런 일을 진심으로 해내는 현장 사람들이 참여하는 지원사업이라는 점이죠. 그 자체가 희망가게 사업의 큰 존재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심사위원들은 해당 업종에 대한 경험, 창업을 결심하고 면접까지 오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그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어봅니다. 자신이 뽑혀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해요.”

희망가게에 문을 두드리는 여성이 있다면 그분들을 위해 길잡이가 될 만한 김 심사위원의 말을 남겨봅니다. 사업을 꾸려야 하는 자신만의 이유, 그 이유를 뒷받침할 만한 고민과 노력. 그런 생각과 경험들을 누군가에게 분명히 전할 수 있다면, 앞으로 꾸려나갈 점포에 찾아올 이들에게도 분명한 이유로 가닿겠지요. 그렇게 희망가게 사업에는 점포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꼭 찾아가고 싶은 곳’이 되길 바라는 심사위원의, 지원자들을 현장에서 지지하는 간사들의 마음과 노력이 함께 합니다.

김형군 위원이 의자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다.

 

글 이상미 |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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